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멈추면서 디지털 디톡스 강제 소환
직장인들 "휴일같은 휴일…해방감"

지난 주말 15일 발생한 카카오톡 먹통 사태는 역설적으로 강제적인 디지털 디톡스 상황을 만들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많은 불편이 있었지만, "주말 다운 주말을 보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사진=아시아경제

지난 주말 15일 발생한 카카오톡 먹통 사태는 역설적으로 강제적인 디지털 디톡스 상황을 만들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많은 불편이 있었지만, "주말 다운 주말을 보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사진=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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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불편했지만 좋았습니다. 양가감정이 드네요."(웃음)


지난 주말인 15일 국민 메신저라 불리는 카카오톡이 화재 등 이유로 먹통이 되면서, 초연결사회가 일시 정지됐다. 직장에서는 물론 카페나 버스 등 대중교통에서도 쉽게 들을 수 있는 '까똑!'소리가 일 순간에 사라졌다. 초연결사회가 초먹통사회가 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다. 서비스 장애는 사고 발생 시각으로부터 약 10시간 만에 일부 복구됐다.

일각에서는 카카오톡 부가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해, 택시를 잡지 못하는 등 각종 불만을 호소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일종의 디지털 디톡스를 강제로 하게 된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디지털 디톡스'란 디지털과 (digital)과 해독(detox)의 합성어로 휴대전화 등 디지털 기기와 인터넷, 메시지 알람 등으로부터 잠시 자유로워지는 것을 말한다. 그 과정에서 머리도 식히고 스마트폰 속 그래픽 자연이 아닌 진짜 하늘과 풍경을 감상하는 등 심신을 치유한다.

일부에서는 휴대전화를 뜻하는 '포노'(Phono)와 생각·지성을 뜻하는 '사피엔스'(Sapiens)의 합성어인 '포노 사피엔스'의 진화가 잠시 멈춰섰다는 시각도 나왔다. 카카오톡 먹통 사태가 만들어낸 여러 장면 중 일부다.


2015년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서 처음 사용한 이 말은 호모 파베르(도구를 이용하는 인간)나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처럼 21세기엔 인류가 스스로를 '스마트폰 하는 인간'으로 규정지었음을 의미한다. 다만 카톡 먹통 사태로 매일 실시간으로 진화하던 '포노 사피엔스'도 잠시 성장을 멈추고 휴식을 취했다고 볼 수 있다.

"전화로 용건만 간단히…카톡 신경 안써서 좋아"

경기와 서울을 오가며 영업직에 종사하고 있는 40대 자영업자 박모씨는 "카톡으로 물건 등 수주를 하고 회의도 하고 일을 하고 있는데, 카톡이 멈추면서 전화 통화로 일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평소 같으면 카톡으로 일 관련 메시지가 주르륵하고 올라오는데, 전화로 딱 할 말만 하고 휴대폰에 신경을 집중하지 않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주말이라 일 얘기는 없었지만, 혹시 모르는 상사의 카톡이 오지는 않을까 그렇게 대기를 하는 시간이 많았다"면서 "그러나 카톡이 아예 먹통이 되면서 오랜만에 좀 휴식다운 휴식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종의 디지털 디톡스인 셈이다.


카카오톡 먹통 사태는 공교롭게도 강제 디지털 디톡스 상황을 안겼다. MZ세대 뿐만 아니라 40~50대, 60대 세대에서도 몇 분에 한 번씩 카톡과 각종 메신저와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체크하며 디지털 홍수를 온몸으로 느끼며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카톡 먹통은 잠시나마 디지털로 이뤄진 상호관계를 멈추게 했다.


어느새 일상생활로 스며든 카카오톡 서비스 등 디지털 기기의 존재는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의지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은 통계 조사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발표한 '2021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3~69세 스마트폰 이용자 1만 가구 중 24.2%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7년 18.6%보다 5.6%포인트 증가한 수치로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소통이 활발해지면서 스마트폰 의존도가 점점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디지털 기기 의존도는 스트레스로도 다가올 수 있다. 지난해 9월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가 직장인 4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63.9%가 '디지털 과부하'로 인해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고 답했다. '비대면' 일상화로 메신저 등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10명 중 3명은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해본 것으로 조사됐다.


카톡 먹통 사태로 디지털 디톡스 평가도 나왔지만 일각에서는 불안감을 호소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카톡 먹통 사태로 디지털 디톡스 평가도 나왔지만 일각에서는 불안감을 호소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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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는 카톡 먹통 사태가 불안감으로… '노모포비아'

반면 강제 디지털 디톡스 상황 탓으로 불편함을 넘어 우울·불안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일종의 디지털 기기 사용 중단에 의한 금단현상이다.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도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는 국가다. 앱 분석업체 '데이터에이아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인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평균 5.2시간으로 인도네시아(5.7시간), 브라질(5.5시간)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사용 시간은 2019년 1분기(4.7시간) 대비 10.6% 증가했다. 카카오톡 먹통 사태로 불안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이유다. '노모포비아'(Nomophobia) 현상으로도 볼 수 있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른 '디지털 미니멀리즘'(2019/5/세종서적)에서 저자 칼 뉴포트는 "인간으로서 행복을 누리려면 고독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자극적인 헤드라인이나 흥미로운 링크를 누르는 것은 슬롯머신의 손잡이를 당기는 일과 같다"며 디지털 중독에 대해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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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효과적인 디지털 디톡스 실천방안으로 스마트폰과 디지털기기의 사용 제한을 추천했다. 예컨대 스마트폰을 가방에 넣고 다니거나 또는 하루쯤 집에 놓고 외출을 하는 방법 등으로 디지털 디톡스를 하는 식이다. 또한 의지가 부족해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 디지털 디톡스를 돕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특정 시간 동안의 기기 사용을 차단하는 것을 제안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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