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 분향소 '사망자' 표기·'검은 리본' 지침…野 "정부, 책임 회피로 보여"
"'사망자' 이야기에 국민 억장 무너져"
'글씨 없는 리본' 지침엔 "상식 밖의 지시" 비판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 명칭을 '희생자'가 아닌 '사망자'로 표기하고, 공무원들에게 '근조(謹弔)' 등의 글씨가 없는 검은색 리본을 착용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에 대해 "상식 밖의 지시"라고 반발했다. "이태원 참사를 '불의의 사고'로 축소해 정부의 책임을 면하려는 무책임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는 명백한 '참사'를 '사고'로 표현해서 축소하거나 '희생자'를 '사망자'로 표현해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며 "'근조' 글씨가 없는 검정 리본을 쓰라는 지침까지 내려서 행정력을 소모할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전날부터 서울시청 광장과 이태원 녹사평역 등 전국 곳곳에 이태원 참사 합동 분향소를 마련했다. 분향소 명칭은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라고 명명됐다. 이에 대해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가해자나 책임 부분이 분명한 경우에는 희생자, 피해자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이번 사고는 확인되지 않은 부분이 많아 중립적인 용어로서 사망자, 부상자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MBC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이태원 참사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열린 중대본 회의에서 '사망자' '사상자' '사고' 등으로 용어를 통일해 사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또 최근 각 시·도와 중앙 부처 등에 '글씨 없는 검은색 리본으로 착용하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런 지침이 만들어진 것에 대해 행정안전부는 이유를 밝히지 않았고, 인사혁신처는 "그냥 통일성 있게 하나의 표준을 안내해야 하니까 그랬다. 다른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한덕수 국무총리(오른쪽)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청에서 용산구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상황 점검을 위해 상황실로 들어서고 있다. 오 시장은 '근조' 표시가 들어간 리본을, 한 총리는 글씨 없는 리본을 착용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야권에서는 '참사를 축소하고 정부 책임을 면하려는 의도'라는 비판이 나왔다. 위성곤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사망자'라는 이야기에 국민의 억장이 무너진다"라며 "사망자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죽은 사람'이다. 희생자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이나 사건으로 말미암아 죽거나 다치거나 피해를 본 사람'을 이야기한다. 이태원 참사 155명의 희생자가 그냥 죽은 사람입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무슨 이유와 근거로 이 같은 지시가 내려진 것인지 참으로 기괴하다. 근조나 추모를 표시하면 큰일 나는 이유라도 있는 것이냐"며 "정부는 국가의 책임을 면피하거나 전가할 생각하지 말고, 글씨 없는 검은 리본 착용 지시를 당장 철회하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정부가 슬픔마저도 통제하려는 것인가. '희생자'가 아니라 '사망자'라 하고 '참사'가 아니라 '사고'라 하고, '행사'가 아니라 '현상'이라 한다"라며 "이제는 근조 리본을 뒤집어서 검정 리본을 패용하라 한다. 억지로 슬픔을 축소하고,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행동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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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을 의식한 듯, 인사혁신처는 1일 설명 자료를 내고 "이태원 사고에 대한 애도를 표할 수 있는 검은색 리본이면 글씨가 있든 없든 관계없이 착용할 수 있음을 알려 드린다"고 수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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