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오염수 방류]G7 "IAEA 검증 지지" 성명에 복잡해진 외교적 셈법
국제적 승인 받으려던 日 계획 후퇴
삼중수소수 방류문제 놓고 논란 지속
6월 IAEA 최종보고서 발표 내용이 관건
일본이 21일 막을 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의 국제적 승인을 위한 도구로 활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일본 안팎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본의 의도와 달리 일단 이번 G7 공동성명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을 지지한다는 문구만이 들어갔지만, 오염수 방류의 국제적 승인을 받기 위한 일본의 노력은 앞으로도 집요하게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다음 달 IAEA의 오염수 방류 안전에 대한 최종 검증보고서 발표 결과에 따라 각국의 외교적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가 오염수 내 성분 대부분이 한국 등 기존 원전 보유국들도 방류 중인 ‘삼중수소수’임을 강조하면서 관련국들이 방류에 대한 일방적인 비판에 나서는 것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삼중수소수의 경우, 방류 기준조차 국가별로 모두 다른 상황이라 국제사회의 일관적인 공동대응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G7 정상 성명 "IAEA 검증 지지"에 그쳐
20일 G7정상들이 발표한 공동성명에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 "인간과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 기준과 국제법에 따라 수행될 IAEA의 독립적인 검증을 지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일본 정부가 원래 성명에 함께 넣으려던 "일본이 국제사회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개방적이고 투명한 태도로 계획을 진행할 것을 권장한다"는 문구는 빠졌다. 국제사회로부터 오염수 방류를 완전히 승인받으려던 기존 계획에서 후퇴한 것이다.
일본은 지난달 16일 열린 G7 기후·에너지·환경 장관 회의에서부터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제사회의 승인을 압박해 왔다. 당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환영한다는 내용을 공동성명으로 넣으려다가 다른 회원국들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해당 성명 초안에는 오염수와 관련해 "방류의 투명한 과정을 환영한다"는 문장이 들어갔고, 제염토 재사용에 대해서도 "진전된 진척을 환영한다"고 했다.
하지만 탈원전 국가인 독일을 비롯해 일본 안팎에서 강한 비판에 직면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은 공동성명 관련 회의에서 "오염수 방출을 포함한 폐로의 진전, 일본의 노력을 환영한다"고 말했으나, 회의에 참석했던 독일 환경장관이 곧바로 "오염수 방출은 환영할 수 없다"고 잘랐다. 니시무라 경제산업상은 결국 "말실수였다"고 해명했다. 결국 성명에는 "인체와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도록 하기 위한 IAEA의 평가를 지지한다"는 내용만 넣고 방출 환영 등의 메시지가 빠졌다.
그럼에도 일본은 이번 G7 정상회담에 후쿠시마산 식자재를 사용한 요리를 대접하며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인식을 홍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회담 취재를 위해 외신기자들이 상주하는 국제미디어센터에도 후쿠시마산 식료품을 배치했다. 후쿠시마 부흥 상황을 알리는 패널과 홍보 부스까지 세웠다.
◆"타국 원전의 삼중수소수 방류 걸고 넘어질 수도"
일본이 독일의 반대 등 각국의 외교적 압박 속에서도 국제사회에 오염수 방류 승인을 국제사회에 요구할 수 있는 것은 기존 원전 보유국들의 삼중수소수 방류 사례 때문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대의 환경전문가인 팀 무소 박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주변국들이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따지기 시작하면, 지금까지 수십년간 미국, 중국, 한국, 프랑스 등 전 세계 원전 보유국들이 배출해온 삼중수소수에 대한 국제적 논란이 생길 것이며, 이는 벌레 먹은 통조림을 여는 것과 같이 모든 나라들이 불편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을 제외하고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에 가장 민감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도 공식적으로 반대입장은 밝혔지만, 날선 비판은 자제하는 모습이다. 2030년까지 전력난과 환경문제로 동부 해안지대에만 100기 이상의 원전 건설을 검토 중인 중국 입장에서 오염수 문제를 걸고 넘어지기 쉽지 않다.
국가별 삼중수소 방류 허용치에 대한 기준도 제각각이라 국제사회의 공동대응도 어렵다. 일본 정부의 허용 기준치는 1ℓ당 6만베크렐(Bq)이며, 후쿠시마 오염수의 평균 방류 농도는 이의 40분의 1인 1500Bq다.
원전이 없는 호주의 경우 삼중수수소 방류 허용치는 7만6000Bq이며, 한국은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4만Bq로 규정돼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의 삼중수소수 농도는 양국 기준을 그대로 통과하는 셈이다. 주요 국제기준으로 쓰이는 세계보건기구(WHO)의 허용치도 1만Bq다. 그러나 이보다 훨씬 보수적인 기준을 갖고 있는 미국은 740Bq, 캐나다는 100Bq로 후쿠시마 오염수는 해당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 ‘오염수’가 아닌 ‘처리수’라며 원전 내 부지 탱크 용량이 한계에 달하기 전에 계획적인 방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용량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홍수라도 발생해 오염수가 한꺼번에 방출되면 오히려 훨씬 위험하다는 것이다. 현재 도쿄전력이 원전 부지 내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는 약 132만t으로 현재 전체 용량의 98%가 찬 상태다. 용량의 한계는 내년 2~6월 사이 찾아올 것으로 일본 정부는 보고 있다.
니시무라 경제산업상은 지난 13일 후쿠시마현을 방문한 자리에서 "최근 비가 적게 와서 여유가 생겼지만, 날씨에 따라 큰 비가 내릴 수도 있다"며 "후쿠시마의 부흥과 (원전) 폐로를 진행시키기 위해 오염수 대응은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6월 나올 IAEA 최종검토서가 관건… 방류 ‘허용’ 여부에 주목
이런 상황에서 내달 IAEA의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최종 안전검토서가 나오면 일본이 방류를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 정부는 한국에서 파견된 시찰단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21일 한국 정부 시찰단은 일본으로 출국했고, 26일까지 5박6일 일정으로 오염수 관리 실태를 확인하고 현장점검에 나섰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IAEA의 검증만을 공식 절차로 인정한다는 방침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IAEA는 한국, 미국, 중국, 영국, 프랑스 등 11개국 전문가 검증과 함께 별도로 한국, 미국, 프랑스, 스위스 4개국 전문가들의 모니터링까지 투트랙으로 검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음 달 최종 보고서 발표를 위한 마지막 검증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 다만 일본은 이번 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크게 긴장하지 않는 모습이다. IAEA 검증단은 중간보고서를 통해 오염수 방류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입장을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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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에는 일본 정부가 오염수에서 측정되는 핵종을 64개에서 30개로 대폭 축소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지난 8일 열린 원전 지역 제염토 재사용 관련 회의에서도 "그동안 일본 환경성의 안전에 대한 노력과 성과에 대해 확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며 반대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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