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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의 함정]③‘주가 부양 vs 경영권 위협’ 소각 효과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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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투자자 “적극 환영, 저평가 해소 기대”
재계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 후 정비해야”

편집자주금융위원회는 자사주 제도 개편안을 검토중이다. '자사주 매입 후 소각 의무화' '인적분할 때 자사주에 대한 신주 배정 금지' 등이 핵심 내용이다. 금융투자업계와 개인 투자자들은 주주권리 개선을 기대하며 환영하는 입장이다. 이와 달리 재계에서는 경영권 방어 수단 중 하나가 사라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국내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소각 현황과 효과 등을 분석해 자사주 제도의 개편 방안을 짚어봤다.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지난해 다수의 소액주주 보호 정책을 내놓았던 금융위원회가 자사주 제도 개편안까지 검토하면서 '자사주 매입 후 소각 의무화' 등의 내용을 둘러싼 신경전이 팽팽하다. 금융투자업계와 개인 투자자들은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환영하는 입장이지만, 재계에서는 경영권 방어 수단 중 하나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에 반발하고 있다. 당국은 "확정된 바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제도 개편 가능성이 제기된 만큼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5일 금융위원회는 "일반투자자 권익 보호 차원에서 자사주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다만 구체적인 방안은 결정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김소영 금융위 부원장 역시 '2023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자사주를 취득하고 처분하는 과정에서 시장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에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자사주 매입 후 소각 의무화 ▶인적분할 때 자사주에 대한 신주 배정 금지 등이 개편안에 포함되느냐다. 당국은 자사주 매입이 소각으로 연결되지 않는 국내 자본시장의 관행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를 유발하는 한 요인으로 보고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자사주의 함정]③‘주가 부양 vs 경영권 위협’ 소각 효과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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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에서는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이 관행처럼 자리 잡은 모습이다. 미국이 대표적이다. 김수현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은 자사주를 시장에 재매각할 경우 기업공개(IPO) 과정만큼 어려운 절차를 거쳐야 하고, 소각하지 않는 자사주는 시가총액 산출에서 배제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했다 재차 시장에 매각할 경우 주식을 처음 발행했을 때처럼 증권거래위원회(SEC) 승인을 위해 재등록해야 하는 의무 등의 요건이 강하다.


금융위는 지배주주가 인적분할 방식으로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별다른 비용을 들이지 않고 지배력을 강화하는 이른바 '자사주 마법'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그동안 많은 대기업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자사주 마법'을 활용했다. 인적분할로 신설되는 회사는 기존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회사의 주식을 나눠 갖기 때문에 존속회사는 자사주 지분율에 해당하는 신설회사의 지분을 자동으로 확보할 수 있다. 회사가 분할되면 법인격도 달라지기 때문에 의결권도 부활한다. 금융위는 이런 자사주 마법을 차단하기 위해 자사주에 배정된 신설회사 주식의 의결권 제한, 신설회사 주식 배정 금지, 소각 의무화 등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재계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당국이 현 상황에서 자사주 규제를 강화할 경우 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단 중 하나가 사라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차등의결권 등이 채택되지 않아 경영권 방어 수단이 마땅치 않은 게 사실"이라며 "다른 경영권 방어 수단을 도입한 후 자사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게 재계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자사주 규제로 인적분할과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기업 지배구조 투명성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회사가 자사주를 의무적으로 소각하게 하는 법률이 시행되면 적대적 M&A를 하려는 자본에 대항해 행사할 수 있는 방어수단이 줄어드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면서 "아울러 주식의 소각은 상법상의 중요한 제도이므로 법무부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개인 투자자 5만명이 가입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의 정의정 대표는 "금융위기 무렵인 2007년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83이었는데 지난해 말 0.84로 15년 동안 제자리걸음"이라며 "주주가치 제고에 소극적인 기업의 책임도 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사주 마법을 풀고 적극적인 주주친화 정책을 통해 상생하는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지배주주의 비용이 아니라 자사주를 이용해 지배력 강화를 꾀하는 건 정당성 논란을 피할 수 없다"며 "자사주의 취득은 곧 주식의 소각으로 간주하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위는 각계 의견을 수렴한 후 구체적인 제도 개선 방향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재계와 개인 투자자 중 어느 쪽 입장이 개편안에 더 반영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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