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 당뇨·암 DTx 질주… 국내는 이제 뛸 준비
[DTx시대⑧] DTA 23개 목록 중 5개가 당뇨 DTx
볼룬티스, 당뇨 '인슐리아'·암 '올리나'
美 FDA 판매허가… 연구개발 집중
AZ·BMS 등 빅파마 제휴도 활발
정보 제공·데이터 수집에 국한됐지만
질환 예방·관리만으로 치료 효과 커
국내는 만성질환 관련 정식 허가 없어
업체들 도전장… "차근차근 개발될 것"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디지털치료제(DTx)가 암이나 당뇨 같은 만성질환 치료에도 쓰일 수 있을까.
앤디 몰나르(Andy Molnar) 디지털치료제협회(DTA) 최고경영자(CEO)는 이 질문에 "모든 것(everything)을 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이미 다양한 관련 DTx가 출시되고 있고 약물의 효과 증진 등에 있어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그는 전했다. DTx는 ‘치료제’로 불리지만 질병의 예방, 관리 역시 그 영역에 포함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DTx 가이드라인에서도 DTx의 목적으로 ‘의학적 장애, 질병의 예방·관리·치료’를 제시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암·만성질환 관련 DTx의 개발과 도입이 이미 활발하다. DTA에서 DTx 제품의 정의 등을 충족하는 것으로 인정하고 있는 23개 DTx 목록 중에서도 당뇨 관련 제품이 5개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웰닥(WellDoc)의 ‘블루스타(BlueStar)’, 볼룬티스(Voluntis)의 ‘인슐리아(Insuilia)’, 히게이아(Hygeia)의 ‘디-내브(d-Nav)’, 다리오 헬스(Dario Health)의 '다리오', 헬로베터(HelloBetter)의 ‘헬로베터’ 등이 대표적이다. <관련기사> 'DTx시대'
암과 관련해서도 카이쿠 헬스(Kaiku Health)가 개발한 암 환자의 증상 자가 보고를 통해 의료진의 피드백이 이뤄지는 동명의 DTx가 DTA의 목록에 등재된 상태다. 볼룬티스는 인슐리아 외에도 2019년 항암치료 증상 자가 관리 앱 ‘올리나(Oleena)’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판매허가를 받는 등 암·만성질환 DTx 연구 개발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아스트라제네카(AZ),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 등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들과 손을 잡기도 했다. AZ와는 난소암 환자를 위한 ‘에코(eCO)’를 연구용으로 출시했고, BMS와는 자체 플랫폼 ‘테락시움 온콜로지(Theraxium Oncology)’를 활용한 암 증상 관리 DTx를 추진하고 있다.
질환 예방·관리로 치료 돕는다
만성질환은 DTx 초기부터 다뤄진 주제다. 최초의 DTx로 평가받는 페어 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의 약물 중독 치료 DTx ‘리셋(reSET)’이 FDA 승인을 받은 2017년보다 7년이나 빨리 블루스타가 FDA의 판매 허가를 받았을 정도다. 다만 암·만성질환 분야 DTx들이 치료 분야까지는 진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리셋을 최초의 DTx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전의 제품들과 달리 리셋은 중독 치료 목적의 DTx로 개발됐기 때문이다. 반면 블루스타는 ‘당뇨 자가 관리에 도움이 되는 정보 제공’ ‘혈당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수집, 저장, 전송’이라는 치료 외 목적에 국한돼 있다.
예방·관리만으로도 상당한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반박도 있다. 당뇨 DTx의 경우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가 개선되는 결과를 다수 도출해냈다. 디-내브는 사용자 90%가 3개월 이내에 더 낮은 당화혈색소를 기록했고, 블루스타 역시 첫 3~6개월 동안 당화혈색소를 평균 2%가량 줄였다. 남병호 헤링스 대표는 "DTx가 직접 치료에 관여하지 않아도 기존 치료보다 예후가 좋아졌다면 보완적 치료 효과를 보는 것"이라며 "불필요한 응급실 방문을 줄이는 등 가시적인 부수 효과도 따른다"고 말했다.
국내는 아직… "차근차근 나올 것"
국내에선 아직 암이나 만성질환과 관련해 정식 허가를 받거나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은 DTx는 없다. DTx 업계 관계자는 "사실 정신질환 분야는 이미 치료 알고리즘이 정해져 있는 편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쏠리는 것 같다"면서도 "업계에서 경험이 쌓이면 차근차근 개발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도전장을 던진 업체들이 있다. 당뇨와 관련해서는 휴레이 포지티브, 암에 대해서는 헤링스, 라이프시맨틱스 등이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제공하고 있다. 휴레이 포지티브는 2018년부터 삼성화재와 손잡고 개발한 당뇨 자가관리 앱 ‘마이헬스노트’를 서비스해오고 있다. 블루투스 기능이 있는 혈당측정기로 혈당을 측정하면 앱에 자동 저장되고, 식습관 개선 코칭, 의료진 자문 답변 등도 가능하다.
헤링스는 암 환자 통합 관리 플랫폼을 추구하는 ‘힐리어리(Healiary)’와 장루 환자 관리 플랫폼인 ‘오스토미 케어(Ostomy Care)’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위암 등으로 위를 절제한 환자들의 식단 관리를 돕는 서비스인 힐리어리는 이후 암종을 확대하고 영양 외 운동, 심리적 관리까지 종합 관리 서비스로 나아간다는 구상이다. 정식 임상이 필요한 서비스가 아닌 만큼 이르면 다음 달 중 실제 시장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라이프시맨틱스도 암 경험자가 집에서 회복·재활할 수 있도록 맞춤형 치료계획을 제공하는 ‘레드필 케어(RedPill Care)’를 개발하고 있다. 우선 유방암, 자궁암 등 수술 과정에서 림프 절제술을 받은 경우 생길 수 있는 부종을 방지하기 위한 재활치료 요법을 다룰 예정이다. 현재 탐색임상을 마치고 확증임상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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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 사회 진입이 임박한 만큼 퇴행성 뇌질환 등 외에도 만성질환 환자가 급증하면서 관련한 사회적 비용도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DTx를 활용해 이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진용 서울대 의대 교수는 "DTx는 생활 습관의 변화를 통해 만성질환의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어 사회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DTx 도입·확대를 위한 국가적 차원에서의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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