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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의 미래]⑤ “사람이 문화 콘텐츠… 터전 잃지 않도록 지켜야죠” - 김영심 가스트로통 대표

[서촌의 미래]⑤ “사람이 문화 콘텐츠… 터전 잃지 않도록 지켜야죠” - 김영심 가스트로통 대표

최종수정 2022.05.19 08:41 기사입력 2022.05.19 06:00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위치한 유러피안 레스토랑 '가스트로통'과 '라스위스' 전경. 100년이 넘은 고택에 유럽식 창을 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뽐내고 있다. (사진=김영심 대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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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류태민 기자] 아기자기한 서촌 골목길을 걷다 보면 유럽식 창을 낸 일본식 가옥 한 채가 눈에 들어온다. 100년이 넘은 고택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고풍스럽게 멋을 낸 이곳은 스위스 출신의 롤랜드 히니 셰프와 그의 아내 김영심 대표가 운영하는 스위스 레스토랑 ‘가스트로통’이다. 가스트로통(Gastro Tong)은 미식을 뜻하는 불어 ‘가스트로’와 통의동의 ‘통(通)’을 합쳐 만든 이름이다.


두 부부는 아직 사람들의 발길로 붐비기 전인 2011년 오래된 가옥과 허름한 골목길의 정감이 가득한 이곳을 우연히 접하게 되며 자리 잡았다. 일제강점기 당시 지어진 이 고택은 개조되지 않고 본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어 유러피안의 오랜 전통이 느껴지기에 충분했다. 지난 몇 년간 서촌은 트렌디한 음식점과 카페가 많아지면서 빠르게 변화했지만 가스트로통은 11년 동안 편안하고 친근한 느낌을 주는 고유의 색깔을 유지해왔다. 지난 17일 오랜 통의동 주민인 김영심 대표를 만나 서촌의 매력과 향후 변화될 모습에 대해 들어봤다.


'가스트로통'과 '라스위스'를 운영하고 있는 롤랜드 히니 셰프와 김영심 대표 부부. (사진=김영심 대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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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통의동에 거주하셨다. 주민으로서 바라본 서촌의 매력은 무엇인가.

▶(김영심) 거대한 도시 안에서 작게나마 전통적인 문화 색채를 잃지 않고 지켜온 게 서촌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고층 빌딩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서울 시내와 달리 한옥, 적산가옥 등 낮은 건물들과 아기자기한 골목길이 어우러져 서촌만의 매력을 만들어낸다. 유서 깊고 정감이 가는 동네 분위기를 느낄 때면 ‘마을’이라는 단어가 딱 어울리는 곳이 아닐까 싶다.


---어떻게 이곳에 자리잡게 됐나.

▶남편이 세계 각국에서 근무하다 보니 떨어져 살다가 한국에 정착하기로 마음먹은 후 함께 식당을 열기로 했다. 식당을 위한 장소를 찾으면서 남편이 네 가지 조건을 세웠다. 집에서 가까울 것, 고층빌딩이 아닌 100년 이상 된 고택일 것, 대로변에서 떨어진 한적한 곳에 있을 것. 충분한 주차 공간을 확보할 것. 이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곳을 찾다 보니 서촌까지 오게 됐다. 현재 가스트로통이 자리하고 있는 이 건물도 1905년에 지어져 100년이 넘은 유서 깊은 곳이다.


---식당을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식당을 오픈하자 동네에서 민원이 많이 들어왔다. 당시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식당은 대로변에 위치하다 보니 골목길 안에 자리 잡은 우리 매장의 주변은 거의 다 주택가였다. 주민들이 소음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내부 리모델링을 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지금은 일대가 대부분 식당이나 카페 등 상가건물로 활용돼 별다른 문제가 없다. 처음에 한옥 한 채로 시작했는데 계속 확장하면서 지금은 총 세 채를 사용하고 있다.


청와대 개방 후 첫 주말을 맞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에 많은 시민들이 찾고 있다. 서울시는 청와대 전면 개방에 따른 보행량 급증에 청와대 개방 행사기간에 청와대 앞길(효자동분수대-춘추문)을 차 없는 거리로 시범 운영한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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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를 개방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변화를 체감하셨나.

▶깜짝 놀랄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려들고 있다. 기존에는 ‘큰 손’으로 불리는 청와대 손님이나 업무상 만남을 위해 방문하시던 기업 손님의 비중이 높다 보니 대통령 집무실을 옮긴다고 발표가 났을 때 걱정이 있었다. 그런데 청와대가 개방한 이후 관광을 오신 손님들이 크게 늘면서 그 공백을 메워주시는 느낌이다. 가족이나 연인 단위로 오는 경우가 많다 보니 연령층도 다양해진 것 같다. 우리 매장뿐만 아니라 일대 식당들도 전부 예약이 가득 차서 빈자리가 없다고 하더라.


이 주변에 집회·시위 등이 사라진 것도 큰 변화다. 기존에는 주말마다 집회 인파가 몰려 일대 교통이 마비되는 등 여러 불편함이 있었다. 실제로 집회·시위가 격해지면서 통행이 어려워지자 주말에 찾아오시는 손님들이 아예 발길을 돌린 사례도 여럿 있다. 촛불 시위가 한창일 때는 집으로 가는 길이 막혀서 산길을 타고 귀가한 적도 있다. 이제는 그런 문제점이 사라졌으니 일대 상권도 더욱 살아나지 않을까 싶다.


---청와대 이전으로 앞으로 기대되는 점이 있다면.

▶한국의 전통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대표적인 관광지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피렌체나 프라하 등 유럽의 주요 관광지들은 모두 옛날 느낌을 그대로 살려놓은 ‘올드타운’이다. 서촌은 골목길들을 따라 한옥과 적산가옥 등이 가지런히 자리 잡고 있어 전통적인 멋을 내기 최적화된 공간이다. 여기에 경복궁 바로 옆에 위치해 내·외국인 관광객들의 접근성도 높다. 청와대가 이전한 공간을 잘 활용해 문화적 가치를 더욱 확대하면 말 그대로 멋스러운 ‘올드타운’이 되지 않을까 싶다.


---주민으로서 남아 있는 청와대 공간을 어떤 식으로 활용하길 바라는지.

▶앞으로도 시민들이 경험할 수 있는 역사문화 공간으로 개방됐으면 한다. 경복궁이 조선시대의 왕들이 살던 고궁이라면, 청와대도 대한민국의 대통령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현대판 고궁’ 역할을 하게 되지 않을까. 청와대 내부에 집무실 등 역사가 담긴 볼거리도 많은데다 계곡, 연못, 꽃 등이 가득한 녹지원도 넓다. 넓은 마당을 활용해 야외 콘서트도 진행한다면 다양한 문화적 볼거리가 늘어나면서 서촌 일대도 더욱 활기를 띠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과거 인기를 끌었던 익선동의 경우 식당이나 카페 등은 많았지만 문화적으로 즐길 거리가 많지 않다 보니 일시적 트렌드에 그쳤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요소가 많아질수록 서촌은 고유의 색깔을 지켜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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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개발 가능성이 커지면서 우려되는 점은.

▶지나친 상업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 관광객들과 인파가 몰리게 되면 큰돈을 벌 수 있는 기회라고 여겨 거대 자본들이 들어올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삼청동 사례만 보더라도 대형 브랜드와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들어오면서 기존에 그 지역이 간직했던 고유의 모습과 전혀 딴판이 됐다.


또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대한 걱정도 앞선다.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상권이 활발해지면 임대료를 크게 올리는 건물주들이 생겨나면서 이곳에 오래 머물렀던 소상공인들이 버티지 못하고 쫓겨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할까 우려된다.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소상공인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되면 현재 아름다운 서촌의 풍경도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 젠트리피케이션

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되어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유입됨으로써 기존의 저소득층 원주민을 대체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난개발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는데.

▶맞다. 주민들 사이에서도 현재 이 지역 고유의 색깔을 잃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5층이 훌쩍 넘는 고층 건물이 들어서게 되면 이곳의 도시미관이 저해될 수밖에 없다. 정부의 관리 하에 질서정연하게 개발이 진행되도록 대책이 마련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래야 현재 서촌이 가진 문화적 색깔을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청와대 부속 건물들이 빠져나가면 여유공간이 많이 생길 전망이다. 주민으로서 이곳에 어떤 게 들어오면 좋겠는지.

▶젊은 창업가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실리콘밸리’와 같은 공간으로 활용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문화적으로 다양한 것을 접할 수 있는데다 인근에 북악산과 인왕산도 위치해 지친 마음을 회복하기도 좋다. 청년들이 유입되면 동네에 활기찬 에너지를 불어넣을 수 있어 일대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지켜져야 할 서촌의 가치가 있다면.

▶이곳에 사는 사람들 한 명 한 명이 바로 서촌의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마을 사람들이 이곳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 수 있는 토대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서촌 문화가 만들어지고 오랫동안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이분들이 빠져나가면 결국 서촌은 고유의 색깔을 잃을 수밖에 없다. 무차별적인 개발로 인해 이곳 주민들이 터전을 잃고 쫓겨나지 않고 지켜질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적인 지원과 대책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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