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일몰 先연장, 後논의"
野"고령화 고려…영구 지원"

[아시아경제 김영원 기자] "건강보험은 11조원 상당의 내년 예산이 편성돼 여유가 있다."(김미애 국민의힘 원내대변인)


"예산이 편성돼 있지만 (법이 일몰되면) 집행을 위한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문제가 남게 된다."(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건강보험 국고 지원 일몰 이후 현재와 같은 보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입자의 건강보험료를 약 17.6%를 인상해야 할 것."(국민건강보험공단 노조)


여당과 야당,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들이 법안 하나를 두고 각기 다른 미래를 그리고 있다. 일몰을 사흘 앞둔 건강보험 국고 지원 법안이 그 주인공이다. 여당과 야당이 '일몰 연장'과 '일몰 폐지'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법안은 사실상 올해 마지막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못하면서 일몰 후 해가 바뀐 뒤 법안 논의를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국회에 따르면 건강보험의 국고 지원이 규정된 국민건강보험법,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9개가 현재 보건복지위원회 제2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이다.


건강보험 국고 지원은 2002년 5년 한시법인 '건강보험재정건전화특별법' 제정, 2007년 국민건강보험법에 정부 한시 지원이 규정된 뒤 2012~2016년, 2017년, 2018~2022년까지 총 4번 일몰 연장을 거듭했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일반회계로 해당 연도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14%와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담배사업자가 부담하는 건강증진기금으로 6%까지 국가 재정으로 예상 수입액의 20%를 건강보험에 지원하게 돼 있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효력이 자동으로 없어지는 일몰제가 적용돼 이달 말까지 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건보료 국고 지원은 종료된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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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현행대로 5년 연장" vs 野 "저출산·고령화…영구 지원해야"

여야 지도부는 지난 24일 새벽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합의 처리하면서 건강보험 국고지원 일몰법을 전날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여당과 야당은 모두 건강보험에 당장 국고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다만 한시적이었던 국고 지원을 영구화할지, 또다시 한시적으로 연장할지를 두고 대립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 여당인 국민의힘은 일몰 연장에 방점을 찍었다.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타 일반 회계와 공평성 문제와 지출에 대한 규제를 받지 않는 건강보험의 특성을 고려해 일단 연장 후 추후 개정 논의를 이어나가자는 입장이다.


지난 6일 복지위 법안소위에서 기재부 측은 "현재와 같이 보험료 수입에 연계된 국고지원율을 법정화하면 보험 지출에 대해 외부적인 통제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보험 지출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이 급증할 우려가 있다"면서 "또 국가 재정이 적자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일정률로 건강보험에 재정을 지원할 경우 국가 일반 재정에서는 적자가 발생하는 와중에 건강보험에서는 적립금을 쌓아두는 비효율적인 재정 운용이 발생할 것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도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5년 연장이 바람직하다"면서 "정부가 건보 지출 효율화와 구조 개혁 방안을 추진 중인데, 방안이 나오기 전 국고 지원을 논의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당인 민주당 측은 저출산 고령화가 가속화된 현 상황, 필수의료 등 보장성 강화를 고려하면 건강보험에 대한 영구적인 국고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복지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고령화와 보장성 확대 요구 등으로 보험재정 지출 증대가 예상되지만, 국민들의 보험료 부담을 고려할 때 건보 지출이 증가하는 속도만큼 보험료율 인상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단순한 건보 재정 안정의 문제를 넘어서 국민의 건강권, 의료복지 문제와 직결된 중요한 문제"라며 "지금이라도 정부와 여당이 일몰 규정 폐지를 위한 법안 논의에 적극 동참해달라"고 촉구했다.


재정 지원 기준이 법안에 '예상 수입액'으로 모호하게 적혀 있는 점도 수정이 필요하다고 야당은 주장하고 있다. 복지위 간사인 강훈식 의원은 "그동안 기재부가 규정의 애매모호함을 이유로 보험료 예상수입 과소추계라는 꼼수를 통해 법정 비율보다 부족하게 지원해온 것이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5년간 건강보험료 수입액 대비 정부지원금 비율은 2018년 13.2%, 2019년 13.2%, 2020년 14.8%, 2021년 13.8%, 올해 14.4%로 15%를 넘기지 못했다.


원내 지도부 내년 협상 이어갈 듯

올해 건강보험 관련 일몰 법안이 처리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전날 본회의가 일몰 법안을 한건도 처리하지 않았는데, 여야는 추가연장근로제와 안전운임제 관련 일몰 조항을 놓고 기싸움에 집중하고 있다.


여당은 건강보험법에 대해 '급하지 않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오늘(28일) 본회의가 올해 마지막 본회의가 될 것 같다. 일몰법에 대해서는 오늘 이후에도 민주당과 협의해 나가겠다"며 30일 본회의가 열릴 가능성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주 원대대표는 지난 27일에도 "건강보험 정부 지원은 법이 없다고 해서 지원을 못하는 것도 아니고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일몰이 있다 하더라도 이후에 다시 합의되면 지원할 수 있는 법을 만들 수도 있고 하다"고 전했다.


야당에서도 올해 안에 법안 처리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강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본회의가 마지막이기 때문에 올해는 어렵다고 보지만 지도부가 결심을 하라는 취지로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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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되면 건보료 오를까

건강보험 재정의 15%가량을 책임지던 국고 지원이 종료되면 건강보험료가 올라 국민이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노조는 "법안이 일몰되고 현재 수준 보장이 유지되려면 건보료를 17.6% 인상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 의원은 내년도 국고 지원에 대한 정부 예산이 마련된 만큼 보험료 인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일각에서 올해 안에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 내년 국고지원이 사라져 그만큼 가입자의 보험료 폭등이 예상된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내년 예산안에 10조9700억원이 편성돼 있어 보험료 폭등이 곧바로 발생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다만 "예산 배정과 집행을 위한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문제가 남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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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법적 근거 미비'가 결국 건보 재정의 불안정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법안소위에서 "실무적으로 말하자면 법이 부재 상태가 되면 (기재부 내부 규정에 따라) 예산 배정을 안 한다. 상반기까지는 보험료 수입으로 운영할 수 있지만, 재정 운영이 불안정한 상태가 된다"며 우선 일몰을 연장한 뒤 개정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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