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초대석]정황근 장관 "식량안보 시대, 자급률 50%대 국가 책임져야"
尹정부 초대 농식품부 장관 인터뷰
'분질미'로 2027년까지 6000억원 예산 절감
직불금 확대 협의 중…연말 식량 및 주요 곡물 자급률 새 수치 공개
[대담=이은정 아시아경제 경제부장, 정리=김혜원 기자]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은 50% 이상 유지돼야 합니다. 국민이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된 식량 자급률은 국가가 책임져야 합니다. 여기에서 더 악화하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는 식량주권의 심각성을 국민이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핵심 국정과제로 식량안보 강화를 과감히 채택한 것도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강조한 식량 자급률의 국가 책임론과 맞닿아 있다. 지난 15일 정부세종청사 집무실에서 만난 정 장관은 "밀과 콩, 쌀가루용 쌀 등 식량안보와 직결된 전략 작물에 대한 직불금을 확대하기 위해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 중"이라며 일본식 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본은 밀 자급률이 18%로 높은 편인데, 밀 재배 농가에 논 직불로 1㏊당 400만원을 전폭적으로 보조한 정책이 주효했다는 게 정 장관의 판단이다.
정 장관은 취임 한 달을 갓 넘긴 시점에 식량안보 강화 차원의 1호 정책으로 ‘분질미’를 내놔 이목을 끌었다. 그는 "수입 밀가루 중 일부를 국산 쌀가루로 대체해 식량 자급률을 높이고 쌀의 공급 과잉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2027년까지 6000억원의 예산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쌀 공급 과잉으로 발생하는 비용 2조3000억원을 절감하고 분질미 산업화 등에 1조7000억원을 투자하고 남은 차액을 농식품부가 추산한 것이다.
-농식품부가 이렇게 주목받은 적이 있나 싶다. 취임 40일이 조금 지났는데 현안이 많아 숨 가쁘게 지나간 것 같다.
▲1년은 된 느낌이다. 농업·농촌이 어려운 시기에 중요한 직책을 맡아 어깨가 무겁다.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 전쟁에 따른 곡물 공급망 불안으로 근래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로 식량 문제가 대두된 적은 없었다.
-취임 일성으로 식량주권 강조했다. 윤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연간 곡물 소비량(2132만t) 중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식량 자급률이 45.8%에 불과하다. 이미 부처 내 중장기 식량안보 강화 태스크포스(TF)를 설치했으며 구체적인 액션 플랜에 돌입했다. 항만을 중심으로 총 10만t 규모의 곡물 전용 비축시설을 신규로 설치하고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하림 등 민간기업이 해외에서 곡물엘리베이터 지분 인수를 추진하면 자금 일부를 지원하기 위해 예산도 확보할 것이다. 여기에 해외 진출한 민간기업이 확보한 곡물을 비상시 국내 반입이 가능하도록 법령(해외농업 및 산림자원 개발협력법)을 개정하고 있다.
-분질미를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 대책이라는 1호 정책도 발 빠르게 내놨다.
▲우리는 정말 좁은 땅덩어리에 살고 있다. 우리나라 국토 면적이 지난해 기준 1021만㏊인데 경지 면적은 154만7000㏊에 불과하다. 경작해서 먹을 수 있는 논밭이 15%밖에 안 된다는 얘기다. 이번 대책이 성공한다면 2027년께 연간 밀가루 수요 200만t 중 10%를 분질 쌀가루로 대체할 수 있다. 이 경우 2027년 밀 자급률 목표치는 7.9%로, 기존 대비 0.9%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본다. 보다 구체적인 분석 작업을 거쳐 올해 연말께 식량 및 주요 곡물 자급률 목표치를 새롭게 발표할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 진입했다. 농식품부는 고물가 시대 더욱 주목받는 부처다.
▲쌀가루는 정책이고 사실 최대 현안은 물가다. 농축산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8.7%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하다가 올해 4월부터 다시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돼지고기를 중심으로 축산물 물가 오름세도 가파르다. 농식품 물가 안정을 위해 재정이나 세제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는데 향후 물가 추이에 따라 할당관세 적용 기간이나 범위 확대 등이 필요할 수 있다. 농가 생산비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비료와 사료 구매 자금을 계속해서 지원할 것이며 밀가루 가격 상승분의 70%를 정부가 부담하고 있다. 식품 가격 상승 압력을 최대한 낮추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나 녹록지는 않다. 내년까지는 여파가 갈 것 같다.
-농업 전반적으로 성장 정체기다. 농업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은데.
▲‘농사=농업’ 공식을 깨야 한다. 이제는 애그리비즈니스(agribusiness)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농업이 미래 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팜과 농식품 수출이 핵심이다. 스마트팜은 쉽게 말하면 스마트폰으로 해외에서도 각종 센서를 통해 농업 생산이 완벽히 가능한 세상이다. 현재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으며 스마트팜 개발 2단계에서 3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다. 농식품 수출은 5월 말 누계 기준 51억8500만9000달러로 역대 최고 실적 행진 중이다. 지난해에는 연간 100억달러를 처음으로 돌파했다. 쌀 가공식품 등이 해외에서 인기다.
-윤 대통령 공약인 청년 농업인 3만명 육성의 성공 여부도 농업의 미래와 맞닿아 있을 것 같다.
▲청년 농업인은 현재 전체 농업인의 1.2%에 불과하다. 가구로 따지면 1만2500가구 정도다. 어려운 목표지만 매년 농고·농대를 졸업하는 1만3000여명 가운데 30%만 농촌으로 찾아간다면 어마어마한 기반이 될 수 있다. 그 유인 요소 중 하나가 스마트팜이다. 실제 법학도나 대기업 근무하던 청년들의 스마트팜 창업 성공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청년 농업인은 충분한 사전 준비 기회와 농지 및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어 이를 해소하는 것이 정책과제다. 올해 ‘청년농 육성 종합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농촌이 늙고 소멸하고 있어 또 문제다.
▲농촌·도시 간 일자리, 정주 여건, 생활 서비스 격차 등으로 2020년 기준 139개 시군 중 97개가 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돼 있다. 이를 해소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농식품부는 농촌공간계획 제도 도입을 준비 중이다. 농촌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2031년까지 전국 시군 400여개 생활권을 지원할 방침이다.
원칙·소신의 '쌀가루 장관'…정황근은 누구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농축산식품 비서관으로 일할 때 잘 알려지지 않은 일화가 있다. 농식품부 산하 기관 중 한 곳을 타 부처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지시가 있었는데 정 비서관은 기관 성격상 잔존하는 게 맞다고 보고 논리로 설득해 지켜냈다. 원칙과 소신으로 적극행정을 펴는 게 그의 최대 강점이라고 주변 지인들은 이야기한다. 이들은 성실과 애국을 정 장관의 장점으로 손꼽았다.
정 장관의 요즘 별칭은 ‘쌀가루 장관’이다. 취임 후 한 달 만에 내놓은 1호 정책이 분질 쌀가루를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 대책이어서다. 쌀가루라는 생소한 개념을 신규 비즈니스로, 나아가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식량주권 강화로 연결할 수 있었던 것은 정 장관의 오랜 집념과 뚝심의 결과다.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진 정책이 아니다. 현업을 떠나 있을 때에도 정 장관은 쌀가루 신품종 개발 경과를 꼼꼼히 챙겼고 장관 지명과 함께 비로소 세상의 빛을 보게 된 경우다. CJ 등 민간기업에서도 쌀가루로 밀가루를 대체하는 이번 사업 아이템의 성공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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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부 초대 농식품부 장관인 그의 2호 정책은 농업의 ‘미래’에 맞춰질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임명장 수여 당시 정 장관에게 농업의 미래 성장과 농업의 산업화를 위한 적임자라는 것을 강조했다고 한다.
‘친정’으로 복귀한 정 장관은 조직 내 소통과 긍정, 효율 세 가지를 강조한다. 좋은 정책의 기본은 소통이며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현장과 소통하지 않는 정책은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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