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美 국방부 관리 인용해 보도
"위치추적센서로 미군 물자 감시 우려"
미국 국방부 내에서 중국산 컨테이너 크레인이 스파이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돼 미국 정부가 대책마련에 나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단독 보도했다. 해당 컨테이너에 위치추적 센서가 탑재돼 미군의 군수물자 이동로를 추적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정부는 정찰풍선에 이어 미국 측이 억지를 부리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일(현지시간) WSJ는 미국 국방부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해 "중국의 ZPMC(상하이진화중공업그룹)가 만든 크레인은 상대적으로 잘 만들어지고 저렴하지만, 컨테이너의 출처와 목적지를 등록하고 추적 가능한 정교한 센서가 포함돼있어 미군의 작전 지원을 위한 군수물자의 이동 정보를 추적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며 "이것은 트로이의 목마가 될 수 있으며, 새로운 화웨이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미 국가안보분야 전문가들은 그동안 중국산 컨테이너 크레인은 물론 중국산 수하물 검사 시스템, 변압기 등 항만에서 쓰이는 온갖 중국산 제품들이 중국의 미국 감시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일부는 필요시 원격 제어가 가능해 미국의 물류를 방해할 위험성도 가지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 중국의 정찰풍선이 미 영공에서 격추된 이후 미 보안당국은 중국에서 수입된 전자제품, 장비 등에 대한 보안 검색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이번 ZPMC 크레인의 경우에는 실제 스파이 활동 사례가 발견됐는지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다.
ZPMC는 전세계 컨테이너 크레인 시장의 70%를 장악 중이며 100여개 이상 국가들에 해당 기업의 크레인이 설치돼있다. 미국에서도 전체 선박 및 해상용 컨테이너 크레인의 80% 이상이 ZPMC의 제품으로 구성돼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최근 버지니아와 사우스캐롤라이나, 메릴랜드 등 미군기지 인근지역 항구들에서도 ZPMC의 크레인을 새로 구입하자 미 연방수사국(FBI)이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고 WSJ는 전했다. FBI에서는 2021년 일부 ZPMC 크레인에서 정보수집장비를 발견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정찰풍선 논란이 미 정계에서 큰 이슈가 됐기 때문에 향후 ZPMC 크레인에 대해서도 제재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카를로스 히메네스(공화·플로리다) 하원의원은 향후 중국산 크레인 구매를 금지하고 다른 나라 제품 이용을 독려하는 법안을 지난해 발의하기도 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미국의 억측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워싱턴DC 주재 중국 대사관은 WSJ에 "미국의 우려는 중국과의 무역과 경제협력을 방해하려는 편집증적인 시도"라며 "이는 무책임하고 미국의 이익 또한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ZPMC측은 WSJ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성인 절반 "어버이날 '빨간날'로 해 주세요"…60대...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