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굽는 타자기] "이 사람도 별론데, 저 사람이 되면 안 되니까 찍어야지"
'저쪽이 싫어서 투표하는 민주주의'
반대를 위한 반대가 국내 정치 지배, 조국 사태가 시발점
반대할 것 정하고 그 기준으로 정당성 설명하는 방식 일반화
사회적 지향점으로 나뉜 보수·진보 아닌
서로 반대하기 위한 보수·진보로 나뉘어
민주-국힘 거대 양당제가 문제 근원 지적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올 봄은 정치의 계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계절의 시작인 3월 초 대통령선거에 이어 계절이 끝난 직후인 6월1일 지방선거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통상 선거가 다가오면 어떠한 비전을 갖고 사회를 이끌어갈지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전개된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이는 실종된 추억에 가깝다. ‘콘크리트 지지층’ 위에서 서로를 갉아먹기 위한 반대를 위한 반대가 우리 정치를 지배하고 있다.
저자는 ‘조국 백서’와 ‘조국 흑서’로 대표되는 일련의 조국 사태를 지금의 정치 현실을 만들어낸 시발점으로 꼽는다. "무엇을 반대할 것인가를 묻고 이를 기준으로 자기 정당성을 설명해 가는 방식으로 정치적 담론을 형성"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 일반화됐다는 것이다. 여기에도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은 존재하지만 이는 과거처럼 이상적 사회에 대한 지향이 아니라 보수를 반대하기 위한 진보, 그 거울상으로의 보수라는 철저한 반대 지향으로서의 이념이다.
여기에 이익이 결합되면서 사태는 더 커졌다. 우리 시대의 대표 키워드 중 하나는 ‘공정’이다. 논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계기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문제를 젊은 세대는 공정의 관점에서 바라봤다. 기존의 남한 선수 중 누군가는 ‘손해’를 보는 것은 불공정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 지점을 20대 보수화의 단초로 본다. 통일과 평화의 상징이 ‘진보’라는 기성세대의 논리에 반발하면서 젊은 층이 보수를 택하게 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급격한 부동산 상승과 이를 따라잡겠다며 주식과 가상화폐에 몰두하는 젊은 층의 모습은 모든 것을 손익관계로 보는 사회상을 더욱 심화했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이를 바로잡기보다는 ‘팬덤’을 통해 사태를 악화시키는 데 바빴다. 팬덤은 정치인이 좇는 ‘가치’가 아닌 정치인을 좇는다. 그 가치를 정치인이 포기한다면 팬덤이 택하는 건 가치가 아닌 정치인이다. 지지하기 위해서라면 가치는 언제든 내던져진다. 목표가 부재한 상황에서 맹목적 지지가 어느새 이를 대체해버린 것이다. 여기에 선거를 ‘한일전’으로 치환하는 논리는 상황을 더욱 수렁으로 빠뜨렸다.
혹자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라는 거대 양당이 모든 것을 틀어쥐는 양당제가 문제의 근원이라고도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일본을 보라고 한다. 일본은 1990년대 초 자민당 1당 우위의 ‘55년 체제’가 40여년 만에 무너졌다. 하지만 새로운 지향이 아닌 ‘무엇에 대한 반대’에 그친 신 연립정권은 개혁에 실패하고 다시 자민당 우위의 정치 지형이 펼쳐졌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펼쳐졌던 한국의 선거제도 개혁이 이와 판박이라는 것이다. 비례대표제가 개선됐지만 이를 주도했던 민주당은 위성정당을 통해 이를 스스로 박살 냈다. 먼저 의제를 내걸었던 정의당은 개혁 과정에서 민주당의 위성정당을 자임했고, ‘진짜’ 위성정당이 나타나자 버림받았다.
그렇다면 좌우를 오가기를 반복하는 반대를 위한 반대의 ‘진자운동’에서 우리는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저자는 진자가 아닌 그 ‘축’을 바꾸는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 ‘공론장’을 강조하지만 동시에 이 과정에서 생기는 참여민주주의 함정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참여민주주의는 초창기에는 효과를 거두지만 진짜로 구조 안으로 편입된 후에는 구조 속에서 빈껍데기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조국 사태 때 한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20% 대 80%의 싸움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1%를 꺾기 위한 19%의 싸움에 80%가 동원되고 있었다." 통치 구조가 확대되더라도 여전히 그 구조가 소수에게만 해당된다면 이는 다시금 기득권 내에서의 반대를 위한 반대로 전락한다는 의미로 정치가 전락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저자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참여 자체에 대한 소득을 지급하는 방식 등으로 사회 구성원 대다수를 구조 안으로 적극적으로 포괄함으로써 실질적 주인으로 거듭나도록 해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하는 이유다. 물론 이게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정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우리가 바라는 게 ‘어떤 민주주의인가’를 스스로 생각해야만 한다.
저쪽이 싫어서 투표하는 게 아닌, 내가 좋아서 투표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첫걸음을 만드는 길을 걷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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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쪽이 싫어서 투표하는 민주주의 | 김민하 지음 | 이데아 | 288쪽 | 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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