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취임6개월 정부안 통과율 ‘0%’..역대 최저
법인세 인하, 금융투자소득세 유예 적신호
野 “경기한파로 추경 예상..감세 안돼”
vs 與 “기업 숨통부터 틔어야”
정쟁화되는 국정과제..경제 불확실성 높아져

[2023 경제전망] 尹노믹스 ‘여소야대의 덫’ 여전..총선 전 극한대립 심화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이기민 기자] ‘89건 대(對) 0건’ (12월 14일 기준)


윤석열 정권 출범 후 6개월 동안 정부가 국회에 발의한 법안(89건) 중 통과된 건은 0건이다. 이는 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여야 극한 대립’과 ‘강 대 강 전면전’이 첨예하다는 방증으로 정쟁(政爭) 변수 탓에 내년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기업·가계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거시경제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정책변수는 빈칸으로 남기고 내년을 내다볼 수밖에 없다. 여소야대의 덫에 걸려 장기표류할 국정과제들이 적지 않아서다.

특히 내년은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지지층 결집을 위해 선명성을 경쟁하는 시기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 2년 차를 맞아 ‘큰 시장·작은 정부’로 요약되는 경제정책의 드라이브를 걸어 총선 승패의 바로미터가 되는 지지율 반등을 모색해야 한다. 야당은 상반기 국정조사, 하반기 국정감사를 화약고 삼아 현 정권의 경제 실정을 본격적으로 부각해야 하는 때다. 결국 정부가 추진하는 법인세율 인하, 금융투자소득세 유예, 중대재해처벌법 완화안, 노동시장 유연화 등 주요 국정과제는 사사건건 제동이 걸릴 공산이 높다.


윤석열 정부 취임 6개월, 정부 법안 통과율 ‘0%’…역대 최저

[2023 경제전망] 尹노믹스 ‘여소야대의 덫’ 여전..총선 전 극한대립 심화 원본보기 아이콘

15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취임(5월10일) 이후 지금까지 발의된 정부 입법은 총 89건(14일 기준)이다. 이중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0(제로)'다. 취임 6개월 동안 정부 입법 통과율이 0%인 셈이다. 역대 최저치다. 새 대통령 취임 후 반년간 정부 입법안 통과율은 높진 않았지만 ‘0’이었던 적은 없었다.

1988년 노태우 정부는 4건의 법률안을 제출했고 이 중 2건이 통과됐다.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도 21건을 발의해 18건,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는 43건 중 8건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35건 발의, 5건, 이명박 정부도 47건 발의 1건, 박근혜 정부 70건 발의 9건 통과, 문재인 정부는 160건 발의 중 12건이 통과됐다.


여야 대치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주요 국정과제 입법을 놓고 ‘협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특히 올해 정기국회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이태원 사태 국정조사 같은 정무 요소로 국회 상임위 소위 파행과 여당 보이콧이 이어지고 있다. 총선을 한 해 앞둔 내년은 이같은 여야 ‘극한대립’ 구도가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법인세 인하, 금융투자소득세 유예 적신호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추진의 난맥상은 감세 관련 법에서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까지 낮추고 과표구간을 단순화하는 내용의 세제 개편안을 냈다. 이에 따라 현재 200억~3000억원 이하 구간에 적용되는 법인세 최고세율 22%가 3000억원 초과 대기업에도 적용되게 된다. 이 방안대로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2009년 이명박 정부 이후 13년 만에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가 이뤄진다.


반면 민주당은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 기업의 최고세율은 기존 25%로 유지하고 5억원 이하 기업의 세율을 10%(정부안 20%)로 낮추는 안을 냈다. 법인세 인하에 대기업과 소기업의 ‘선별’을 두는 것이다. 이같은 법인세 차등 인하안에 여당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민주당도 법인세 22% 인하 대상을 보편적용할 경우 ‘초부자감세’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어 합의 도출이 쉽지 않아 보인다.


금융투자소득세 유예안 역시 입장차가 크다. 정부는 금투세 도입을 2025년까지 2년간 유예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지난 7월 발표했다. 주식시장 침체를 고려해 시행 시기를 미뤄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야당은 자본시장 신뢰도를 위해 시행 시기를 섣불리 연기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이라 총의가 모이지 않고 있다.


野 “경기한파로 추경 예상…감세 안 돼” vs 與 “기업 숨통부터 틔어야”
[2023 경제전망] 尹노믹스 ‘여소야대의 덫’ 여전..총선 전 극한대립 심화 원본보기 아이콘

감세 정책에서 이처럼 시각차가 극명한 것은 내년 경제위기 해법을 바라보는 양당의 관점이 크게 달라서다. 민주당은 내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증세나 국채발행 같은 ‘재정확장’ 정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에 기업경영 악화, 회사채 시장 불안으로 연쇄 불황이 이어질 것이란 게 민주당 정책위의 전망이다. ‘자금시장 경색→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화→한계기업 속출→구조조정 본격화→고용시장 악화→공적자금 대거 투입’의 연쇄 위기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고리로 가게 되면 결국 추경을 통한 경기부양은 필수적이기에 감세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반면 정부·여당은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감세 카드를 통한 경기부양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은 우선 국내 법인세가 세계 주요국과 비교해 높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실제 국내 기업들이 부담하는 실효세 부담은 전체 기업 18.8%, 대기업 21.9%(2020년 기준)이다. 미국(14.8%)이나 일본(18.7%), 영국(19.8%) 등 타 국가를 웃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비율도 4.3%로 38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6위로 부담이 큰 편이다. 채권 시장 경색으로 가시화되기 시작한 거시경제 리스크를 막고 투자와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서라도 법인세 인하가 필수적이라는 논리다.


노동개혁안, 여야 '극과 극' 대립 예상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노동시장 유연화’와 ‘불법파업 강경대응’으로 대표되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정책은 정국 급랭의 또 다른 뇌관이다. '노동계를 옹호하는 민주당 vs 기업 측을 대변하는 국민의힘' 구도가 짜이면서 내년에도 대치 구도가 첨예해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가 내건 주요 기업 규제 완화·노동 관련 입법은 야당의 입장과 팽팽하게 대립하는 것들이 많다. 올해 일몰이 도래해 3주도 채 남지 않는 안전운임제(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와 30인 미만 사업장 8시간 추가근로제(근로기준법 개정안)가 대표적이다.


안전운임제의 경우 3년 일몰 연장안이 민주당 단독으로 소관 상임위원회인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고, 여당은 강경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8시간 추가근로제는 야당이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의 기류는 이런 법안이 ‘반(反)문재인’ 입법에 가깝고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언급했던 ‘주 120시간 근무’가 현실화할 수 있어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주 최대 69시간 근로를 골자로 하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구조 개혁안 역시 민주당과 조율이 어려울 정도로 시각차가 크다.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돼있지만, 국민의힘의 반대가 강경하다. 정부가 제시한 중대재해처벌법 완화안은 야당의 반대로 표류하고 있고, 한전채 한도 확대법 역시 야당 반대로 국회에서 부결됐다.


정쟁화되는 국정과제…경제 불확실성 높아져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내년에도 최근 몇십년 안에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글로벌 경제 상황, 국제 정세의 블록화 등 대외적인 악재가 심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법인세 인하 등 기업활동 활성화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기업활동이 더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홍 교수는 이어 “경제, 산업 등은 1년만 뒤처져도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며 “야당이 선거, 지지율 등을 위해 무턱대고 반대만 할 상황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각 당에서 이미 총선 디데이를 세고 있고, 지지층 표심 규합에 전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라 쟁점 경제 법안에 대한 국회 파행 상황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부 교수는 “‘안전운임제’의 경우가 대표적인데 일몰이 도래한 법안들에 대해서조차 여야 논의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이라면서 “야당이 숙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모든 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하는 ‘입법 독주’ 국면으로 가게 되면 정쟁은 내년에 더 심화할 수 있다”고 짚었다.

AD

대통령실 관계자는 “내년 경제 상황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불황을 버티며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체질 변경이 시급하다. 여야 정쟁으로 법안 처리와 개혁 시기가 늦어질수록 피해를 정면으로 받는 이들은 서민과 약자층”이라며 “국정과제 법안 처리는 정쟁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