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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 진단]똑같은 A급? 비빌 언덕 있는 기업만 회사채 시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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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대기업 계열 여부, 실적 전망 따라 희비
2월 FOMC 등 금리정책 변동 여부 변수
저신용 기업 몰린 건설·화학·증권 업종 자금 경색 경계해야

[채권시장 진단]똑같은 A급? 비빌 언덕 있는 기업만 회사채 시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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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윤주 기자] #1. 효성화학(A)은 17일 회사채 수요예측 결과 0건의 부끄러운 기록을 남겼다. 올해 첫 A등급 신용물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지만 투자자들은 외면했다.


#2. 18일 신세계푸드(A+)의 수요예측은 신용등급을 감안하면 대성공이었다. 발행액의 4배 수준의 주문을 받았다. A등급이지만 수요가 몰리면서 발행금리도 민평금리(민간 채권 평가사가 평가한 기업의 고유 금리) 대비 10bp(1bp=0.01%포인트) 낮게 결정될 전망이다.

#3. 하나에프앤아이(A)의 18일 수요예측에도 발행액의 8배 수준의 자금이 몰리며 흥행을 기록했다. 효성화학과 같은 등급이지만 800억원 규모의 수요예측에 6600억원이 몰렸다.


자금 조달 가능 기업만 회사채 시장에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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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채권시장에서 'A' 신용물의 희비가 엇갈렸다. 똑같은 A등급이라도 전망이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에 따라 수요예측 결과가 다르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요즘 시장의 시각은 좀 다르다. 비상 상황 때 돈을 대줄 수 있는 모기업 또는 관계사, 탄탄한 금융지주 계열사, 실적 전망이 괜찮은 업종 여부 등 비빌 언덕이 확실한 기업만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효성화학은 12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희망했지만 기관 투자자의 주문은 없었다. 효성화학은 대기업 계열이긴 하다. 그러나 신용등급에 '부정적' 전망 꼬리표가 붙어 있고, 업황·실적 전망이 나빠 분기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그나마 효성화학에 돈을 빌려준 산업은행과 회사채 발행 주관사인 KB증권·한국투자증권이 미달분을 떠안았다.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결론적으로 자금 조달에는 성공한 셈이다.

신세계푸드는 500억원 희망에 195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발행금리도 민평금리 대비 10bp 낮은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금 동원력이 뛰어난 신세계 계열사라는 점과 필수 소비재(식자재) 회사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몰렸다. 부실채권을 싼값에 떼어다가 이보다 조금 나은 대출과 묶어서 파는 하나F&I도 대흥행을 기록했다. 하나금융지주 계열인 데다, 사업 특성상 불황에 더 유망한 까닭에 발행액 800억원에 6600억원의 주문이 이어졌다.


증권사 채권 담당 임원은 "효성화학·신세계푸드·하나F&I의 수요예측 결과는 엇갈렸지만 다들 믿는 구석이 있어 시장에 나왔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효성화학처럼 누군가 발행물량을 떠안을 곳이 없다고 생각하면 시장에 아예 나오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A급은 '뒷배'까지 필요하지만 AA급 이상 (초)우량채는 다르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정부의 시장 안정 조치로 채권시장이 온기를 되찾으면서 우량채는 인기 폭발 수준이다. 새해 들어 회사채 시장에 나온 KT(AAA)·이마트(AA)·포스코(AA+)·LG유플러스(AA)·롯데제과(AA) 등의 수요예측에는 기관 투자자의 자금이 대거 몰렸다. 특히 KT가 공모 회사채 시장 사상 최대 금액을 모은 다음날 포스코가 바로 이 기록을 깨기도 했다. 7000억원을 희망한 포스코의 회사채 수요예측에는 3조9700억원이 접수됐다. 기관 투자자들이 금리가 더 오르지 않거나 떨어질 것으로 보고 안정적인 고정 수익을 확보하려는 차원에서 이렇게 베팅한 것이다.


건설·화학·증권 등은 회사채 발행 문턱 넘기 어려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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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건 (초)우량채에 한정된 얘기다. 채권시장에서는 지금도 자금 사정이 불안한 비우량채는 시장의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법적으로 'BBB' 이하가 투기등급이지만 경기 침체가 예상되면 시장은 변동성에 취약한 'A'급 회사채도 투기등급으로 여긴다"라며 "특히 건설·화학·증권 등 업종은 크레딧 시장에서 기피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특히 시장은 건설 업종을 요주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채권시장을 뒤흔들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내 10대 건설사를 보면 6곳이 'A' 등급이고, 나머지가 'AA' 등급이다. 삼성물산(AA+)·현대건설(AA-/안정적)·GS건설(A+/안정적)·포스코건설(A+/안정적)·대우건설(A/안정적)·현대엔지니어링(AA-/안정적)·롯데건설(A+/부정적)·디엘이앤씨(AA-/안정적)·HDC현대산업개발(A/부정적)·SK에코플랜트(A-/안정적) 등이다.


문제는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등급이 'AA'와 'A'라는 점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21년 신용등급별 회사채 발행 비중은 AA(36.4%), A(14.7%), AAA(10.7%), BBB(4.2%) 순이었다. 'AA'와 'A' 등급이 전체 발행 규모의 절반을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AA(39%), AAA(16.5%), A(9.7%), BBB(3.6%) 순이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자금 경색이 발생했던 지난해에는 비우량채로 인식되는 A등급 이하 기업보다 우량한 기업에 자금이 몰렸다"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당연한 움직임이다. 불안한 곳에 투자할 까닭이 없다. 그런 측면에서 특정 업종의 만기 자금 차환이나 신규 자금 조달이 막히지 않도록 정부가 움직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시장 논리에 따라 개별 기업이 구조조정이 되는 것과 특정 업종 전체가 자금 경색으로 위기를 겪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투자자들이 특정 업종을 기피해 경영에 문제 없는 기업까지 위기를 겪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부 회사채 시장 지원…특정 업종 자금 경색 대비해야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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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해 '50조원+α' 규모의 시장 안정 조치를 발표한 이후 올해도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등에서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회사채 시장을 위한 프로그램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우선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이다. 약 7조6000억원 규모로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이 자금을 지원한다. 비우량 회사채를 주로 매입하고 있다.


두번째는 프라이머리채권담보부증권(P-CBO) 프로그램이다. 통상 신용도가 낮아 회사채를 발행하기 어려운 기업의 채권을 모아서 신용보증기금 등의 보증을 거쳐 발행한다. 기존에는 A-에서 BBB-까지 지원했으나, 일반 기업은 BB- 이상, 여전사는 BBB- 이상으로 지원 대상을 확대했다.


코로나19 당시 도입했던 회사채·CP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는 가동하지 않고 있다. 2020년과 달리 현재 채권시장에 돈이 모자라진 않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은 채권시장의 아랫목에만 온기가 퍼진 모습이다. 윗목에도 온기가 번지기까진 변수가 많다. 무엇보다 금리 향방이다. 2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인상폭에 따라 투자심리가 달라질 수 있다. 시장은 연내 금리 인하에 베팅하고 있다. 시장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도는 '금리 역전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국고 3년물 금리는 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18일까지 4거래일째 기준금리(3.50%)를 밑돌았다.


경기 침체도 가시화되고 있다. 1월1∼1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이 138억62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9% 줄었다. 수출은 지난해 10월 감소세로 전환한 후 12월까지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경기 변동에 따라 건설·화학 등 주요 기업의 신용등급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비우량채 투자심리가 더욱 얼어붙을 가능성이 크다. 특정 산업의 자금 경색이 발생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커질 수 있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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