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기업하기 좋은 나라 vs 기업하기 나쁜 나라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여가 지나고 있다. 이제 막 임기를 시작한 정부의 성적을 따져묻기엔 성급한 것도 사실이다. 허나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던 경재계는 하루하루 한 치 앞도 모르는 엄혹한 처지에 놓였다는 점에서 새 정부에 해법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새정부는 규제를 과감히 개혁하고 투자 활성화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천명했다. 기업의 발목에 매달린 모래주머니 같은 규제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한 윤석열 대통령에 기업들은 5년 간 1000조원을 신성장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화답했다. 길었던 코로나19를 벗어나고 정부와 재계가 합심해 우리 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찬가가 울려퍼지는 듯 싶었다.
하지만 대내외 변수가 겹치면서 세계적인 공급망 위기가 찾아왔고 미중 간 갈등과 대립이 과열되는 와중에 북한에서는 탄도미사일에 방사포까지 동원한 무력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고 시대가 열리면서 경제 성장률이 주춤하고 생산과 소비가 둔화되고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기업 현장은 어떨까.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으로 원가 부담은 커졌는데 제품 가격에 모두 전가할 수 없어 수익성이 악화하는 처지다. 대한상의가 최근 제조기업 304곳을 대상으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기업 영향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66.8%는 올해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노사 갈등까지 확산되고 있다. 최근 대법원 판결 이후 임금피크제에 대한 노동계의 줄소송이 예고되고 있으며,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물류대란의 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제철소는 공장을 멈췄고 건설현장은 공사를 중단했다.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주요 업종에서 파업 6일 동안 총 1조6000억원 상당의 생산·출하·수출 차질이 발생했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나머지 업종으로도 생산 차질 영향이 확산되면서 피해 규모는 더 불어날 전망이다.
치솟는 물가로 내년도 최저임금 협상 결과 역시 경영 암초로 떠올랐다. 자영업자들의 과반수(51.8%) 이상은 현재 최저임금인 시급 9160원이 경영에 많은 부담이 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기업들은 한 걸음 한 걸음 생사를 걸고 있는 현실이다. 최근 만난 10대 그룹의 한 임원은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놨지만 그만큼 지금의 사업으로는 미래에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의미"라며 "성장 가능성만 있다면 무엇이든지 일단 뛰어들고 있다"고 하소연을 토로할 정도다.
기업 투자 여력과 경쟁력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절실하다. 세계적인 추세에 맞지 않는 외국보다 불리한 기업세제도 개선해야 한다. 현행 법인세 25%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21.5%로 낮추고, 정책효과 없이 추가적인 세부담만 늘린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도 없애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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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취임 초기부터 숙제가 쌓이고 있지만, 우리 경제의 현실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가야하는 시기에 기업하기 나쁜 나라로 전락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경제정책에 적극 반영하면서 취임 초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성공할까 말까하다. 규제개혁을 통한 민간주도 혁신성장에 속도를 높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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