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장 인터뷰
"개인이 먼저 회복·안정돼야 사회도 건강해져"
세월호·이태원 참사 겪은 20대 '누적된 충격' 위험

편집자주대규모 희생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 앞에서 유가족과 부상자는 물론 구조인력, 현장에 있던 목격자, 그리고 그 상황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지켜본 국민들까지 많은 사람이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에서 발생한 대형 참사인 만큼 모두가 불안, 공포, 죄책감 등에서 벗어나 마음에 안정을 찾기까진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경제는 우리 사회가 이 같은 아픔을 어떻게 보듬고 함께 극복해 나가야 할지 3회에 걸쳐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

[함께 이겨냅시다]'참사 트라우마' 극복하려면…"서로 연결하고 지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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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조차 할 수 없는 끔찍한 참사로 대한민국 전체가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족을 잃은 유가족, 부상자의 충격과 고통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희생자들을 구하려 안간힘을 썼던 경찰과 소방관, 구급요원, 의료기관 종사자들까지 대규모 재난 앞에서 한없이 무력할 수밖에 없었던 자신을 자책하고 괴로워한다. 사고 현장을 눈앞에서 목격한 시민들, 그날의 참상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접한 수많은 국민들 또한 여느 때처럼 평범한 생활, 일상적인 공간에서 자칫 큰 사고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안고 하루를 조심스럽게 살아간다.


이태원 참사 직후부터 정부 차원에서 유가족과 시민들에 대한 심리지원을 맡은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장(사진)은 "누구도 예상 못한 비극이지만 그 피해를 되돌릴 수 없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힘들고 지친 마음을 다시 빠르게 회복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저마다 스스로 안정과 회복에 주력하고, 힘들어하는 옆 사람은 조금이라도 힘을 낼 수 있도록 도와 더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 센터장은 201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 항공기 비상착륙 사고부터 2014년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 2019년 강원도 산불과 헝가리유람선 사고 등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심리지원을 맡았고, 최근 3년간은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의 유가족, 격리자 등을 위한 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을 이끌어 왔다.


재난 이유 설명 불가능…영상 통해 전국민 간접노출

그는 우선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이나 부상자, 현장 목격자들이 죄책감에 매몰되지 말라고 조언했다. "이런 대규모 사회적 재난을 겪으면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무엇이 문제였는지 이유를 찾고, 이유를 찾지 못하면 스스로를 책망하게 된다"며 " 이는 다음 번에 발생할 위험에 대비하고 사고 원인을 통제하려는 심리이지만, 대부분의 재난은 어떤 한 가지 발생 원인을 찾아내거나 설명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정신적 외상(트라우마)을 자각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치료받는 것이 좋다. 트라우마의 강도는 사고에 노출된 정도에 정비례하기 때문에 당연히 직접 사고를 겪은 부상자나 목격자에게서 더 크게 나타난다. 사고 후 3개월 안에 빠르게 호전되고, 1~2년까지도 천천히 나아질 수 있지만, 그 이후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나 우울증, 불안장애 등의 질환으로 굳어져 집중적인 전문치료를 받아야 한다.


심 센터장은 "사고 기억이 완전히 잊혀지진 않겠지만 일상에서 대부분 잊어버리 살고, 생활하는 데 있어 지장을 받지 않는다면 회복이 잘 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불쑥불쑥 사고 당시가 생생하게 떠오른다든가, 특정 상황에선 사고 당시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는다든가 하면 치료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가 이전의 다른 대형 사고들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직접 사고를 겪은 이들 뿐 아니라 상당히 많은 국민이 사고 장면을 찍은 사진이나 영상 등을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접하면서 간접적으로 사고에 노출됐다는 점이다. 심 센터장은 "어떤 이들은 사고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 또는 사고의 원인을 찾겠다며 일부러 관련 뉴스나 영상을 찾아보는데, 자극에 많이 노출될수록 본래 의도와 달리 오히려 큰 고통을 받을 수 있다"며 "참사의 법적인 책임과 처벌 등을 위해 사고 발생 원인과 이유를 찾는 건 정부나 수사기관의 역할로 남겨두고 우리는 가능한 자신의 감정이 안정되길 기다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참사의 희생자 대부분이 과거 '세월호 참사'를 겪은 20대들이라는 점도 우려했다. 그는 "트라우마는 처음 겪은 나이가 굉장히 중요한데, 이미 10대 때 세월호를 지켜본 학생들이 다시 이태원 참사를 겪으면서 트라우마가 더 가중되고 누적돼 누구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마음을 추스르고 극복해 세상에 대한 신뢰와 삶의 가치, 행복을 되찾고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우리사회가 총동원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 센터장이 2일 서울 광진구 국가트라우마센터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aymsdream@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 센터장이 2일 서울 광진구 국가트라우마센터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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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힘, 즉 '회복탄력성'은 저마다 다르다. 같은 재난을 마주해도 누구는 빨리 안정을 되찾고 누구는 오래 힘들어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심 센터장은 "사람마다 회복 속도 또한 모두 다르고, 그렇기 때문에 트라우마로 힘들어하는 사람은 혼자 두지 말고 주변에서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희망과 낙관을 이야기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자신이 트라우마로 힘들 땐 주변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노력과 연습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또 "유가족이나 현장에 계셨던 목격자들이 받는 트라우마의 강도는 굉장히 강하고, 이로 인해 나타나는 반응은 혼자서는 극복하기 어려운 수준일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국가트라우마센터 상담전화 등 공적인 서비스를 이용하고 정신건강의학과를 적극 찾을 필요가 있다"고 거듭 당부했다. 당장의 증상은 미미하지만 심리적·정신적으로 불안함이 느껴지는 일반 국민들 또한 각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등 공식 기관의 홈페이지에서 자신의 상태를 진단해 보고, 평가 결과 높은 수치가 나온다면 바로 상담을 이용할 것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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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으로 연대에 나서고 빠르게 확산시켜가는 우리 국민의 특성이 이번 참사로 인한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에서도 잘 발휘되길 기대했다. 심 센터장은 "사고 당시 현장에서 너나 할 것 없이 심폐소생술(CPR)을 하고 부상자를 실어 나른 것처럼,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트라우마 또한 서로 힘을 합쳐 잘 극복하면 사회를 좀 더 건강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며 "사회가 건강하고 안정돼야 결국 내(개인)가 안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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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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