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인플레이션이 자유 민주주의 세계에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41년 만에 최고에 달했다는 발표 직후 열린 13일 전 세계 증시는 줄줄이 폭락했다. 이른바 ‘블랙 먼데이’다. 인플레 급등에 민주주의 신봉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민주 국가 국민들은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다. 정권 출범 후 내세운 민주주의와 인권 위주 원칙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아우성은 원성으로 변하기 마련이다. 자유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윤석열 대통령도 여유를 부릴 틈이 없다. 지금은 바이든 정부의 행보에 주목하더라도 세계 경제 상황과 미국 국내 정세의 변화 가능성을 면밀히 따져 볼 때다.
지난 주말 전해진 미국 물가 상승률은 전 세계 경제 관료와 중앙은행을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이제는 꺾일 것이란 기대가 컸던 미국 물가 상승률은 8.6%로 다시 급등했다. 연이어 미국 휘발유 값 평균치가 사상 처음 5달러를 넘어섰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1월 뉴욕 특파원 근무 시 휘발유 값은 갤런(3.7리터)에 3.3달러 정도였다. 지금은 5달러를 넘었다고 한다. 불과 5개월여 만에 약 50%가 올랐다. 유가가 인플레 ‘화재’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유가 급등을 불러온 우크라이나 사태를 유발한 러시아의 모습은 상반된다. 러시아 물가는 최근 안정되고 있고 루블화 가치는 올해 기준 달러 대비 30%나 치솟았다. 국제 제재로 러시아 경제가 급격히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은 틀렸다. 중국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위기라고 하지만 미국과 같은 불안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민주 국가 국민의 민심은 ‘갈대’다. 미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집계한 바이든 대통령의 직무 지지율 평균은 취임 초 55%에서 38.9%가 됐다.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의 승리 소식에 거리로 뛰쳐나와 환호했던 시민들의 기쁨은 한숨으로 바뀌고 있다. 차라리 트럼프 시절이 좋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미래 거대 담론은 당장의 먹고 사는 문제에 가려지기 마련이다.
미 유력 언론들은 인플레 통제 실패가 바이든 정부 위기의 중심이라고 전하고 있다. 당장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의석수에서 우위를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 민주당이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정권을 잃었다면 미국 민주당은 인플레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에게서 겨우 되찾아온 정권을 내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바이든은 취임 전부터 인권과 민주주의를 강조했다. 중국, 러시아, 북한, 사우디아라비아, 베네수엘라 등을 인권과 민주주의를 훼손한 국가로 낙인 찍었다. 푸틴은 물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척을 졌다. 이들이 통치하는 국가가 어떤 곳인가.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고 사우디와 러시아는 석유류의 제왕이다. 이들의 협조가 없어도 우방 민주 국가만 관리하면 미국의 영광이 되살아날 줄 알았을 것이다. 바이든의 외교 30년 내공이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졌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국가다. 당연히 모델은 미국이다. 현 정부의 경제, 외교 정책이 모두 미국을 향해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미국식 글로벌 스탠더드를 연일 강조한다. 그렇다면 미국의 변화에도 대비해야 한다.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다수당이 되거나 다음 대선에서 공화당 소속 대통령이 당선할 경우 현 정책은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할 일은 많고 우왕좌왕할 시간은 없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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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민 오피니언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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