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 편집자주


경제학의 눈으로 한국 민주주의를 분석한다. 우리가 왜, 어떤 점에서 실패하고 있는지 밝히고 해결책을 찾는다. 특히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의 사례를 집중적으로 살핀다. 저자는 오늘날 한국의 민주주의가 위험한 단계에 처했다고 지적한다. 우리가 무조건 옳다고만 여겼던 민주주의 원칙들이 포퓰리즘과 만나면서 어떻게 타락해가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책 한 모금] 군주 시대로 회귀하는 민주주의 구하기 ‘대통령의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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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판결문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는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사적 용도로 남용했기 때문이다. 권한남용의 배경으로 “‘제왕적 대통령제’로 비판되는 우리 헌법의 권력구조”를 꼽았다. … 퇴진행동이 작성해 집회에서 외쳐진 적폐청산은 사람이든 정책이든 철저하게 박근혜 개인에게만 맞춰져 있었다. 국정농단 사태가 발생한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 대통령 권력 남용의 원인을 제대로 지적하지 못한 한계는 다음 정부에서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는 “예산과 인력의 규모는 물론, 영향력 등 눈에 보이는 측면에서 분명 전보다 더 강한 청와대”가 되었다. 국정농단의 원인이 된 대통령의 과도한 권력이 축소되기는커녕 도리어 커진 것이다. 더군다나 진영 청산론으로 편향된 적폐청산 사업은 극단적 진영 갈등으로 번졌다.

- ‘1장. 촛불에서 드러난 불길한 징조’ 중에서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까지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은 여전했다. 금권도 여전했다. 재벌의 경제적 독점력을 이용한 지대 추구와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는 오히려 그 규모가 커졌다. 도시 상위 소득 계층이 새롭게 지대 동맹에 참여한 것은 큰 변화였다.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정규직, 수도권 아파트 소유자 등 소득과 자산의 상위에 속한 사람들이 공고한 계층 간 벽을 쌓았다. 중위 임금의 상승 속도를 크게 웃도는 수도권 아파트 가격 상승도 엄청난 지대를 창출했다. 일자리와 부동산은 21세기 엘리트 동맹에 진입하는 새로운 열쇠이다.…한국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로 이행하지 못한 것은 이런 엘리트의 지대 동맹을 이완하고 해체하는 방법을 찾지 못한 탓이다.

- ‘2장. 대통령 잔혹사’ 중에서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주택 가격 상승을 투기꾼 탓으로 규정하며, 부동산 적폐 청산을 주장했다. 집 없는 서민의 억울함을 달랜다며 다주택 또는 고가 주택 보유자들에게 징벌적 세금도 매겼다. … 정부 부동산 정책은 수요 규제가 핵심이었다. 주택 관련 대출을 규제했고, 세금도 높였다. 심지어 투기 대상이 된다며 재개발까지 규제했다. 투기꾼 탓이니 투기꾼이 움직이는 모든 곳에 덫(핀셋 규제)을 설치하면 된다는 발상이었다. 하지만 대출을 규제하자 새로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부터 살던 아파트를 팔고 새 아파트를 사서 이사하려는 사람까지, 모두가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조건에서 대출 규제는 대출 불평등이라는 역설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부동산에 죄악세를 매긴 정책도 부정적이었다. … 결국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4년 동안 세율을 올렸다 내렸다, 범위를 넓혔다 좁혔다 하면서 누더기 정책을 만들었다.

- ‘3장. 경제학에 반대하는 정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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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숙제 | 한지원 지음 | 한빛비즈 | 256쪽 | 1만65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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