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Next] '빈자의 핵무기' 더티밤, 러는 왜 연일 의혹 제기하나
러, 거짓깃발 작전 의혹…핵전쟁 훈련 美에 통보
바이든 "전술핵무기 사용시 심각한 실수" 강력 경고
지난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 지역에서 발견된 러시아군의 불발탄 모습. 다연장미사일 내부에 탑재돼 발사됐다가 불발된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규모의 폭탄에 세슘-137 등 방사성 동위원소 물질을 넣으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생산의혹을 제기한 ‘방사능분산장치(RDD)’, 일명 ‘더티밤(Dirty Bomb)’이 완성된다. 하르키우(우크라이나)= 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러시아가 연일 우크라이나의 ‘더티밤(Dirty Bomb)’ 사용 가능성을 제기하며 서방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정보당국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핵무기를 사용하기 위한 명분을 만들고자 ‘거짓 깃발(False Flag)’ 작전을 짜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는 미국에 대규모 핵전쟁 훈련인 ‘그롬(Grom·우뢰)을 실시하겠다고 통보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어던 전술 핵무기 사용도 심각한 실숙 될 것이라면 경고했다.
◆가난한 자의 핵무기 ‘더티밤’, 실제 위력은?
소형 재래식 폭탄에 방사선 동위원소를 탑재하는 더티밤은 무기 특성상, 실제 방사능 피폭량은 엑스레이 촬영 때 받는 피폭량을 넘어서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25일(현지시간) CNN은 미 국토안보부(DHS) 자료를 인용해 더티밤이 방사능 피폭 피해를 일으킬 수는 있지만, 핵무기와 같은 무서운 살상력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다고 보도했다. CNN은 "더티밤 폭발로 광범위한 지역이 방사능에 오염된다고 해도 1인당 피폭수준은 치과에서 엑스레이 촬영을 할 때와 비슷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DHS에 따르면 더티밤의 정식명칭은 ‘방사능분산장치(RDD)’로 소형 고폭탄에 방사성 동위원소들을 탑재시킨 후 폭발시켜 방사선 물질을 일정 범위 이내에 퍼뜨리는 무기다. 지금까지 전투용 제식무기로 채택된 적은 없으며, 주로 테러리스트들이 공포심 유발을 목적으로 활용해왔다. 제조방식이 간단하고 가격이 저렴한 탓에 흔히 국제사회에서 ‘빈자(貧者)의 핵무기’라 불려왔다.
더티밤이 공식적인 무기로 쓰인 것은 지난 1995년 당시 러시아와 교전 중이던 체첸 반군이 러시아로 요원을 투입해 모스크바 공원에 더티밤을 설치했을 때로 알려져있다. 당시 폭발장치의 오작동으로 실제 폭발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외에 알카에다나 이슬람국가(IS) 등 국제 테러조직들이 더티밤을 제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실전에서 쓰인 것은 보고되지 않았다.
더티밤이 이처럼 실전에 많이 쓰이지 않은 이유는 구조적 한계 때문으로 지적된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자료를 인용해 "더티밤은 소형 폭탄에 방사선 물질을 탑재하는 만큼 많은 양을 넣을 수 없으며 폭발력도 핵무기의 수천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확산력도 제한적"이라며 "폭탄의 규모를 키워 폭발력을 높이면 오히려 방사선 동위원소도 같이 날아갈 수 있고, 살상력을 높이고자 방사선 물질의 농도를 높이면 폭탄 제조자가 위험해질 수 있어 위력에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서방 "러, 거짓 깃발 작전"
미국과 서방국가들에서는 러시아가 갑자기 우크라이나의 더티밤 제조의혹을 제기한 것을 두고 전황이 불리해진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전술핵무기를 선제 사용하기 위한 거짓깃발 작전이라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더티밤 의혹을 계속 제기하던 러시아은 미국에 연례 핵무기 훈련실시 계획을 통보하며 핵위협 도발을 이어갔다. A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날 전략핵부대의 연례 핵무기 훈련인 ‘그롬’ 훈련을 실시할 것이며, 해당 기간 동안 미사일 시험발사를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더티밤 의혹제기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아직 그게 거짓깃발 작전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나는 모른다"라고 하면서도 "그러나 전술핵무기를 러시아가 사용한다면 이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실수를 하는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우크라이나와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러시아의 더티밤 의혹 제기를 정면 반박하기 위해 러시아가 더티밤 제조가 의심된다는 시설에 대해 사찰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IAEA는 전날 성명을 통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더티밤 생산시설로 의심된다고 지목한 키이우 핵연구소와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의 광물 농축공장 등 2곳의 시설을 조만간 사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당 사찰은 우크라이나측의 전문가 파견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IAEA는 밝혔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IAEA에서 앞서 지난달 2곳 중 1곳을 이미 조사했지만, 보호조처가 제대로 이행되는 걸 확인한 바 있으며, 공개하지 않은 핵 관련 활동이나 물질이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조사 요청에 따라 며칠 안에 두 기관을 방문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방문의 목적은 그동안 공개하지 않은 핵 관련 활동이나 물질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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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측도 러시아가 허위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며 반발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러시아의 거짓 주장과 달리 두 기관은 평화로운 활동을 하고 있으며, IAEA에 전문가들을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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