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 수련병원 4곳 중 3곳 "내년 진료 감축 계획"…진료 대란 현실화
전공의 지원율 급감에
당직 운영 한계 부딪쳐
"조속히 대책마련해야"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최근 인천의 상급종합병원 가천대 길병원이 소아청소년 환자에 대한 입원 진료를 중단한 가운데 국내 소아청소년과 수련병원 4곳 중 3곳이 내년부터 진료를 축소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력 부족 문제로 자칫 소아청소년과 진료 체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16일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에 따르면 학회가 올해 전국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내년부터 진료를 축소할 예정이라고 응답한 병원이 75%에 달했다. 응급진료 폐쇄 및 축소(61%)하겠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이어 입원 축소(12.5%), 중환자실 축소(5%) 등 순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인력 부족이다. 근무 전공의가 한 명도 없는 수련병원은 올해 기준 서울 12.5%, 지방 20%로 증가하고 있고, 특히 지방 거점진료 수련병원의 전공의 부재 심화로 내년에는 필요 전공의 인력의 39%만 근무가 가능하다는 게 학회의 설명이다. 전공의 부족을 대체할 교수와 전문의 당직에 의존해 유지해왔으나, 2년이 지나 한계상황에 도달하면서 지방과 수도권까지 거점 수련 병원의 응급진료 및 입원 진료량 축소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달 5~7일 진행된 내년도 전국 전공의 모집에서 소아청소년과는 정원 199명 중 33명만 지원해 지원율이 16.6%까지 폭락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2019년도 80%, 2020년도 74%로 그나마 어느 정도 지원이 이뤄졌다가 2021년도 38%, 2022년도 27.5%까지 떨어졌다.
이 같은 인력 부족 심화는 곧장 병원의 진료 문제로 이어졌다. 올해 학회가 시행한 전국 수련병원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4시간 정상적인 소아청소년 응급진료가 가능한 수련병원은 36%에 그쳤다. 전국의 교수 당직 시행 수련병원이 75%임에도 불구하고 입원전담전문의 1인 이상 운영은 27%뿐이었다. 당장 서울에서만도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대목동병원, 한양대병원 등이 야간진료 또는 소아 환자의 응급실 진료를 축소했다. 이는 인근 타 병원으로 소아 환자가 몰리는 '풍선효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료계에서는 소아청소년 진료 붕괴 위기가 현실화했음에도 실효성 있는 대책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며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학회는 대책으로 ▲중증도 중심 2·3차 진료 수가 및 진료전달체계 개편 ▲전문의 진료 중심 전환 ▲전공의 임금 지원 등 수련 지원 및 지원 장려 정책 시행 ▲소아청소년과 필수의료 지원 및 정책 시행 전담부서 신설 등을 정부와 관계기관에 요구하고 있다.
학회는 "소아청소년과 전문 인력 부족으로 고난도, 중환 진료와 응급진료의 축소 및 위축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어 환자 안전과 사회안전망이 위협받는 위기 상황"이라며 "소아청소년과 진료 대란을 방지하고 전공의 인력 유입 회복과 진료인력난 해소를 위한 정책의 조속한 시행을 정부와 관계기관에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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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와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대한아동병원협회는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동 대한의사협회회관에서 '소아청소년 건강안전망 붕괴위기 극복을 위한 합동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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