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발생한 광주 한 특수학교 후속 조치 미흡…피해자만 '안절부절'
가해자 지목된 2명 중 1명 '무혐의'…학교 조치 없어 피해자가 등교 시간 조정
피해자 부모 "강제전학은 안된다 해도 최소한 피해자가 피해 다니는 일은 없어야"
학교 측, 무혐의로 적극적 조치 어려워…반 배정도 조정해 마주칠 일 거의 없어
[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박진형 기자] 광주의 한 특수학교에서 학생들 간 발생한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학교의 후속대책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건 현장에 함께 있었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은 학생을 피해자가 피해 다니고 있는 상황이 수개월째 계속되고 있어서다.
학교 측은 수사기관에서 무혐의로 종결된 사건이라 적극적인 조치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고, 피해자 측은 사건 현장에 함께 있었다면 피해자 입장에서도 생각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11일 교육당국과 경찰에 따르면 지적장애 중증인 A양은 2020~2021년 사이에 여러 차례 걸쳐 학교 샤워실에서 B군에 의해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현장에는 C군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A양이 임신테스트기를 가지고 있는 것을 부모가 보면서 드러나게 됐다.
A양은 B군이 인심테스트기를 줬다고 지목했지만, 1차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선 B군의 가해 사실이 인정되지 않았다.
A양의 부모가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한 이후 열린 2차 학폭위에선 결과가 뒤집혀 B·C군에게 강제전학 조치가 내려졌다.
일상생활이 가능한 수준인 B군은 일반학교로 강제 전학을 갔지만 C군은 행정심판을 청구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C군의 지적 능력을 고려했을 때 범행을 실행할 수준이 아니라는 의사 소견서 등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처분으로 A양은 또다시 C군과 학교를 같이 다니게 됐고 부모는 별다른 학교 측의 조치가 없어 등교시간에 마주치지 않게 하려고 등교시간을 20분가량 조정했다. 말 그대로 피해자가 피해야 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A양은 사건 트라우마로 한동안 집에만 있다가 올해 3월부터 등교를 시작했다. 하지만 셔틀버스가 아닌 보육교사의 차량을 타고 C군을 피해 오전 9시20분쯤 학교에 도착한다.
수개월간 수업을 듣지 못한 것도 모자라 매일같이 '20분의 학습권'을 뺏겨야만 하는 상황인 셈이다.
A양의 부모는 “사건 현장에 있던 2명 중 1명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더라도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 입장에서는 같은 범죄자일 뿐”이라며 “무혐의로 강제전학은 못 시킨다 하더라도 최소한 피해자가 피해 다녀야 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나”라고 토로했다.
또 “피해자가 모든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 억울하고 개탄스럽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A양과 C군이 사는 곳이 달라 같은 셔틀버스를 타지 않기 때문에 등교 시간에 마주치는 시간이 거의 없거나 적다고 설명했다.
또 두 학생이 최대한 만날 일이 없도록 복도 끝과 끝으로 반 배정을 새롭게 했으며, 점심시간에도 혼자 방치되는 일이 없도록 교사들이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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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관계자는 "추후 감사 결과에 학교의 행정적 관리나 학생의 지도 과정에 잘못이 있다고 결론이 나면 마땅한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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