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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적 성장 발목 잡는 편의점 '4캔 만원'[수제맥주 경제학③]

최종수정 2022.06.20 15:58 기사입력 2022.06.20 14:00

수제맥주시장, 몇 년 새 ‘4캔 만원’ 편의점 채널 토대로 성장
4캔 만원에 가격 가둬 다양성과 독창성 발휘 제약으로 작용
생산단가 제한에 외형 다양해졌지만 실제 스타일은 유사
맥주와 연관성 찾기 어려운 맥락 없는 협업 제품만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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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은모 기자] “제품 수는 다양해졌지만 스타일은 거기서 거기” “수제맥주인 듯 수제맥주 아닌 맥주” “족보 없는 콜라보의 향연”


최근 수제맥주, 정확히는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수제맥주에 가해지고 있는 비판이다. 편의점 채널이 수제맥주 업계에 양날의 검이 되어가고 있다. 편의점 채널은 코로나19로 확산된 홈술과 혼술 문화를 기회 삼아 수제맥주를 대중에게 알리는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했지만 ‘4캔 만원’이라는 가격 프레임에 수제맥주를 가둬두며 질적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국내 수제맥주 시장은 최근 몇 년 사이 편의점이라는 채널을 토대로 성장했다. 주세법 시행령 개정으로 2018년 이후 소규모 맥주의 소매점 유통이 허용되면서 수제맥주는 뛰어난 접근성을 앞세운 편의점이라는 채널에 올라탔고, 수제맥주는 ‘맥덕(맥주 매니아)’의 전유물이 아닌 일반 소비자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제품으로 거듭났다.


그 중심에는 4캔 만원이라는 편의점의 맥주 마케팅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해당 마케팅은 소비자들의 얇아진 지갑을 지키면서도 기성 맥주는 물론 기성 맥주와는 다른 독특한 풍미의 수제맥주까지 저렴한 가격에 편리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호응을 얻으며 수제맥주의 세계로 소비자들을 입문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최근 물가 상승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4캔 1만1000원’ 등으로 가격이 소폭 인상됐지만 편의점 맥주시장에서 해당 마케팅의 영향력은 여전히 절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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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맥주 시장의 성장을 견인했지만 최근에는 그 공로에도 불구하고 1만원 4캔 마케팅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기성맥주와 수제맥주의 차이를 가르는 차별점이자 성장 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다양성과 독창성을 발휘하는 데 제약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맥주의 기본재료인 몰트와 홉, 효모는 물론 다양한 과일이나 허브 등을 자유롭게 사용해 가볍고 깔끔함이 강조된 대형 주류회사의 페일·라이트 라거와 차별화하며 다양한 스타일을 앞세워 성장한 것이 수제맥주다. 그러나 현재 편의점 채널은 판매단가가 사실상 정해져 있는 탓에 납품단가를 맞출 수 있는 가볍고 저풍미의 비슷한 제품만 넘쳐나고 있다.

김만제 한국맥주교육원 원장은 4캔 만원 프레임에 수제맥주 가격을 가둬두고 있는 게 질적 성장을 가로막는 근원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의 판매가격 틀 안에서는 업체별로 맛과 향을 차별화할 수 있는 고풍미의 수제맥주는 생산단가를 맞추기 어렵다”며 “대체로 가볍고 연한 수제맥주밖에 유통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제품이 언뜻 다양해보여도 실제 스타일은 대부분 유사하다”고 말했다.


세븐브로이 '곰표 밀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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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맥주와 차별화된 수제맥주를 편의점 채널에 내놓기 어려운 환경이 이어지다보니 맥주와는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맥락 없는 협업 제품만 연일 시장에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각종 협업 제품의 출시는 2020년 5월 세븐브로이와 대한제분이 협업해 출시한 ‘곰표 밀맥주’가 품귀 현상을 일으키며 흥행한 이후 가속화됐다. 화제성만 노린 제품이 우후죽순 출시되면서 웬만한 협업 제품이 아닌 이상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기 어려워졌고, 이는 다시 맥주 맛과는 무관한 무리한 기획으로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도 주객이 전도됐다고 지적이 나온다. 한국수제맥주협회 관계자는 “브랜드가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협업만 자리 잡았다”며 “애초에 협업 제품은 수제맥주 업체들의 약한 브랜드를 보완하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이지만 실제로는 업체별 맥주 맛의 특징은 소비자에게 인식시키지 못하고 그저 재미거리로 이미지만 소비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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