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빅스텝 충분치 않아" 인플레 못잡은 Fed, 결국 '자이언트스텝' 밟나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결국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것이란 미 월스트리트의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고강도 통화긴축 전망으로 경기침체 공포가 한층 커지면서 글로벌 증시는 패닉셀에 빠졌다. 뉴욕증시를 대표하는 S&P500지수는 물론, 글로벌 증시 지표인 모건스탠리 세계지수(MSCI ACWI)도 전 고점 대비 20%이상 급락한 약세장(베어마켓)에 공식 진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통신, CNBC,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매체들은 13일(현지시간) 일제히 자체 전망을 앞세워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을 보도했다. Fed 인사들의 공개 발언이 금지되는 블랙아웃 기간 이 같은 보도가 쏟아진 것은 당국과의 교감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 최대 투자은행인 JP모건체이스와 골드만삭스도 이날 투자자 메모를 통해 Fed가 다음날부터 이틀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체이스 미국경제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인들의 기대 인플레이션 심리가 치솟은 것을 반영한 결정"이라며 "심지어 1.0%포인트 올릴 위험도 적지 않다(a non-trivial risk)"고 내다봤다. Fed가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경우 이는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 시절인 1994년 11월에 0.75%포인트를 인상한 이후 27년7개월 만의 일이 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이날 현재 6월 FOMC에서 금리를 0.75% 올릴 가능성을 95.1% 반영하고 있다. 이는 불과 1주일 전 3.1%와 비교해 급격히 높아진 수치다. 같은 날 뉴욕증시 마감 직후만 해도 28% 수준이었던 이 비율은 주요 투자은행과 외신들의 자이언트스텝 보도가 쏟아지며 불과 5시간도 채 되지 않아 95%대로 치솟았다.
◇인플레보다 무서운 기대인플레...힘 받는 자이언트스텝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자이언트스텝은 가능성이 크지 않은 카드로 거론돼왔다. 그간 Fed는 6~7월 회의에서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예고하며 자이언트스텝에 선을 긋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FOMC 시작을 하루 앞두고 급격히 분위기가 반전된 배경에는 좀처럼 잡히지 않는 인플레이션이 존재한다. 연이은 금리 인상에도 인플레이션이 완화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결국 ‘충격 요법’을 꺼내드는 것이란 평가다.
자이언트스텝 카드는 최근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8.6%)이 1981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찍으면서 힘을 얻기 시작했다. 여기에 미국 소비자들이 향후 1년간 예상하는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빅스텝(0.5%포인트 인상)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한층 높아졌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에 따르면 5월 소비자 전망 설문조사에서 향후 1년간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6.6%로 전월 대비 0.3%포인트 상승했다. 당분간 인플레이션이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표 상으로도 확인된 것이다.
이는 즉각 Fed의 고강도 긴축 전망에 힘을 실었다. 지난주 CPI 공개 직후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을 언급했던 투자은행 바클레이스, 제프리스그룹에 이어 JP모건체이스, 골드만삭스도 대열에 합류했다. 현지 매체들도 일제히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을 보도했다. WSJ는 "최근 일련의 골치 아픈 인플레이션 보고서들로 인해 Fed는 이번주 FOMC에서 예상보다 더 큰 0.75%포인트 인상으로 시장을 놀라게 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전했다. 불과 하루 전 0.75%포인트 인상을 부정적으로 진단했던 것에서 급격한 변화다. CNBC 또한 "실재하는 분명한 가능성"이라며 "Fed가 0.75%포인트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내다봤다.
특히 이들 매체는 출처를 밝히는 대신 자체 전망 형식을 취했다. Fed의 블랙아웃 기간을 고려한 보도임을 시사하며 오히려 Fed의 목소리임을 반증한 셈이다. 결국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강경책을 내놔야만 인플레이션 상승 심리를 잡을 수 있다는 판단이 Fed 내에서도 확산한 것으로 판단된다. 앞서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달 FOMC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에 거리를 두면서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된다는 분명한 증거가 없을 경우, 더욱 공격적인 기조로 나설 수 있다"고 밝혔었다.
◇일각 "1%포인트 높여야" 주장도...긴축 우려에 증시는 폭락
일각에서는 자이언트스텝도 충분하지 않다는 목소리마저 쏟아진다. 현 인플레이션 추세를 고려할 때 0.75%포인트 인상으로는 충격요법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투자회사 그랜트 손튼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상승 속도와 비교해 Fed의 대처가 늦었고, Fed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자이언트스텝을 예고한 JP모건체이스의 페롤리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1.0%포인트 올릴 위험도 적지 않다"고 덧붙인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스탠더드차터드 역시 1.0%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있다며 10% 확률을 제시했다. 제러미 시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 교수는 지난주 CPI 공개 직후 CNBC와의 인터뷰에서 "Fed가 1%포인트 인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Fed가 급격한 긴축으로 전환할 경우 오히려 시장 전망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블룸버그는 "Fed가 미국 인플레 악화에 연준 0.75%p 금리인상 확률 90%대로 급등 자신의 전망이 얼마나 형편없었는지를 자인하는 셈일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높아진 긴축 우려에 증시는 ‘검은 월요일’을 맞았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S&P500지수는 전장 대비 3.88% 하락해 지난 1월3일 전고점(4796.56)에서 21%이상 내려갔다. S&P500지수가 종가 기준으로 약세장에 진입한 것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직후 2020년3월 이후 처음이다. 같은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4.68% 폭락했다. 세계 기관투자자들이 투자 지표로 삼는 MSCI ACWI 또한 지난해 11월 기록한 고점에서 21% 떨어져 약세장에 들어섰다.
전문가들은 뉴욕증시의 추가 하락 가능성도 경고하고 있다. 통상 6월부터 월가의 여름휴가로 시장이 부진해지는 이른바 준 순(June Swoon)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UBS는" 투자자들이 고물가 지속 여파로 Fed의 금리인상 속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임에 두려움을 느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1927년 이후 중간급 약세장은 1.5년 정도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를 향후 추가 하락세를 전망했다.
같은 날 뉴욕 채권 시장에서 국채 금리는 급등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한때 3.44%까지 치솟았다가 이후 상승폭을 줄였다. 2년물 금리 역시 뛰어 올라 2년물 금리가 10년물 금리를 웃도는 금리 역전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는 4월 초 이후 처음이다. 통상 금리 역전은 경기침체 신호로 해석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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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스탠리의 제임스 모건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경기침체 리스크가 30%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50%에 가까워졌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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