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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마케팅'에 둘째딸 앞세운 김정은…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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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부터 꾸준히 '미사일과 함께' 등장
"후계자 낙점" vs. "ICBM 선전 수단"
미래세대 위한 北 '핵 무력 강화' 암시

[아시아경제 장희준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둘째 딸 김주애가 잇따라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미사일 관련 현장마다 최고지도자 곁에 동행하는 차녀를 놓고 '후계자로 낙점됐다'는 분석부터 '미사일 선전 수단'으로 딸을 활용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4일 외교안보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일 조선중앙TV를 통해 김 위원장이 딸 김주애의 손을 꼭 잡고 미사일 시설을 시찰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주목할 점은 시점과 장소다. 매체는 새해 첫날,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과를 보도하면서 김주애의 모습을 송출했다. 올해 국정운영 방향과 각종 군사 전략이 담긴 중대 발표에 등장시킨 것이다.

조선중앙TV가 1일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미사일 시설 시찰 장면. 김주애가 손을 꼭 잡은 채 동행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조선중앙TV가 1일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미사일 시설 시찰 장면. 김주애가 손을 꼭 잡은 채 동행하고 있다. /조선중앙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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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부녀가 찾은 장소는 평양 인근의 태성기계공장으로 추정된다. 북한에서 가장 오래된 미사일 생산 기지로, 주요 탄도미사일을 최종적으로 조립·완성한 뒤 군에 인도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김주애의 배경에 잡힌 미사일은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과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으로 파악됐다.


김주애의 등장은 이번이 세 번째다. 공통점은 항상 미사일과 함께했다는 것이다. 첫 등장은 지난해 11월18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발사할 당시 현장에서 김 위원장의 곁에 동석한 모습이었다. 이어 같은 달 27일 ICBM 발사 성공을 축하하며 개발 공로자를 치하하는 행사에 동행했다.


첫 등장 때 패딩 점퍼를 입고 비교적 천진한 아이의 모습으로 나타났던 것과 달리 두 번째 등장 때는 성인 여성처럼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나타났다. 당시 북한군 간부들은 아이에게 상체를 숙이며 인사했고, 김주애는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 채 손을 잡았다. 과거 김일성 주석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나 김경희를 데리고 다니면서 군 간부들을 가리켜 "삼촌한테 인사해"라고 가르쳤다고 알려진 것과 상반된다. 아무리 '백두혈통'이라 해도 그간 북한에선 '없던 일'인 것이다.

특히 관영 매체들은 첫 등장 당시 김주애를 "사랑하는 자제분"이라 칭한 것과 달리 두 번째 등장을 보도하며 "존귀하신 자제분"이라고 높여 불렀다, 최고지도자가 아닌 인물에게 존칭을 사용한 것 또한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미사일 옆 연속 동행, 우연 아냐…후계자 낙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공로자를 치하하는 행사에 참석한 김주애. /조선중앙통신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공로자를 치하하는 행사에 참석한 김주애. /조선중앙통신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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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김주애의 연속적인 등장을 두고 '후계자설'을 제기했다. 그는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화성-17형 시험발사 현장부터 괌·일본 타격이 가능한 화성-12형, 남한 전역 타격이 가능한 KN-23 시찰까지 김주애를 동행시킨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라며 "후계수업 차원"이라고 해석했다.


정 센터장은 "김주애가 미래에 후계자가 될 것임을 북한 주민들에게 다시 한번 간접적으로 각인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대외적으로 공개되는 자료들을 사전에 철저히 준비하는 만큼 김여정 당 부부장이 이끄는 선전선동부가 새해 첫날 방송을 위해 미리 치밀하게 사진을 준비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김주애가 딸이라는 점, 북한에선 남존여비(男尊女卑) 사상이 만연하다는 점은 '후계자설'에 의구심이 제기되는 포인트다. 이에 대해 정 센터장은 "10대 시절 스위스에서 유학 생활을 보낸 김정은은 김정일처럼 남존여비 사상이 강하지 않다"며 "김주애가 여자지만 배짱이 있고 정치적 야심이 있으며 권력과 정책을 승계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면 후계자로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부부장이 정권 2인자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는 점, 김정일 시대 김경희가 최고지도자에 필적하는 권위를 누렸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미래세대' 상징…"딸 등장시켜 ICBM 홍보 효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공로자를 치하하는 행사에 참석한 김주애. /조선중앙통신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공로자를 치하하는 행사에 참석한 김주애. /조선중앙통신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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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이 딸을 그저 '미사일 선전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김주애의 첫 등장 당시 남측 언론들은 물론 해외 주요 외신들까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한 바 있다.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북한으로선 ICBM 발사를 톡톡히 홍보한 것이다.


김주애가 북한의 '미래 세대'를 상징한다는 해석도 있다. 미래세대란 북한의 핵 무력 개발 및 강화 전략이 자녀 세대까지 이어지며, '핵 무력만이 북한의 다음 세대를 지킬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1월27일 김주애가 두 번째 모습을 드러낸 기념촬영 현장에서 "힘과 힘에 의한 대결이 곧 승패를 결정하는 오늘의 세계에서 약자가 아닌 제일 강자가 될 때 나라와 민족의 현재와 미래를 지켜낼 수 있다는 것은 역사가 보여주는 진리"라고 언급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주애의 등장은) 핵 무력만이 어린 세대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 것"이라며 "딸을 ICBM 개발 공로자들 앞에 드러낸 건 아버지의 입장에서 군부에 '백두혈통을 끝까지 사수해달라'는 당부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다만 양 교수는 '후계자설'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그는 "후계자라면 우상화가 동반돼야 하는데 아직까지 김주애에 대해서는 우상화 선전이 없다"며 "따라서 후계자로 볼 순 없고, 자신의 딸을 포함해 미래세대를 보호하기 위해 핵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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