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10년 이상 이어진 대형마트 영업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면서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가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규제 완화를 위한 협의에 들어갔고, 대통령실도 대형마트 의무 휴업 폐지를 국민제안 온라인 투표에 부치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골목상권 최후의 보호막을 없애는 일’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정책 효과가 본래 취지를 벗어난 낡은 규제에 메스를 드는 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대형마트 영업 규제는 2010년 골목 상권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매월 2일 의무적으로 휴업하고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로 제한해야 한다. 전통시장 반경 1㎞ 내 3000㎡ 이상 점포 출점도 금지다. 전통시장을 살리고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였으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이라고 해서 소비자가 장을 보러 전통 시장에 가지는 않기 때문이다. 새벽배송 제한은 전통시장 대신 쿠팡, 마켓컬리 등 온라인 쇼핑몰에만 이득을 안겨줘 역차별이라는 비판까지 받았다.

이와 관련한 연구 결과는 여러 차례 발표된 바 있다.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형마트 등에 대한 유통규제 관련 소비자 인식을 조사한 결과, 대형마트 휴무일 생필품 구매를 위해 전통시장을 방문한 소비자는 8.3%에 그쳤다. 지난 5월엔 대한상공회의소가 대형마트 이용 경험이 있는 소비자 1000명에게 물었더니 67.8%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규제 완화 방식으로 지역 특성을 고려한 의무 휴업 시행(29.6%), 규제 폐지(27.5%), 의무 휴업일 수 축소(10.7%) 등이 꼽혔다.


더욱이 대형마트의 추락은 직·간접적인 고용뿐만 아니라 주변 상권 고용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유통학회의 ‘유통규제 10년 평가 및 상생방안’ 연구분석에 따르면 대형마트 1개 점포가 문을 닫으면 945명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반경 3㎞ 이내 범위에서 429명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형마트 1개 점포가 문을 닫으면 총 1374명의 고용이 감소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대형마트의 영업 규제가 지속되고 있는 건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대다수 소비자들의 편익보다 특정 집단의 반발과 목소리를 의식한 선심성 규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어서다. 지금도 국회엔 유통 규제를 더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2010년 이후 유통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미국, 프랑스 등 해외 주요 국가들은 유통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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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와 약자라는 이분법적인 논리 속에서 쉽게 손대지 못한 채 이어졌거나, 이해관계가 얽혀 사실상 방치됐던 유통 규제를 이제는 손 볼 때가 됐다. 코로나19가 앞당긴 온라인 시장 확대 등 유통 안팎의 환경 급변 속 시대 착오적인 규제로 막힌 숨통을 틔워놓는 일이 오히려 공존의 밑거름이 되고, 내수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 등 선순환을 불러올 것이다.


이광호 유통경제부장

이광호 유통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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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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