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시위 한달째 지속돼
경제 큰 축 최대 정유시설로 확산
민간인에 고강도 무력 사용 우려
외신들 "정권 유지 흔들릴 수도"

10일(현지시간) 이란 아살루예에 있는 부셰르 석유화학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규탄을 촉구하며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미지출처=SNS 영상 캡처]

10일(현지시간) 이란 아살루예에 있는 부셰르 석유화학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규탄을 촉구하며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미지출처=SNS 영상 캡처]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이란의 반정부 시위가 4주째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 노동자들까지 시위에 가담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이 이란에 강도높은 경제 제재를 가하는 상황에서 에너지 노동자들의 파업이 지속될 경우 이란 정부에 상당한 압박이 가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날 남부 페르시아만에 인접한 도시 아살루예의 부셰르 석유화학 공장에서 파업에 시작된 석유 노동자의 파업이 남서부 지역의 주요 정유 공장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는 쿠웨이트에 인접한 항구도시 아바단에서 정유공장 노동자들이 시위를 벌이는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이 게재됐다. 아바단 정유공장의 석유노동자 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지금은 대규모 파업을 해야 할 때이며 우리는 전국민과 함께 매일 시위에 임할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 아바단 공장은 이란의 최대 정유시설로 이란 석유 산업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앞서 전날에는 아살루예의 부셰르 석유화학 공장의 노동자들이 공장으로 향하는 길목을 막고 서서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SNS 상으로 확산됐다. 부셰르 지역에는 정유시설과 원전 등 에너지 관련 시설이 밀접해 있다.

주요 외신들은 미국이 이란 석유 수출에 제재를 가하는 상황에서 에너지 분야 노동자까지 시위에 합세할 경우 이란 정부에 압력이 가해질 것으로 보고있다. 과거 1979년 이란 혁명이 발발했을 때도 석유 산업의 국가 통제 등 경제적인 요구로 시작된 개별 작업장의 파업이 확산되면서 팔레비 왕조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란 경제에서 석유 수출이 여전히 큰 축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에너지 노동자들의 시위 가담을 간과할수 없는 이유다. 현재 이란의 총 수출량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달한다. 이같은 경제구조로 인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이란핵협정(JCPOA)를 탈퇴 한 뒤 석유와 천연가스 수출 등을 제한하자 이란의 경제는 곤두박질 쳤다. WSJ에 따르면 이란은 현재 리알화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폭락하고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면서 국민 3분의 1 이상이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2015년 20%에 달하던 중산층 비중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블룸버그는"이란이 강력한 경제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 경제의 생명줄과도 같은 에너지 분야에서 시위가 확산됐다는 것은 이번 사태가 국가적으로도 큰 일이라는 것을 뜻한다"며 "자칫 이슬람 공화국의 중공업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란 정부가 혁명수비대를 활용해 반정부 시위 확산을 잠재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수십년간 혁명수비대가 이란 내에서 발생한 봉기를 손쉽게 제압해왔으며 이번 시위에서도 이들을 신속하게 동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위가 지속될 경우 이란 정부가 민간인을 상대로 강도높은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글로벌 변화 연구소’의 카스라 아라비는 "이란의 시위가 지속된다면 이란 정부가 민간인에 무제한의 폭력을 가하는 방식의 해결책으로 눈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D

한편 이번 반정부 시위는 20대 여성인 마흐사 아미니가 지난달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된 지 사흘만인 지난달 16일 숨지면서 촉발됐다. 지난 21일 이란의 테헤란에서 아미니의 사인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린 것을 시작으로 이란 전역에 정권 규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확산하면서 정부와 시위대의 마찰이 격화되고 있다. 노르웨이 오슬로에 본부를 둔 이란인권위원회는 이번 시위로 최소 19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185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