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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에 목마른 MZ세대, 인정욕구 받아주면 기업에 생기는 일?[찐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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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괜찮았어요?(Was that OK?)"


미국의 유명 방송인인 오프라 윈프리는 2013년 최고 명문 하버드대의 졸업식 연사로 나와 자신이 25년간 인터뷰한 경험을 내놨는데요. 수많은 사람이 인터뷰가 끝나고 나면 꼭 자신에게 이렇게 동일하게 말했다고 합니다.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부터 유명 가수 비욘세뿐 아니라 범죄의 가해자나 희생자, 가정주부까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가 같은 말을 했다는 것이죠.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이를 두고 공감과 인정을 표현할 때 신뢰와 연결성을 구축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분석했어요.

2013년 미국 명문 하버드대 졸업식에서 연설하고 있는 오프라 윈프리(사진=하버브대 유튜브 캡쳐)

2013년 미국 명문 하버드대 졸업식에서 연설하고 있는 오프라 윈프리(사진=하버브대 유튜브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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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찐비트에서 10년 전 윈프리의 사례를 가져온 이유는 직장에서 '인정(recognition)'이 가져다주는 효과를 들여다보기 위해섭니다. 여기서 인정이란 단어는 회사에서 거둬들인 결과나 성과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것은 물론 노력을 기울이는 직원들에게 회사가 고마워하고 믿음을 주는 행위까지 포함하는데요. 공을 인정해 경제적인 보상을 제공하거나, 직원들의 공로를 축하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할 수 있으며 상사에게 직원들을 칭찬해주는 방법을 가르치거나 예산을 배정하는 등 기업이 기울일 수 있는 노력의 형태는 다양하겠죠.

◆ MZ세대를 춤추게 하는 것은 '칭찬'?

'인정을 통해 세대 간 간극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 글로벌 여론조사업체 갤럽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이러한 제목의 글을 게재했어요. 갤럽은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MZ세대가 X세대나 베이비붐 세대와 비교해 더 많은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성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는데요. MZ세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기업에서 칭찬을 자주 받을수록 소속감이 강해지고 직장 만족도도 높아진다는 겁니다. 회사가 인정하는 태도를 취하면 자신을 존중한다고 느낄 뿐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느껴 직장에서 더욱 활발하게 업무를 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죠.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세대별로 직장 내 인정을 한달에 수차례 받고 싶냐고 질문한 데 따른 설문조사 결과(그래프 출처=갤럽)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세대별로 직장 내 인정을 한달에 수차례 받고 싶냐고 질문한 데 따른 설문조사 결과(그래프 출처=갤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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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는 올해 2월 미국 50개 주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성인 7636명과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아일랜드 등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성인 555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는데요. 결과를 보면 상사에게 '한 달에 최소 여러 차례(at lease a few times a month)' 인정을 받고 싶냐는 질문에 1989년 이후 출생한 일부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는 78%가 '그렇다'고 답했지만, X세대(1965~1979년 출생)는 55%,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 출생)는 45%만이 같은 답을 했어요. 동료에게 인정받는 비율 또한 비슷한 양상을 보였습니다.

갤럽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베이비붐 세대와 X세대 직장인은 인정받는 것을 진짜로 원하지 않거나, 또는 사실 이를 원하는데 이를 스스로 동의한다고 표현하기가 어려운 것일 수 있다"면서 "기성세대에게 인정이라는 존재는 기본적으로 직장에 필요한 요소라기보다는 그저 하찮은 욕구 정도로 여겨졌을 수 있다"고 분석했어요. 어느 세대나 칭찬을 받고 싶은 인정 욕구 자체는 있겠으나 이를 받아들이고 누군가가 물었을 때 동의하는 경우가 적다는 것이죠. 갤럽은 여러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 "인정을 문화로 만들면 연간 200억원 이상 아낀다"
칭찬에 목마른 MZ세대, 인정욕구 받아주면 기업에 생기는 일?[찐비트] 원본보기 아이콘


사실 기업에서 인정, 다른 말로 '칭찬의 힘'을 강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죠.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 켄 블랜차드의 밀리언셀러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를 기억하시나요? 몸무게 3t이 넘는 범고래가 관중들 앞에서 멋진 쇼를 하기까지 고래를 대하는 조련사의 긍정적 태도와 칭찬이 있었다는 점을 기업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죠. 20년 전 나온 그 말이 지금 이 시점에 기업들이 다시 한번 고민해봐야 할 문구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갤럽은 이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앞서 지난 5월 '인정을 통한 업무환경 개선'이라는 보고서를 먼저 내놨는데요. 보고서를 보면 기업을 이끄는 리더 중 81%가 인정을 회사 운영의 전략적 우선순위에 두고 있지 않다고 답했고요. 매니저급 이상 고위직에 직원을 잘 인정해주는 방법을 교육하느냐는 질문에도 10명 중 7명 이상이 '안 하고 있다'고 했어요. 고위직 응답자 3명 중 2명은 직원들에게 인정하기 위한 예산 배정도 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는데요. 생각보다 기업들이 칭찬이나 인정에 공을 들이지 않고 있다는 의미겠죠?


문제는 기업에서 인정받고 있다고 느끼는 직원들은 그렇지 못한 직원에 비해 예상보다 큰 심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설문조사에서 '항상(always)' 인정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직원이 평소 칭찬을 잘 못 받고 있다고 답한 직원에 비해 번아웃이 올 확률은 73% 낮고, 다른 직장을 찾아볼 확률도 56%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고요. 소속감을 느끼는 비율은 4배 높았고 회사에 충성도가 생기는 경우도 3배나 됐으며 조직에서 성장하는 비율이 5배 높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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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직원을 인정해주는 분위기를 기업 문화의 일종으로 만들면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고 해요. 직장 만족도를 높여 직원이 이직했을 때 발생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건데요. 직원 1명이 이직 시 드는 비용이 최대 월급의 2배 정도라고 가정하면 직원 1만명 규모의 기업은 연간 기준 최대 1610만달러(약 223억원)까지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겁니다. 갤럽은 "이러한 인정 문화는 직원들을 연결하고 소속감을 느끼게끔 함으로써 직원들의 긍정적인 경험을 보호해준다"고 분석했어요.

◆ 어떻게 인정해줘야?…"직접 물어보세요"

다시 세대 간 인정과 칭찬에 대한 견해차 이야기로 돌아가자면요. 최근 미국 MZ세대 직장인들 사이에서 '조용히 그만두기(Quiet quitting)' 열풍까지 불고 있죠. 최소한의 일만 하고 회사에 소속감을 느끼지 않고 거리를 두며 개인 생활에 집중하는 일종의 업무 태도인데요. 다른 세대에 비해 소속감이 낮고 인정 욕구가 강한 이들에게 인정과 칭찬이라는 방법은 번아웃을 달래고 만족감을 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겁니다.


갤럽은 기업의 수장이 가진 개인적인 경험이나 가치, 믿음이 그 기업의 핵심 결정에 큰 영향을 준다고 봤는데요. 현시점에서 베이비붐 세대나 X세대는 MZ세대와 비교해 대부분 고위직에 있고 예산이나 업무환경에 대한 결정권이 더 많습니다. 그만큼 기업의 인정 문화를 만드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텐데요. 갤럽은 설문조사에서 상사나 동료들로부터 인정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이 칭찬이나 인정에 더 인색한 경향이 있는 걸 발견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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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하는 문화를 기업에 정착시키기 위해선 기업의 임원과 관리자급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핵심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직원들의 공을 인정해주기 위한 자리를 마련하고, 관리자급이 직원들에게 자주 표현해줘야 한다고 갤럽은 봤고요. 또 관리자급에게 정기적으로 칭찬하는 방법 등을 가르쳐주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함으로써 직원들의 사기를 올리거나 팀이 단합되게끔 하는 교육을 하라고 했어요. 아울러 기업 차원에서 인정이라는 가치를 중심에 두고 적절한 투자도 해가면서 잘 집행할 수 있도록 하라고 제시했습니다.


무엇보다 확실한 방법은 직원들에게 어떻게 인정받는 것을 좋아하는지 직접 물어보는 것일 텐데요. 갤럽 설문조사에서 회사에서 이를 물어본 경우는 10명 중 1명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시대는 변하고 직원들의 요구도 빠르게 바뀌는 만큼 직장 내에서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서로가 원하는 방식으로 칭찬과 인정을 주고받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효과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편집자주[찐비트]는 ‘정현진의 비즈니스트렌드’이자 ‘진짜 비즈니스트렌드’의 줄임말로 조직문화, 인사제도와 같은 기업 경영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코너입니다.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외신과 해외 주요 기관들의 분석 등을 토대로 신선하고 차별화된 정보와 시각을 전달드리겠습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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