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용 한국축산학회장(서울대 동물생명공학부 교수)이 25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2022 아세아태평양 축산학회 학술대회(AAAP)' 현장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농림축산식품부 공동취재단)

김유용 한국축산학회장(서울대 동물생명공학부 교수)이 25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2022 아세아태평양 축산학회 학술대회(AAAP)' 현장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농림축산식품부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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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제주=손선희 기자] 김유용 한국축산학회장(서울대 동물생명공학부 교수)은 지난 25일 "축산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이 주장하는 동물복지는 수정돼야 한다"며 "동물복지 정책이 예정대로 무지막지하게 진행된다면 우리나라 양돈 산업이 반토막 날까 심히 염려된다"고 말했다. 주로 동물보호단체가 주장하고 있는 개념적 차원의 동물복지는 현실과의 괴리가 너무 큰 탓에, 자칫 관련 정책이 급격히 시행될 경우 국내 축산산업이 크게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섞인 지적이다.


김 학회장은 이날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되고 있는 '2022 아세아태평양 축산학회 학술대회(AAAP)' 현장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피상적 동물복지와 현실에 들어가는 동물복지는 다르다"며 이같이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0년 '제2차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반려동물 뿐만 아니라 농장에서 사육되는 모든 가축을 대상으로 한 보호·복지 정책이 담겼다. 예를 들어 임신한 돼지를 몸에 꼭 맞는 스톨(번식틀)에서 사육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 사육 및 운송·도축 등 전 과정에서의 복지 기준을 보다 구체화했다.


그러나 김 학회장은 이와 같은 동물복지 정책이 현실을 모르고 축산업을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직접 양돈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그는 "돼지는 왕따를 잘 시키는 동물이어서 오픈된 공간에서 강한 개체가 약한 개체를 집중적으로 공격해 (임신돈의) 유산을 넘어 (동물끼리) 죽여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임신돈을 무조건 틀에서 자유롭게 하는 것은 '우리가 보기 좋은 것'일 뿐, 돼지 입장에서의 동물복지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 7월 초께 농식품부 직원, 한돈협회 관계자 등과 함께 동물복지 관련 유럽국가들을 방문했다는 그는 해외 사례를 들며 "덴마크나 네덜란드에서 여러가지 실험을 하고 있는데, 임신돈을 틀에도 넣어보고 개방도 해본 결과 92%의 임신돈이 틀 안에 머무르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 학회장에 따르면 덴마크의 경우 이미 2013년부터 임신돈에 대해 4주까지만 틀을 사용하도록 법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현실적으로는 대부분 농가에서 이를 지키지 못하고 있고 정부도 이를 방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동물복지가 앞서 도입된 유럽 국가들에서조차 여전히 제도와 현실의 괴리가 크다는 의미다.


김 학회장은 또 동물복지 정책 도입 이후 급격히 위축된 영국 양돈산업를 언급했다. 그는 "1997년 영국 가축농장에서 동물 복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는데, 당시 80만4000마리 수준이었던 모돈 수가 지난해 12월말 기준 40만2000두로 정확히 반토막 났다"며 "영국의 양돈산업이 몰락해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농가뿐 아니라 사료·도축·첨가제·동물약품 등 관련 산업도 모두 시장성을 잃어 외국으로 다 팔려나갔다"며 "결국 영국은 양돈산업 몰락으로 65%의 돼지고기를 다 수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 모돈이 약 100만두 있고 자급률이 73% 수준"이라며 "동물복지 정책으로 자칫 50만두로 반토막나고 (자급률이) 35%로 떨어지는 순간 축산산업은 몰락할 수 밖에 없다"고 거듭 우려했다.


정부의 동물복지 종합계획에 따라 2030년부터는 양돈장의 임신틀을 종부 후 6주까지만 사용하도록 제한될 예정이다. 김 학회장은 이에 대해서도 "이렇게 준비가 안 된 상황, 특히 우리나라처럼 유럽에 비해서 생산성이 낮은 이런 국가에서 과연 농장들이 생존이 가능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며 "아마 절반 이상은 문을 닫을 것"이라고 자답했다. 그러면서 "동물보호단체들이 무조건 임신틀을 없애야 한다지만, 산업을 그렇게 접근하면 대안이 없다"면서 정책당국을 향해서도 "정말 그 정책(임신틀 사용 제한)은 재고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김 학회장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지역에 대해 지난 문재인 정부 당시 대대적 살처분을 실시한 데 대해서도 "그것은 방역 정책이 아니라 살육 정책"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 학회장은 축산업을 기간산업으로 삼고 있는 덴마크 사례를 예로 들며 "사방을 돌아다니며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야생 멧돼지를 전살 처분해 방역했다"며 "울타리 안에 있는 돼지농장은 전혀 건드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처럼 무지막지하게 'ASF가 터졌다'고 해서 그 지역 돼지를 모두 죽이는 것은 방역이 아니"리며 "만약 그 정책이 성공적이었다면 비무장지대(DMZ)에서 이미 50만두 가까이 (돼지를) 죽였는데 왜 자꾸 야생멧돼지에서 (ASF가) 나오나"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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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학회장은 이 문제의 근원에 '부처 간 칸막이'가 있다고 지적하며 "야생 멧돼지 소관은 환경부여서, 농식품부에서 아무리 죽이자고 해도 그쪽에서 반대하면 그만"이라며 "국무조정시에서 나서서 재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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