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5년간 65조+α 감소…재정 위축 우려 커진다
[아시아경제 세종=이동우 기자] 정부 세제 개편안에 따른 세수 감소분이 5년간 65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 세액공제까지 확대할 경우 세수 감소분의 추가 증가로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행한 '2022년 개정세법 심의 결과 및 주요 내용'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7년까지 5년간 세수 감소액은 64조4000억원에 달한다. 법인세 감소액 27조4000억원을 비롯해 소득세(-19조4000억원), 증권거래세(-10조9000억원), 종합부동산세(-5조7000억원) 등 주요 세수가 모두 줄어들 것으로 봤다.
해당 감소액은 지난해 12월 23·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각각 의결한 개정세법에 따른 심의 결과로, 올해 최대 25%까지 상향한 반도체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의 세수 감소분(-3조 6500억원)은 제외한 수치다.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3년간 세수 감소액은 총 6조3900억원으로 추산된다.
세수 감소가 정부 건전재정 기조에 악재로 작용할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경제 선순환을 통해 줄어든 세수를 메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액공제 혜택을 확대한 만큼 기업이 투자를 늘리면 수출·일자리·매출 등 증가로 연결돼 결과적으로 법인세와 소득세액 등이 증가한다는 설명이다.
경제전문가들 역시 이러한 ‘낙수효과’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김기흥 경기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세액공제율을 확대할 경우 단기간 세수가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도 “정부는 단기 세수 감소보다 투자 활성화를 통한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는 게 장기적으로 세수 확보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명재 한국재정학회장(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분배 측면에서 봤을 때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주요 산업 경쟁력이 하락하면 결국 일자리 감소로 이어져 저소득층이 확대된다"며 "세액공제율 상향을 세수 감소 측면으로만 접근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변수…추가 세원 확보 우려도
문제는 정부가 예상한 낙수효과가 기대에 못 미쳐 경제 선순환 과정이 장밋빛 전망으로 끝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올해부터 반도체 경기 위축으로 기업의 단기 투자 축소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업계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4조3000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69% 감소하는 어닝쇼크(실적충격)를 기록하자 올해 투자 감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경쟁사들의 실적 부진 속 투자 재축소라는 명분을 확인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를 대비한 추가 세원 확보 방안이 부재하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정부가 법인세율 인하에 따른 세수 확보안을 제시하지 않고 지출축소 방안만 제시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KDI 비공개 검토원이 같은 해 10월 발표한 '법인세 세율 체계 개편안에 대한 평가와 향후 정책과제'의 발행 전 검토보고서에 '최근 재정상황 및 중장기 재정상황을 고려할 때 추가적 세수 확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채 발행 역시 부담이다. 국채가 너무 많이 발행되면 발행금리가 높아지고, 이는 결국 시장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올해 국고채 순발행액을 전년 대비 60% 수준인 60조원대로 축소한 이유도 국고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특히 최근 2년간 코로나19 대응으로 증가한 국고채 만기도래액이 올해 86조5000억원으로 전년(56조2000억원) 대비 53.9% 증가한 것도 추가 발행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각에선 세수 확보가 어려워질 경우 취약계층 지원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수가 감소했을 때 사회복지 부문이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문제는 어느 부분을 줄여 세수를 충당하느냐인데 정부 지출이 줄어들더라도 복지 부문을 줄여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우형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건전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의 조세지출성과관리 및 조세특례 예비타당성조사 등을 통해 경제효과를 재평가하고, 사후적으로 조세를 관리하는 방안도 하나의 대안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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