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강행' 양곡법, 혈세로 매년 남아도는 쌀 매입…정부 "끝까지 설득"
[아시아경제 세종=손선희 기자] 시장에서 팔리지 못해 남아도는 쌀을 나라 재정으로 무조건 사들이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9부 능선을 넘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여 소관 상임위를 단독으로 통과,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및 본회의 상정을 앞둔 상태다. 정부는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매년 1조원 이상의 혈세가 낭비될 뿐더러 쌀의 과잉생산을 더욱 부추겨 농업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거듭 밝혔다.
'쌀 시장격리 의무화'를 핵심 골자로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지난 19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민주당에 의해 직권 상정, 여당 의원들이 모두 빠진 가운데 표결에 부쳐져 통과됐다. 재적의원 18명 중 민주당 의원 10명이 전원 찬성하면서 야당 단독으로 처리된 것이다.
쌀 시장격리 의무화는 쌀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쌀값이 5% 이상 떨어질 경우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의무적으로 사들이도록 하는 제도다. 정부는 기존에도 총 11차례에 걸쳐 쌀 시장격리를 실시했다. 최근엔 지난해 생산된 쌀 10만t과 올해 생산분 35만t 등 총 45만t 매입을 연내 완료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는 일시적으로 쌀값 방어에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이미 '구조적 공급과잉' 상태에 빠진 쌀 생산을 더욱 부추긴다는 것이 정부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그렇잖아도 서구화된 식습관 등 영향으로 연간 쌀 소비량이 가파르게 줄어 정부는 쌀 재배면적으로 줄이고 밀, 콩, 가루쌀 등 타작물 재배를 유도하기 위해 직불금 등 온갖 정책을 동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쌀 생산량도 점차 감소 추세에 있긴 하지만, 쌀 소비량은 그보다 훨씬 더 가파르게 줄면서 '고질적 수급불균형'이 해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갈수록 과잉생산 기조가 악화할 경우 2026년 이후부터는 연간 1조원 이상의 재정이 쓰일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쌀 시장격리 의무화 영향분석' 보고서를 통해 쌀 시장격리가 의무화될 경우 2026년에는 약 1조원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했다. 나아가 2028년 1조2400억원, 2030년 1조4000억원 등 소요 재정은 급격히 불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쌀 의무매입을 막기 위해 다시금 농민 및 대국민을 대상으로 부당성을 설명하고, 야당 설득을 시도할 계획이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이미 과잉된 쌀을 처리하는데 많은 국민 세금을 쓰고있는 상황"이라며 "이 조치가 반짝 (쌀값 안정에) 도움될 수는 있지만, 일반 농민 전체 및 농업발전에는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고 반대 입장을 거듭 피력했다.
하지만 '여소야대'인 국회 상황을 감안하면 야당이 본회의 표결까지 강행할 경우 이를 저지할 수단이 마땅치 않은 현실이다. 그나마 법사위원장을 여당인 국민의힘이 맡고 있다는 점에서 일정 기간의 '시간 끌기'는 가능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다수당이 인해전술로 몰아가면 막을 도리가 없다"면서 "시간적으로 법사위 및 본회의 표결까지 약 90일의 시간이 남았는데, 이 기간 동안 농민들에게 내용을 소상히 알리고 야당 설득을 위해 토론도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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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수단은 '대통령 거부권'이다. 만약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대통령은 이를 거부할 수 있다. 하지만 쌀 의무개입을 요구하고 있는 농업계 민심을 고려하면 정치적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0일 "법으로 (쌀 초과생산분) 매입을 의무화하면 농업 재정의 낭비가 심각해진다" "오히려 그 돈으로 농촌의 개발을 위해 써야 하는데 과연 이것이 농민들에게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조금 더 심도 있는 논의를 해주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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