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년 검찰 지배 벗어났는데 또 통제 시도" 경찰의 분노
내부망 "쇠사슬 족쇄 채우기"
행안부 경찰국 신설 반발 확산
"정권의 시녀·독재 회귀" 비판
"협력관계로 봐야" 찬성 의견도
[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76년 동안 검찰 지배를 받아오다 겨우 벗어났는데, 이제 행정안전부 장관이 또다시 지배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13일 오후 경찰 내부망에는 ‘경찰, 쇠사실이 또 필요하나’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검찰이 경찰에 이중, 삼중으로 꽁꽁 채워 넣은 쇠사슬을 검수완박으로 약간 풀어놓으니, 또다시 현 정권의 시녀역을 자임하는 행안부 장관이 족쇄를 채우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가 한 단계 발전해도 시원찮을 판에 치안본부가 폐지된 1991년 독재로 회귀하고 있다"며 "경찰 중립성 훼손하는 경찰국 철회하라"고 적었다.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 추진에 경찰 내부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경찰국은 1991년 경찰청이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내무부와 분리되는 과정에서 폐지된 바 있다. 일선 경찰들은 "31년 만에 경찰국이 부활하는 것은 과거로 회귀를 의미한다"면서 "대통령-행안부 장관-경찰청장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지휘체계가 형성돼 경찰의 중립성이 훼손된다"고 지적했다.
경찰 지휘부를 향한 비판은 날이 더 서 있다. 경남경찰청 소속 한 경위는 "이 지경이 돼도 전국 어디에서도 말 없는 지휘부들이 원망스럽다"면서 "밥그릇 지키느라 경찰 조직이 붕괴돼도 침묵으로 일관하는 그대들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13만 경찰청 조직이 통으로 행안부 경찰국으로 넘어 가게 생겼는데 우린 누굴 믿고 누구를 따라야 하냐"며 "전국에 계신 경찰 지휘부들은 제발 말 좀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글에는 "13만 대군에 진정 정의롭고 용맹한 장수가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 "새로 승진한 치안정감 6명은 왜 한마디 말도 못하느냐" 등 동조 댓글도 수십개 달렸다. 김창룡 경찰청장과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행안부의 경찰 통제 움직임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논의 중이어서 답하기 어렵다"거나 "균형잡힌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명확한 입장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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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안팎에서 찬성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한 경찰 고위직 간부는 "국가경찰위원회가 경찰에 대한 민주적 견제·감독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협력적 성격이 짙은 게 사실"이라며 "경찰위원회를 통해서 경찰에 대한 견제를 하기 위해선 민주적 정당성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정도를 어느 선까지 가져가야 하는 문제에 부딪히는 등 복잡할 수밖에 업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전문가는 "검찰이 검찰국이 있는 법무부에 완전히 존속된 것이 아니듯이 행안부에 경찰국이 생긴다고 독립된 외청인 경찰청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 색안경을 끼고 볼 사안이 아니다"라면서 "통제 받는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협력 관계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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