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 "올 세계 경제 1.7%성장...침체 위기 가까워"(종합)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세계은행(WB)이 높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을 이유로 2023년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췄다. 또한 글로벌 경제가 경기침체에 "위험할 정도로 가까워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WB는 10일(현지시간) 공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올해 글로벌 경제 성장률을 1.7%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작년 6월 보고서에서 전망한 3.0%보다 1.3%포인트 낮은 수치다. 경기침체를 겪은 2009년과 2020년을 제외하면 지난 30년간 가장 낮은 성장률이기도 하다. WB는 "광범위한 악화가 예상된다"며 "전 세계 다수 지역에서 1인당 소득증가율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10년간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보고서에서 WB는 선진국 경제의 95%, 신흥 경제와 개발도상국의 약 70% 대해 기존보다 성장률 전망을 낮췄다. 선진국의 경제둔화 전망이 특히 뚜렷했다. 미국과 유로존은 각각 0.5%, 0%로 성장률 전망치가 대폭 하향됐다. 기존 전망보다 각각 1.9%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주요 선진국들의 경기둔화로 전 세계가 3년도 채 안 돼 새로운 경기침체에 진입할 것이란 경고가 나온다. 지난 20년간 이러한 규모의 둔화는 글로벌 경기침체의 전조였다고 WB는 지적했다.
중국은 올해 4.3% 성장률로 2%대를 기록한 작년보다 다소 경제 회복이 점쳐졌지만 이 또한 기존 전망치 대비로는 0.9%포인트 낮다. 중국을 제외한 신흥 경제와 개도국의 성장률은 작년 3.8%에서 올해 2.7%로 둔화할 것으로 봤다. 이들 국가의 경우 높은 인플레이션, 통화가치 하락, 자금조달 악화, 외부 수요의 현저한 약화 여파가 크게 반영됐다.
특히 WB는 신흥시장과 개도국이 높은 부채부담과 통화 약세, 기업투자 둔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세계 경제가 한층 악화한 상황에 부닥칠 수 있음도 경고했다. 다수 국가에서 1인당 소득증가율이 뒷걸음질 치는 반면, 금융 여건은 긴축화 되며 곳곳에서 더 많은 부채위기가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향후 2년간 신흥 경제와 개도국의 1인당 소득 증가율은 2.8%로 전망됐다. 이는 2010~2019년 평균 실적보다 1%포인트 낮은 것이다.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은 세계 극빈층의 약 60%가 사는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다. 올해와 내년 1인당 소득 증가율이 평균 1.2%에 그치면서 오히려 빈곤율이 높아질 수 있다고 WB는 지적했다.
WB는 "미국, 유로존, 중국 등 세계 3대 성장 동력이 신흥시장과 개발도상국에 불리한 영향을 미치면서 현저한 약세"라며 "취약한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 이를 억제하기 위한 급격한 금리 인상, 코로나19 재확산, 지정학적 긴장 고조 등과 같은 새로운 악조건이 세계 경제를 침체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24년 성장률 전망치는 2.7%로 제시됐다. 한국에 대한 전망은 이번 보고서에선 별도로 언급되지 않았다.
향후 주요 리스크로는 금리 인상을 꼽았다. WB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연방준비제도(Fed) 등 각국 중앙은행들의 긴축 행보로 인해 경제 부담이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평균 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경우 세계 성장률은 한층 낮아질 것으로 추산된다. WB는 최근 에너지, 원자재 가격을 비롯한 일부 인플레이션 압력이 누그러지기 시작했다면서도 근원 인플레이션 상승은 지속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이는 각국 중앙은행이 예상보다 더 고강도 긴축에 나서게 함으로써 글로벌 경기둔화의 악화 요인이 될 수 있다.
데이비드 맬패스 WB 총재는 "신흥국과 개도국은 과도한 부채 부담, 투자 부진으로 다년간 저성장에 직면해있다"며 "선진국은 매우 높은 수준의 국가부채와 금리 인상을 마주한 상태"라고 밝혔다.
한편 WB에 이어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조만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재차 하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IMF는 매해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WEF·다보스포럼)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업데이트한다. 앞서 IMF는 지난해 10월에도 주요국들의 금리 인상, 인플레이션 압박,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이유로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7%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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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공개된 인터뷰에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올해는 세계 경제의 많은 부분에 있어 ‘더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세계 경제 3분의 1이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중국이 지난해 말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함에 따라 당초 전망보다 세계 경제성장률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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