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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씨네]강형욱이 보면 기절할 '멍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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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씨네리뷰]
'멍뭉이' 다음달 1일 개봉
배우 유연석·차태현 주연
90년대 영화 같은 낡은 설정

"마당에서만 사는 것은 반려견들이 가장 싫어하는 삶이죠. 집에서 키우지 못할 거면 키우면 안 됩니다."


동물훈련사 강형욱은 모든 반려견을 집 안에서 키우라고 강하게 교육해왔다. 아파트보다 전원주택이 많았던 70~80년대, 마당에 풀어놓고 개를 키우던 집이 많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넓은 마당을 갖춘 저택이라 할지라도 반려견을 밖에서 키우면 안 된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서다. 이는 우리에게 '지식'이 아닌 '상식'이다.

강형욱이 영화 '멍뭉이'(감독 김주환)를 본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멍뭉이'는 15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CGV용산에서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귀여운 동물에 기댄 허술한 이야기
'멍뭉이' 스틸[사진제공=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멍뭉이' 스틸[사진제공=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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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간단하다. 청년 민수(유연석 분)가 결혼을 앞두고 알레르기에 시달리는 여자친구(정인선 분)로 인해 11년간 키워온 반려견 루니를 입양 보내려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후 민수가 사촌 형(차태현 분)과 루니의 입양처를 찾아다니다 마주하는 뜻하지 않은 일들이 로드무비 형식으로 펼쳐진다.


민수는 여자친구가 프러포즈를 받아들이자 기뻐하며 곧바로 루니에게 새로운 가족을 찾아주겠다 결심한다. 선뜻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의 반려견 사진을 올리고 해맑게 입양처를 찾는 민수의 모습은 공감되지 않는다. 플롯 자체가 관객을 설득하지 못하는 것이다. 극 초반 설득되지 않으니, 입양처를 찾아다니는 과정도 흥미롭지 않다. 영화를 보는 내내 '왜?'라는 물음이 불쑥불쑥 치민다.

(상업)영화는 새롭게 창작된 픽션이고, 영화적 상상력과 가상 이야기임을 감안하고 본다고 하나, 기본적인 설정조차 납득시키지 않으면 관객을 영화로 끌어들이기 힘들다. 주인공의 이야기에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여야 관객을 극에 발붙이게 하지만, '멍뭉이'는 출발부터 관객을 붙잡지 못한다.


'멍뭉이'는 연출적 흠결이 두드러지는 영화다. 차태현, 유연석 두 배우는 마치 90년대를 주름잡은 '투캅스' 콤비처럼 그려진다. 연기가 문제가 아니다. 감독이 설정한 코믹한 대사 톤, 작위적인 배경음악이 극 자체를 레트로하게 완성한다.


줄줄이 등장하는 반려견들의 모습은 한없이 사랑스럽지만, 당장 휴대전화를 열어 유튜브를 켜면 그보다 귀여운 영상은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단지 사랑스러운 강아지들이 나온다고 해서 영화를 보러 갈 거라는 안일함은 넣어두시길.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영화관람료가 상승하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선택지가 많아진 까닭에 관객들은 반드시 극장에 갈 이유를 찾는다. 동물이나 어린아이의 순수함에 기댄 영화도 이 시대에는 더는 안 통한다는 말이다.


반려견 인구 1500만 시대…재미도 감동도 無
'멍뭉이' 스틸[사진제공=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멍뭉이' 스틸[사진제공=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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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인구 1500만 시대. 동물은 더는 인간의 소유물이 아닌 동반자, 가족 그 이상의 의미를 준다는 것은 이제 사회통념으로 자리 잡았다. 반려견을 소재로 다룬 영화 '멍뭉이'는 그래서 더 신중했어야 했다. 엔딩에서는 헛웃음이 난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극적인 재미도, 이렇다 할 의미도 전하지 못한다.


극장 연간 관객수 2억 시대는 사실상 저물었다. 1000만 영화가 이따금 나오고는 있지만,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극장 분위기는 전과 같지 않다. 좋은 영화가 많이 만들어져서 관객들이 다시 극장에 걸리는 영화를 신뢰하게 되길 바란다. 이러한 맥락에서 '멍뭉이'는 아쉬운 작품이다.


"그거 봐, 그냥 집에서 OTT 볼 걸 그랬어."


극장에서 영화를 본 관객들의 입에서 적어도 이러한 말이 나오지 않도록, 어느 정도 수준을 갖춘 영화들이 극장에 많이 걸리길 바라는 마음이 강하게 든다. 3월1일 개봉. 러닝타임 112분. 전체관람가.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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