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복병 '엔화 약세', 장기화 타격 '철강·기계'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최근 엔화가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달러당 120엔 대로 뛰어올랐다. 지난해 4분기 이후 110엔대 초중반에서 박스권을 형성했는데, 갑작스런 상승세를 나타낸 것이다.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 우리나라 기계, 철강 업종에 타격이 예상된다는 전망이 26일 제기됐다.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는 이날 '경제분석'을 통해 엔화 약세의 원인은 크게 2가지로 꼽았다.
먼저 연내 7차례 기준금리 인상, 5월 양적 긴축 개시 등의 가능성을 제시한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기조와 일본의 통화정책 기조는 비동조화 양상을 원인으로 봤다.
미국은 8%에 육박하는 인플레이션을 누르기 위해 나선 반면, 일본은 디플레이션 압력을 막기 위한 통화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여전히 경기 부양이 필요한 만큼 물가 안정을 위한 정책 정상화 필요성이 떨어진다. 미국과 일본 간 통화정책 차별화 우려를 반영해 미-일 금리 차는 3월에만 50bp 이상 급등했고, 엔/달러 환율 역시 이에 연동돼 오르게 됐다.
일본의 높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 또한 엔화 약세를 자극하게 됐다. 지난해말 본격 시작된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라 무역적자가 심화되면서, 엔화의 자산으로서의 가치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게 됐다. 일본은 작년 8월부터 7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했으며 1월에는 적자 규모가 2조2000억엔에 달해 2014년 이후 최고치를 넘어선 바 있다. 반면 미국의 경우 2010년대 초반 이후 에너지 순수출 국가로 변모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오히려 무역수지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의 에너지 가격의 상승은 달러화 가치에 우호적으로 엔화 가치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향후 전망도 그다지 밝다고 볼 수 없다. 미국의 통화정책은 매파적인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돼 엔화 약세 압력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종결된다고 해도 에너지, 곡물 등 물가 상승세가 잦아드는 것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일본의 무역적자 악화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높인다는 점에서 엔화 약세를 지지한다는 게 신한금투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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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이유로 엔저 현상이 장기화 될 경우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김찬희 신한금투 연구원은 "올 하반기까지 엔저가 장기화될 경우 국내 증시 업종별로 피해 가능성이 있다"며 "석유, 철강, 기계, 자동차 등 일본과의 수출 경합도가 높은 수준이거나 추가로 확대된 산업"이라고 꼽았다. 그는 이어 "대외 경기 불확실성으로 정부 및 민간 차원의 투자 집행이 지연되는 점 역시 철강, 기계 등 업종의 피해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봤다. 다만 "전방 수요가 양호한 석유, 자동차 업종은 피해가 제한될 수 있다"며 "석유 산업은 원자재 가격 상승의 수혜를 기대할 수 있고, 자동차는 점진적인 공급망 차질 완화로 공급자의 가격 협상력이 우위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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