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원포인트 개헌 논쟁에 빛바랜 '5월 정신'
제43회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 지난 18일, '오월의 정신'은 빛이 바랬다. 여야가 5·18 정신의 헌법 수록을 놓고 입씨름을 벌이면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5·18 정신의 헌법 수록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을 주장했고, 대통령실은 "자유 인권의 5월 정신을 비리로 얼룩진 국면 돌파용으로 쓰는 꼼수"라고 맞받아쳤다. 이 과정에서 "보수 정부는 학살의 후예"(이재명 대표)와 "북한의 처참한 인권 실상 눈감으면서 인권을 무시하는 전체주의 권위주의와 손잡는 세력"(대통령실) 등 거친 표현이 난무했다.
5·18 기념식은 그동안 보수와 진보의 끈질긴 정쟁 소재였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보수의 선명성을 강조하기 위해 취임 첫해만 5·18 기념식에 참석해 홀대 논란이 벌어졌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도 인색했다. 이를 진보 정권은 지역 갈등을 부추기는 전략으로 활용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취임 이후 2년 연속 5·18 기념식을 챙기면서 이번에는 다른 모습을 기대했다. 첫해 기념사에서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겠다는 말이 직접적으로 들어있지 않아 아쉬움이 컸던 만큼 올해는 다를까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민주당이 먼저 내건 '원포인트' 개헌을 의식한 탓인지 올해 기념사에도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겠다는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로 진의를 의심받았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이번 기념식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은 88명으로 국민의힘 의원 95명보다 그 수가 적었다. 텃밭이란 인식 때문에 소홀해진 것일까. 이번 원포인트 개헌 역시 진정성에 의문이 든다. 헌법의 기본 정신을 바꾸는 일은 기본권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원포인트 개헌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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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정신 앞에 정치가 있을 수 없다"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광주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언급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주주의와 평화와 인간의 존엄을 짓밟은 총칼에 맞선 오월 정신은 우리 현대사의 빛"이라고 했다. 광주에서 전두환 신군부에 의한 학살이 있은 지 40여년이 지난 지금, 진보와 보수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대로 오월의 정신을 해석한다. 진정으로 오월의 정신을 계승한다면 보수와 진보는 이해타산적인 모습을 버려야 한다. 정쟁화될수록 개헌 시도는 더 어려워질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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