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통합은 배임"…내홍으로 번진 공인중개사협회 법정단체화
협회, 새대한과 통합 추진…20일 대의원 총회서 의결
소속 공인중개사들 "통합비용 25억원 책정 근거 없어"
[아시아경제 노경조 기자]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이하 협회)가 법정단체화를 위해 새대한공인중개사협회(이하 새대한)와 통합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쟁점은 협회가 새대한에 지급 예정이라는 '통합비용 25억원'이다.
협회 가입 공인중개사(회원)들은 절차적 당위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충분한 공감대 없이 돈을 지급하는 것을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일반 회원은 물론이고 집행부 내에서도 이견이 조율되지 않으면서 새대한의 '자진 해산'을 전제로 한 양측 일부 세력 간 모종의 거래라는 말이 나온다.
19일 부동산중개업계에 따르면 협회는 오는 20일 오후 대의원 임시총회를 열고 새대한 통합 및 세부 방안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협회 관계자는 "새대한의 규모와 상관없이 공인중개사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선 통합해야 한다"며 "공인중개사들이 한목소리를 내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대한에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것은 대의적 명분에서 이야기가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액수를 정하지는 않았다"며 "이번 총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개정안은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4일 대표발의했다. 협회를 법정단체로 하고, 개설 등록을 하려는 공인중개사는 협회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협회는 새대한과의 통합은 법정단체가 되는 데 필수적이라며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 진성준 민주당 의원이 '협회 의무가입'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을 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변호사협회, 세무사회처럼 회원 가입을 의무화한 전문자격 단체들은 모두 단수단체만 법정단체로 인정하고 있다"며 "중개업계에는 이미 다수의 협회가 설립·운영되고 있어 내부적으로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반대한 바 있어서다.
그러나 회원들은 '기우'라며 반발했다. 또 논란이 되는 통합비용 25억원은 이미 지난달 27일 이사회에서 통과된 후 총회에 부쳐지는 안건으로 '묻지마 통합'이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통합이 개정안 통과의 전제조건이 아닌데 대의원 중에서도 소수가 국토교통부로부터 약속받았다며 무리하게 추진 중이라는 것이다.
협회에 가입한 한 공인중개사는 "합병하려면 회원 전체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협회장은 통합 과정과 합의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개정안이 100% 통과된다는 보장도 없는데 25억원을 (협회비에서) 퍼주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자기 돈이라면 그렇게 하겠느냐"고 역설했다.
협회 통합은 처음이 아니다. 지금의 협회는 2007년 대한공인중개사협회(이하 대한)를 흡수한 형태다. 당시에는 대한에 별도의 돈을 지급한 바 없고, 대한이 자체 청산을 완료한 후 합친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 관계자는 "현재 새대한이 교육장을 운영 중이고, 직원들 퇴직금도 정산해줘야 하지 않겠나"라며 "시대가 변한 것도 맞다. 그냥 문 닫으라고 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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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새대한에서도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찬·반이 나뉘고 있다. 새대한 관계자는 "협회 가입비가 부담되는 공인중개사들이 새대한에 많이 온다"며 "(회비 등을 따져) 형편에 맞게 선택하는 것은 물론이고 상호 견제를 위해서는 2개의 협회가 있어야 하는데 한 단체에만 독점적 지위를 부여하는 입법이라니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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