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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표지판 오류로 불법유턴 사고… 대법 "관리 하자 아냐"

최종수정 2022.08.14 09:12 기사입력 2022.08.14 09:12

재판부 "일반 운전자, 상식적 이용 기대… 관리 하자 단정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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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경준 기자] 도로 표지판 내용에 일부 하자가 있더라도, 일반적인 운전자 입장에서 상식적이고 질서 있는 이용방법을 기대할 수 있다면 표지의 설치나 관리에 하자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사고 운전자 A씨와 그의 가족이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2017년 3월께 제주도로 여행을 가서 오토바이를 몰다 교통사고를 당했다. 사고가 난 곳은 ‘ㅏ’ 모양의 삼거리였는데, 당시 A씨는 유턴을 하기 위해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고 신호등 옆에 붙어 있던 유턴 지시 표지에는 ‘좌회전시, 보행신호시’라는 안내 문구가 적혀 있었다.


A씨가 유턴을 준비하던 지점에선 좌회전을 할 수 있는 도로가 아예 없었는데, A씨는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오자 불법 유턴을 했고 맞은편 도로에서 직진·좌회전 신호에 따라 시속 71㎞로 직진하던 자동차는 유턴한 A씨의 오토바이 뒷부분을 추돌했다. A씨는 이 사고로 크게 다쳐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A씨의 가족은 "사고 현장에 실제 도로 상황과 맞지 않은 신호 표지가 있어 운전자가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다"며 시설 설치·관리 주체인 지자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사고 지점의 교통 표지 등은 영조물(행정주체에 의해 공적인 목적으로 공여된 물건·설비)의 하자에 해당하지 않고, 설령 하자로 보더라도 A씨가 당한 사고와는 인과관계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반면 2심은 실제 도로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신호표지로 인해 운전자가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고 이는 영조물 설치 관리상 하자에 해당한다고 보고 사고와의 인과관계도 인정된다고 판단해 2억5000여만원의 배상을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길이 없는 것이 명백한 상황에서 있는 길이라고 전제한 신호표지가 있다는 것만으로 이를 신호표지 하자라고 볼 수 없어 혼동의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보조표지에 ‘좌회전시, 보행신호시’라고 적시돼 있으므로 신호등이 좌회전 또는 보행자 신호등이 녹색일 때 유턴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이해된다"라며 "다만 당시 교차로는 좌회전할 도로가 설치돼 있지 않았고 신호등에 좌회전 신호도 없었기 때문에 보행자 신호등이 녹색일 때 유턴할 수 있을 뿐"이라고 판단했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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