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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전세피해 정책 공감 얻으려면…실태조사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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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빚 내 마련한 보증금도 못 받게 된데다 이자만 겨우겨우 갚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출을 또 받아 이사하라는 건 현실을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 밖에 안 돼요." 최근 만난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들의 말이다.


'빌라왕', '건축왕', '빌라의 신' 등 전세사기 사태로 수천 가구가 경매에 넘어가고 보증금을 뜯길 처지에 처했다. 이에 정부는 예방 대책과 함께 이미 사기의 덫에 걸려든 피해 임차인들을 위해 긴급주거지원과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1%대 저리 긴급 대출을 시행한다고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피해 임차인들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해당 부처 공무원은 "지자체에 작년 11월부터 피해 임차인들의 평균 보증금 규모, 대출 금액과 비중, 이자 수준 등에 대한 실태 조사를 요구했는데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통상 일이 터지면 해당 부처 공무원들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런데 발표하는 정책들마다 보통 단기처방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지, 피해를 본 사람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방안은 무엇인지 제대로 들여다볼 시간이 없는 탓이리라. 물론 당장 직면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단기방안도 필요하다. 하지만 숙고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정책은 소모된 뒤 폐기돼 버리거나 보완-수정-보완-수정의 지루한 과정을 반복하는 동안 누더기가 될 수 있다.


특히 전세 사기처럼 각자 상황, 사연이 다른 피해자가 존재하는 사안인 경우 실태조사는 꼭 필요한 과정이다. 그래야 내놓은 정책이 피해자들에게 공감을 얻고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또 다른 임차인은 "미추홀구 전세사기가 20·30세대 피해로만 조명됐는데 SNS 소통에 익숙하지 않고 정보 수집에 어두운 노인 피해자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피해자가 있는 현장일수록 실태 조사를 통해 수면 아래 있는 피해자를 발굴하고 적절한 조처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누구나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을 고안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정책 수혜자의 체감도를 높이려면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과정은 꼭 필요하다. 대책을 기다리는 국민들도 빨리 대책을 내놓으라고 정부를 윽박지르기보다 오래 두고 쓸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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