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병역 특례, 여론조사로 결정?…국민에 공 넘기나
국방부 장관, BTS 병역 관련 '여론조사 지시' 논란
전문가 "인기투표하듯 결정해선 안 돼, 제고해야"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그룹 '방탄소년단(BTS)' 구성원들의 입대 시기가 다가오면서 병역 특례 적용 여부를 놓고 또다시 논란이 불거졌다. 국방부가 여론조사를 해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리겠다는 새로운 견해를 밝혔다. 국가 정책과도 연결되는 민감한 사안을 놓고 사회적 합의를 끌어낼 대안을 고민하기보단 여론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국회 국방위원회(국방위) 전체 회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BTS 병역 특례 문제와 관련해 질의하자 "참모들에게 한계선(시한)을 정해놓고 결론 내리라고 했고 여론조사를 빨리하자고 이미 지시를 내렸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 의견을 종합하고 여러 가지 차원에서 국가 이익을 고려하면서 최대한 빨리 결정을 내리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설 의원을 비롯해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 등은 BTS의 입대 시기가 다가온 만큼 여론조사를 빨리 진행해 여론을 수렴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날 국방위에선 여론조사를 통해 병역 특례 여부를 결정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나왔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여론조사의 맹점은 누가 설계하느냐, 무엇을, 어떻게 물어보느냐에 따라 결과가 전혀 다르게 나온다. 문항 설계에 따라서 특정 결론이 유도된다"라며 "여론조사 문항도 검토해야 하지만 국방위 차원에서 전문가 공청회나 토론회를 진행했으면 좋겠다. 전체적으로 이런 과정을 거쳐서 시대 정신이 공론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같은 당 안규백 의원도 "BTS가 대중예술로 국위를 선양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대학에서 공부한 청년이나 농촌의 농사짓는 청년, 방산업체에서 근무하는 청년도 다 국위 선양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처럼 병역 자원이 넘쳤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인구절벽이 말할 수 없는 상황 아니냐"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이날 국방부 입장을 두고 국가 정책이 여론에 좌지우지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방위 전체 회의에서 국회의원들 간에도 이견이 드러난 것처럼, 병역 문제는 자칫 공정성·형평성 시비가 불거져 파장이 커질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그만큼 사회적 합의를 하기 위해 정치적 조율과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일인데 여론조사를 정책 실행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논란이 확산하자 국방부는 추가 언론 공지를 통해 "이 장관의 발언은 여론조사를 빨리하라는 것이 아닌, 필요성 여부와 관련 세부 사항을 검토해보라는 취지"라며 "여론조사를 하게 되면 공정성 담보를 위해 국방부 등 관계 부처가 아닌 제3의 기관에서 실시할 것이며, 조사 결과는 정책 결정을 위한 하나의 자료로서 참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여론조사만을 통해 정책 결정을 한다는 것이 아닌, 하나의 자료로 참고하겠다는 취지로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방부가 사회적 파장이 큰 사안에 대해 정제되지 않은 발언과 준비성 부족으로 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은 이어지고 있다. 남궁승필 우석대 군사학과 교수는 "병역 혜택 문제는 단순히 인기 투표하듯 여론조사로 결정해선 안 되는 문제"라며 "여론조사의 정확도도 문제지만, 다른 문화예술계 종사자나 다른 분야에서 비슷한 논쟁이 벌어질 수 있다. 이때도 여론조사를 통해 병역 혜택을 결정할 것인가, 이런 점들을 생각해보면 기준이 없고 모호해진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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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일부 주장에 의해서 여론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을 설득하기 어렵다"라며 "병역 혜택을 주겠다고 한다면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제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현재 복무 중인 장병들의 사기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소외감과 박탈감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접근해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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