중소기업 대출 금리 5.14%
대기업과 단 0.13%포인트 차이

중소기업 금리가 대기업만큼 낮았던 적은
외환위기·금융위기 때 뿐

정부보증·고금리·경기악화 영향

[중기대출 불안]① IMF·금융위기 닮은꼴...中企금리 대기업만큼 떨어졌다
AD
원본보기 아이콘

중소기업 대출금리가 대기업 수준만큼 내려왔다. 보통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신용도가 낮아 대출금리가 높은 편인데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올해 들어 경기가 나빠지며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힘들어졌다는 기존의 인식과 충돌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양쪽 간 금리 차이는 얼마나 좁혀졌을까.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지난 4월 기준 중소기업 대출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5.14%였다. 대기업 대출금리(5.01%)와 단 0.13%포인트 차이가 났다. 지난 10년을 살펴보면 때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했지만,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보통 대기업 대출금리보다 최소 0.30%포인트에서 최대 0.70%포인트까지 높았다. 그런데 작년 하반기부터 이런 흐름에 변화가 생겼다.

위기 때마다 중소기업 금리가 대기업보다 낮아져
[중기대출 불안]① IMF·금융위기 닮은꼴...中企금리 대기업만큼 떨어졌다  원본보기 아이콘

작년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양측 금리차는 0.52%포인트 → 0.44%포인트 → 0.37%포인트 → 0.21%포인트 → 0.09%포인트 → 0.13%포인트로 줄었다. 중소기업 금리와 대기업 금리 모두 떨어지긴 했지만, 중소기업 금리가 훨씬 빨리 떨어진 게 좁혀진 원인이었다.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양쪽 금리가 역전될 가능성도 있다.


과거 기록을 찾아보면 중소기업 대출금리가 대기업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지거나 낮았던 적은 지금까지 딱 두 번 있었다. 1997년 외환위기 때와 2008년 금융위기 직후가 그랬다. 경기가 어려울 때마다 금리 역전이 고개를 들었다.

원인은 각각 달랐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지난 2009년 내놨던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대출금리 역전 현상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보면 알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재무 건전성과 연체율이 더 양호했다. 대기업이 줄줄이 무너졌던 외환위기 땐 오히려 중소기업 신용도가 더 높아서 대기업보다 금리도 낮았다는 얘기다.


반면 금융위기 때는 중소기업 사정이 대기업보다 훨씬 나빴다. 2008년 말 1.70%였던 중소기업 연체율은 2009년 1월과 2월에 각각 2.37%, 2.67%로 급격히 올랐다. 같은 기간 대기업 연체율은 0.34%, 0.59%, 0.63%로 비교적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2009년 1분기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지수(47) 역시 대기업(19)보다 높았다.


중소기업 어려워지면 정부 정책으로 금리 낮춰
[중기대출 불안]① IMF·금융위기 닮은꼴...中企금리 대기업만큼 떨어졌다  원본보기 아이콘

그런데도 2009년 1월부터 7월까지 중소기업 금리는 대기업보다 0.1~0.2%포인트 낮은 수준으로 유지했다. 이런 금리 역전 현상이 벌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보증 대출 확대가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금융위기 이후 중소기업 사정이 어려워지자 저금리 보증 대출이 늘어나면서 이 영향으로 금리가 떨어졌다는 거다.


당시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국가로부터 전액보증을 받은 중소기업 대출이 늘어나게 된다"며 "원래 금리는 신용도와 비례하지만, 부도가 나더라도 회수할 수 있어서 은행 입장에선 금리를 낮게 매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09년 1~2월에 국내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이 6조1000억원 증가했는데 보증기관의 신규 보증금액은 5조2000억원에 달했다.


금융권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올해 상황은 외환위기보다 금융위기 때와 닮은꼴이다. 중소기업이 어려워졌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금리 인상·정부 지원·경기 악화가 중소기업 금리를 오히려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기업은행 여신 담당 고위 임원은 "금리 상승세가 꺾였다곤 하지만 아직 5%가 넘는 수준"이라며 "불경기 속에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심리적 부담은 여전히 높아 투자를 줄였고, 그 영향으로 대출 수요도 감소하면서 은행 간 금리 경쟁이 붙었다"고 분석했다.


시중은행 기업 여신 담당 관계자도 "중소기업 대출이 늘고 있긴 하지만 증가 폭은 작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며 "신규대출 파이는 작아지는데 은행들은 대출 영업 실적을 올려야 하다 보니 금리를 내려서서라도 중소기업 여신을 유치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신규대출 줄어들자 은행 간 금리경쟁 심화
[중기대출 불안]① IMF·금융위기 닮은꼴...中企금리 대기업만큼 떨어졌다  원본보기 아이콘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소기업 대출(개인사업자대출 포함)을 보면 냉랭해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작년 1~5월 사이 증가분은 24조6000억원이었다. 그런데 올해 1~5월까지는 10조4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절반도 채 안 되는 수준인 셈이다. 반면 같은 기간 대기업 대출 증가분은 7조6000억원에서 12조8000억원으로 되려 올라갔다.


금리가 낮은 정부 기관 보증 대출은 꾸준히 공급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보증 규모(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지역 신용보증재단)는 9조원가량(2021년 141조원→2022년 149조9000억원) 증가했다. 보증기관 관계자는 "올해도 경기가 좋지 않아 보증 대출 공급과 수요는 여전하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이 대환대출 같이 금리를 낮출 수 있는 길을 터준 것도 중소기업 대출 금리 인하에 한몫했다.

AD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비교적 빠른 속도로 내려가고 있는데도 은행 신규 대출이 작년보다 안 늘어나는 건 상황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중소기업 금리가 대기업 금리만큼 떨어진 것을 보며 마냥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이유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