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연합 소속 자영업자들이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인근에서 집회를 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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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내일(25일)이면 박성효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이 취임한 지 100일을 맞는다. 그동안 중소벤처기업부 출신이 이사장을 맡던 관례를 깨고 외부 출신인 그가 4대 이사장으로 내정됐을 때 기대가 컸다. 부처 간 파워게임에서 열세인 중기부의 산하기관 수장으로 대전시장과 국회의원 등 행정과 정치 경험이 풍부한 인사가 오면 정치권에 기존과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지 않겠냐는 바람이었다.


하지만 박 이사장이 취임 직후부터 ‘청사이전’을 일순위로 추진하면서 많은 자영업자들이 실망하고 있다. 그는 대전 원도심 중구에서 신도시인 유성구로 청사를 옮기는 방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코로나19에 이어 고물가와 고금리로 벼랑끝에 몰린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정책입안이 최우선돼야 할 현 시점에서 청사이전이 블랙홀처럼 소상공인 이슈를 집어삼키고 있다.

최근 중기부 산하기관 국정감사에서는 청사이전을 반대하는 여야 의원들의 질의가 쏟아졌다. 소진공이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이 밀집한 중구를 벗어나 대형 백화점과 5성급 호텔이 있는 초현대 건물로 이전하는 게 바람직하냐는 지적이 대부분이었다. 이에 대해 박 이사장은 "원도심 활성화는 공단 위치와 큰 관계가 없다"면서 "원도심 활성화는 소진공 직원 400명이 점심 먹는 데서 이뤄지는 게 아니라 정책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는 건물 노후화로 직원들의 업무환경이 열악하다고 호소했다. 근무 여건을 개선하면 소상공인을 위한 더 좋은 정책이 만들어지지 않겠냐는 논리다.


소진공의 처우가 중기부 산하기관 11곳 중 꼴찌 수준인 것은 맞다. 신용보증기금과 비교하면 연봉이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5년간 퇴사율은 26%에 이른다. 청사이전과 별개로 처우 개선은 필요해 보인다.

다만 박 이사장이 소진공 직원들의 처우개선에 진심이었다면 국감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다. 그는 청사이전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적극 해명했으나, 소진공의 주요 업무에 대해서는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모습을 여러번 보여줬다. 재난지원금과 손실보상금을 혼동하는가 하면 소진공이 10년 넘게 추진해온 우수 프렌차이즈 사업이 무엇인지조차 인지하지 못한채 연신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의 미숙한 업무파악 능력이 되레 청사이전 취지를 퇴색하는 결과를 낳았다. 일각에서는 그가 차기 총선에서 유성구 출마를 염두에 두고 사전에 지역민심을 잡으려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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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7일 박 이사장의 취임 100일을 기념하는 간담회가 열린다. 박 이사장은 이날 청사이전 여부를 최종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그가 이날 진심으로 보여줘야 할 것은 550만 소상공인을 위해 자신이 가진 미래비전이 과연 무엇인지다.


박성효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박성효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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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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