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뇌진탕에도 골키퍼 즉시 빼지 않은 이란 ‘뭇매’

케이로스 감독 “교체 준비 중 출혈 멈춰 … 더 뛸 수 있을 걸로 봤다”
병원으로 이송된 골키퍼, 이번 대회에 더 출전하기 어려워

21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 잉글랜드 대 이란 경기. 공을 막는 과정에서 동료 수비수 마지드 호세이니와의 충돌로 부상을 입은 골키퍼 알리레자 베이란반드가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정완 기자] 경기 중 뇌진탕 증세를 보인 선수를 곧바로 교체시키지 않은 이란 축구대표팀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21일(한국시간) 오후 카타르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B조 1차전 잉글랜드와의 경기에서 이란의 주전 골키퍼 알리레자 베이란반드는 수비 도중 동료 선수 마지드 호세이니의 머리에 얼굴을 강하게 부딪치는 사고를 당했다.

그라운드에 쓰러진 베이란반드는 코에 출혈을 보이며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고, 누운 채 응급 치료를 받았다. 베이란반드는 이후 다시 일어나 경기를 재개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등 증상을 보이며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다.

결국 전반 20분쯤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대표팀 감독은 백업 골키퍼 호세인 호세이니를 교체 투입했다. 스포츠 매체 디애슬래틱에 따르면 경기 후 케이로스 감독은 코에서 출혈이 멈추지 않았던 베이란반드가 '심각한 뇌진탕' 증세로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21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 잉글랜드 대 이란 경기. 공을 막는 과정에서 동료 수비수 마지드 호세이니와의 충돌로 부상을 입은 골키퍼 알리레자 베이란반드가 들것에 실려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케이로스 감독은 "코가 부러진 것과 관련된 출혈로 보였다"며 "교체를 위한 준비를 마쳤을 때 출혈이 멈췄고, 그래서 더 뛸 수 있을 것이라 봤다"고 말했다. 또 "뇌진탕으로 보이는 일부 증상이 있었지만 명확하지 않았다"며 "그런데 1분 후 선수는 더 뛸 수 없는 상태가 됐고, 심각한 뇌진탕을 겪었다. 추가 검진을 위해 병원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경기를 중계하던 영국 공영 BBC방송의 해설위원이자 잉글랜드 대표 출신인 저메인 제나스는 케이로스 감독이 즉각 베이란반드를 교체하지 않은 것을 두고 비판했다. 그는 "베이란반드가 머리를 다친 순간부터 경기장에 있으면 안 됐다"며 "그는 억지로 뛰는 것 같았다.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영국 시민단체 헤드웨이의 루크 그릭스 임시 회장은 성명을 통해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에서 뇌진탕 보호 규정이 처음 시행된 사례였지만 처참하게 실패했다"며 "베이란반드는 1분이 아니라 1초도 경기장에 머물러서는 안 됐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FIFA는 "월드컵에서 모든 선수의 건강을 최우선 과제로 보고 있다"면서도 "뇌진탕의 진단, 관리에 대한 최종 책임은 각 팀 의료진에 달려 있다"고 디애슬래틱에 밝혔다.

한편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 통신은 현지 뉴스포털 카바르온라인을 인용해 병원으로 이송된 베이란반드가 대회에 더 출전하기 어려운 상태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김정완 기자 kjw106@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