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끝났는데 아직도 허전하다.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것도 아닌데 진정한 축하와 위로가 별로 없어 보인다. 수많은 유권자들의 장기간 침묵에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이런 현상은 한국정치 역사상 분명 사회과학적 연구대상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자신의 승리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면 큰 낭패를 볼수 있다. 검찰총장→후보→당선인으로의 경로가 부자연스러운 만큼, 대통령의 위상을 갖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용산으로의 집무실 이전 문제에는 물리적·원천적 한계가 분명함에도 무엇을 극복하기 위한 것인지에 대한 설명과 설득이 전혀 없어보인다.

급한 조언일지 모르겠지만, 후보시절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정권교체의 포효를 역지사지해서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내로남불과 불통의 대통령으로서 협치의 정치를 전혀 하지 않으며 정치와 정책에 실패한 정부, 2030의 꿈을 앗아간 정권으로 몰아붙인 만큼, 대안들은 준비돼 있는가. 선거 후 열광과 야유보다 지금의 침묵이 더 무겁다. 역대 대통령 당선인의 기대치는 보통 70%를 상회했는데 윤석열 당선인의 정치능력에 대한 기대가 50%를 겨우 넘어선다. 그 자체가 지지했던, 반대했던 모든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다.


[논단] 대통령 선거에 대한 솔직한 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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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은 법적으로 패배했으나 정치적으로는 새로운 시작일 수 있다. DJ·노무현 이후 오랜만에 팬덤이 형성된 정치인으로서 등극하고 있다. 후보의 신분에서 ‘정치지도자’로의 변화에 성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선거의 패배를 단순히 병가지상사로 여기면서 정치 재기만을 추구할 때는 언제든지 끝없는 추락이 가능한 곳이 한국정치 현장임을 절감해야 한다.

민주당 정권과 지지층에 대한 무한정의 헌신과 희생정신을 스스로 각인해야 한다. 그들을 위하는 일이라면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나설 준비가 돼 있어야 할 것이다. 비록 패자이지만 진정한 애국자로서 ‘쓸모있는 한국정치’가 부활할 수 있도록 국민통합정치의 중심이 돼야 한다. 통합정치는 민주주의와 평화 그리고 민생을 지켜내는 정치적 힘을 갖고 있다. 정치지도자로서 구체적인 정치플랜을 함께하는 지지층과 정치동지들이 항상 상기하도록 리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의 리더로서 현실적 냉철함이 필요하다. 민주당을 주도하되 대립정치와 소모적 정쟁에 앞장서서 쓸데없는 상처를 받아서는 안되는 것이며, 당이 분열되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윤 당선인 측이 구사할지도 모를 살생의 정치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어야 한다. 노태우 대통령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치보복의 험로를 헤쳐나와 결국 정권교체를 이루어냈던 정치장면들을 놓치지 않고 학습할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 가치와 시스템의 작동은 선진국가가 되기 위한 절대조건이다. 이번 대선에서 과연 민주국가로서 정치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었는가를 자문한다. 우리나라도 정치의 덕을 볼 날이 빨리 오기를 바라며, 이 모든 결정권은 국민들과 유권자에게 있었음을 새삼 확인하게 된 것이 이번 선거에 대한 솔직한 소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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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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