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보수 구체적 평가 지표 부족
현금 지급 치중도 부정적 영향
임원 성과와 은행 장기 성장 관계성 낮아

"韓은행 임원 보수체계 美·英보다 미흡…단기실적주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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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국내 은행의 임원 보수체계가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 비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성과보수 지급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고 현금 위주로 지급하고 있어 단기 실적주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20일 한국금융연구원은 '국내은행의 임원 보수와 단기실적주의에 대한 고찰'에 따라 이 같이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일반은행 임원 총 489명이 받은 보수는 1998억원이다. 이중 51.4%(1028억원)이 성과보수로 지급됐다.

문제는 모든 은행들이 지나치게 많은 지표들을 성과보수 지급 기준으로 내세웠다는 점이다. 가령 A은행의 경우 성과측정을 위해 수익성, 건전성, 고객기반확대, 내부통제 등의 지표를 활용했다. 비계량평가는 경영과제 이행수준을 정성 지표로 활용한다고 공시했다. 이를 두고 권흥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구체적인 평가 지표, 목표치를 포함한 산식, 목표 달성 여부 등을 상세히 공시하는 미국 및 영국 은행과는 크게 다르다"라며 "지나치게 다양한 지표들을 열거해 외부인들이 어떠한 지표가 주요 지표인지, 목표치는 무엇인지, 실제 목표치를 달성했는지 등을 파악할 수 없었다"고 꼬집었다.


성과보수 중 현금 비중이 크다는 점도 우려했다. 조사 대상 성과보수 1028억원 중 절반이 넘는 529억원(51.5%)가 현금으로 지급됐다. 이어 주식, 주식연계상품이 각 250억원(24.3%)씩이었다. 현금 및 주식연계상품의 경우 성과평가를 통해 최종 결정된 주식 수 및 가격을 고려해 같은 가치의 현금을 지급하는 형태다. 지급액이 주가와 연동되지만 주식 지급보다는 성과와의 연동이 약한 셈이다. 권 연구위원은 "성과보수와 장기적인 성과가 연동되려면 성과보수가 일정 기간 이연돼야 하고 이 기간 동안 대상 임원이 부정적 사건에 휘말릴 경우 성과보수 지급액이 조정되거나 환수돼야 한다"며 "국내 은행은 성과보수 이연기간이 3년이 가장 많아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 은행 대비 다소 짧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 금융지주사들과 비슷한 규모를 가진 미국과 영국의 은행들은 이 같은 지점에서 확연한 차이를 드러냈다. 코메리카, 캐피탈 원 등 미국 금융사들은 총 임원 보수의 69.70%(7897만달러)를 성과보수로 지급했다. 이중 대부분(83.6%)은 주식 관련 보수였다. 또한 지급 조건도 매우 상세하게 공시했다.


예를 들어 캐피탈 원의 경우 임원의 성과를 재무적 부문과 주식 부문을 나눠 측정했다. 재무적 성과는 주당유형순자산 성장률 3분의 2, 유형보통주자본 대비 조정수익률 3분의 1의 비중으로 구성됐다. 주식성과는 총주주수익률로 측정하며 각 지표별 18개 경쟁회사의 지표와 비교해 상위 55%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상위 80%를 달성하면 150% 성과 연동 주식을 받는다고 공시했다. 영국 HSBC 은행의 경우 주식으로 지급한 성과 보수를 환수할 수 있는 이연 기간을 7~10년으로 설정했다. 국내 대비 최대 3배 이상 긴 기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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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연구위원은 "국내 일반은행의 임원 보수 공시를 강화하고 이연 기간을 늘리는 한편 경영진의 주식 보유 강화 등을 검토해야 단기실적주의에 매몰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또한 이와 함께 은행 임원 인사가 장기적인 성과와 충분히 연동되도록 인사체계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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