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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Stage]'마술피리' 김건우…모험 떠난 타미노 왕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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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너 김건우, 파미나 공주 구하러 모험 나선 왕자役
"우물안 개구리 싫어" 안정 대신 '프리 선언' 모험
英로열오페라 영아티스트·오페랄리아 콩쿠르 우승

모차르트가 마지막으로 남긴 오페라 '마술피리'는 타미노 왕자가 파미나 공주를 구하러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로 요약할 수 있다. 3월30일~4월2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하는 서울시오페라단의 '마술피리'에서 타미노 왕자 역을 맡은 테너 김건우도 3년여 전, 삶의 중요한 무언가를 찾아 모험을 선택했다.


2019년 7월, 김건우는 2년간의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 제트파커 영아티스트 프로그램을 수료했다. 유럽 어느 오페라 극장 소속 가수로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었지만 프리를 선언하며 모험을 택했다. 마술피리 속 타미노 왕자처럼 모험에 나서자 시련이 닥쳤다. 이듬해 채 봄이 영글기 전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닥쳤다. 3년의 팬데믹이 끝나고 김건우는 프로 오페라 가수로서 실질적인 '첫 봄'을 앞두고 있다.

마술피리는 그가 가장 많이 출연한 오페라 중 하나지만 이번 무대는 처음 맞는 봄처럼 새로운 게 많다. 통상 오페라는 원어를 살려 공연하지만 서울시오페라단은 이번 공연에서 극 중 대사를 독일어가 아닌 한국어로 공연한다. 아리아(오페라 속 독창곡)는 물론 대사도 독일어로 하는 게 익숙한 김건우에게는 낯선 경험이다. "한국말로 대사를 하는 게 처음 경험하는 것이어서 무척 신기했다. 괜찮을까 싶었는데 첫 연습을 해 보니 너무 괜찮겠다 싶은 느낌이 들었다."

서울시오페라단 '마술피리'에서 주인공 타미노 왕자 역을 맡은 테너 김건우   [사진 제공= 서울시오페라단 제공]

서울시오페라단 '마술피리'에서 주인공 타미노 왕자 역을 맡은 테너 김건우 [사진 제공= 서울시오페라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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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국어로 소통하는 것도 익숙지 않은 경험이다. "모국어를 사용하면서 무대를 준비하는 느낌이 무척 색다르다. 정서적으로 엄청 가까운 느낌이 든다. 외국 공연에서는 아무리 외국어를 잘해도 소통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번 공연에서 많은 분들이 처음 보는 분들인데도 굉장히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무척 편하다. 외국에서는 이런 느낌을 갖기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제가 처음 리허설 현장에 도착하면 일단 색안경을 끼고 본다. '네가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 '네가 뭔데 주인공을 맡았냐' 이런 느낌이다. 그때 잘해서 내 편을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는 그런 게 필요 없다. 따뜻하게 맞아주니 부담도 줄고 오래 지나지 않았지만 동료라는 느낌을 받는다."


김건우가 국내 무대에서 정식 오페라 무대에 오르기는 2018년 이후 약 5년 만이다. 당시 마포문화재단 'M-PAT(엠팻) 클래식 음악축제'의 야외 오페라 '사량의 묘약'에 주인공 네모리노로 출연했다. 오랜만에 고국 무대에 오르는 만큼 각오도 남다르다. 그동안 유럽 무대에서 갈고닦은 기량을 마음껏 펼쳐 보일 심산이다.


김건우는 프리 선언 직후 코로나19를 맞닥뜨렸지만 자신은 그나마 운이 좋았다고 했다. 팬데믹 이후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다. "동료 중에는 1년 6개월 동안 쉬는 경우도 있었는데 저는 5개월 정도 쉬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 선 무대는 북유럽의 스웨덴에서였다. 유럽의 극장이 다 문을 닫는 상황이었는데 스웨덴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내내 개인의 책임과 자율을 강조하며 최소한의 방역 조치만 취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공연도 지속됐다.

"북유럽은 특이하게 공연을 오래 한다. 극장 예산이 충분하다 보니까 한 작품을 준비하면 10회 이상 공연을 한다. 이번 서울시오페라단 공연은 4회만 하는데 스웨덴에서는 15회, 18회씩 공연을 길게 했다." 공연 횟수가 늘수록 그만큼 보수도 증가해 경제적으로 도움이 크게 됐다.


김건우가 빠르게 무대에 설 수 있었던 이유는 그만큼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김건우는 2013년 국립오페라단 콩쿠르 금상, 2015년 몬트리올 콩쿠르 1등을 차지했다. 2016년에는 세계적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가 주최하는 오페랄리아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제트파커 영아티스트 프로그램 수료 전 메인 무대 주역으로 발탁되기도 했다. 그는 2019년 7월18일 '연대의 아가씨' 주인공 토니오 역으로 세계 3대 오페라 극장 중 하나인 로열 오페라하우스 무대에 데뷔했다. 이런 입상 경력이 김건우에게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마술피리가 됐을 것이다.


마술피리 1막에서 타미노 왕자는 뱀을 보고 기절할 정도로 약한 인물로 묘사된다. 그런 타미노 왕자는 예쁜 파미나 공주의 초상화를 보고는 첫 눈에 반해 무턱대고 구하겠다며 모험을 시작한다. 뱀을 보고 기절할 모습을 떠올리면 객기나 다를바 없이 느껴진다. 모험을 시작하는 타미노 왕자에게 파지나 공주의 어머니 밤의 여왕이 시녀를 통해 건네주는 것이 호신용 마술피리다.

서울시오페라단 '마술피리'에서 타미노 왕자 역을 맡은 테너 김건우(왼쪽)와 파파게노 역의 바리톤 김기훈이 극 중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시오페라단]

서울시오페라단 '마술피리'에서 타미노 왕자 역을 맡은 테너 김건우(왼쪽)와 파파게노 역의 바리톤 김기훈이 극 중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시오페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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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우가 로열오페라하우스 영아티스트 수료 직후 프리를 선언한 결정도 어쩌면 파미나 공주의 미모에 혹해 무턱대고 모험을 나서는 타미노 왕자처럼 무모했다.


그는 "프리 선언은 무척 위험한 선택이었다. 극장은 배역을 해본 경험이 있는, 일종의 경력직을 선호하는데 나는 아무런 경력을 쌓은 게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저한테 배역을 줄 이유가 없는 거다. 다행히 매니저가 프리로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저와 같은 생각을 해줬다. 한번 부딪혀 보자 했는데 공연이 잡혔다."


그는 무모한 모험을 선택한 이유가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 싫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가능하면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다. 극장의 전속 가수가 되면 생활은 안정적이지만 그 극장에서 같은 사람들과 매번 비슷한 작품만 계속해야 한다. 그러면 사실 우물 안 개구리가 되는 거다. 여러 사람 만나고 여러 나라에 가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여러 역할을 하고 싶다."


김건우는 이번 마술피리 4회 공연 중 두 차례 무대에 오른다. 그와 호흡을 맞출 파미나 공주 역은 2014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올림픽 찬가를 부른 소프라노 황수미가 맡았다. 마술피리에서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코믹한 역할의 새잡이 파파게노 역은 김건우가 오랜 친구 같다는 바리톤 김기훈이 맡았다. 김기훈은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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