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인 측 대통령 집무실 이전 후보지
서울 광화문 외교부 청사·용산 국방부 청사로 압축
용산역 '노숙인 텐트촌' 노숙인들 퇴거 조치 불안감
전문가 "사회적 약자 관심과 배려 당부"

서울 용산역 구름다리 아래 있는 일명 노숙인 텐트촌. 윤석열 당선인의 집무실이 국방부 청사 인근으로 결정될 수 있다는 소식에 이들은 거처를 옮길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설왕설래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서울 용산역 구름다리 아래 있는 일명 노숙인 텐트촌. 윤석열 당선인의 집무실이 국방부 청사 인근으로 결정될 수 있다는 소식에 이들은 거처를 옮길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설왕설래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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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그냥 나가라면 하면 나가죠…우리가 무슨 힘이 있나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 후보지로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가 검토되면서 용산 일대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반면 용산역 뒤 텐트촌을 형성해 삶을 이어가는 노숙인들은 퇴거 조치가 떨어질까 불안에 떨고 있었다.

한쪽에서 땅값이 오르냐 마느냐를 두고 고민하는 사이 초고층 아파트 사이 속 천막에 사는 노숙인들은 당장 불투명한 내일을 걱정하며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윤 당선인 측은 지난 17일 집무실 이전 후보지를 용산 국방부 청사와 외교부가 입주한 정부서울청사 별관 두 곳으로 압축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이날 두 장소를 현장 답사했다.

이날 이 소식을 전해들은 한 50대 노숙인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어렵게 말문을 열면서 "대통령이(윤 당선인 지칭) 여기로 온다면 우리는 나가야겠죠"라고 말했다.


찌그러진 안경을 쓴 이 노숙인은 마스크 속으로 깊은 한숨을 연신 내뱉은 탓인지 안경이 습기로 뿌옇게 가리워져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안개 속에 가려진 답답한 노숙인의 심정처럼 보였다. 그는 이 말을 끝으로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구부정한 어깨를 더 숙이고 땅에 시선을 고정한 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노숙인 텐트촌 일대. 천막이나 움막에 더 가까운 모습이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노숙인 텐트촌 일대. 천막이나 움막에 더 가까운 모습이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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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모여있는 곳은 일명 '용산 홈리스 텐트촌'이다. 용산역 구름다리 아래 작은 숲이 있고 그 안 빈터에 20여채에 달하는 텐트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사실 텐트라기보다 천막에 더 가깝다. 풀숲이 우거진 이곳에 노숙인들이 모여서 살아가기 시작한 것은 9~10년 전으로 알려졌다.


노숙인 텐트촌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구름다리 옆 돌로 만들어진 계단을 이용해 작은 통로로 들어가야 한다. 그러면 성인 허리까지 올라오는 높이의 텐트들이 보인다. 그 안에는 각종 살림살이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 있는 빼곡한 나무들 옆에는 고물상에 내다 팔 것으로 보이는 플라스틱, 종이박스 등 종류별로 모아놓은 재활용 쓰레기들이 있다. 햇볕이 좋은 날에는 이불 등을 꺼내 나무와 나무에 연결한 끈에 걸어 말리기도 한다. 그 사이로 노숙인들이 키우는 것으로 보이는 고양이들이 어슬렁거리며 외부인을 맞이한다.


이곳에서 만난 한 40대 노숙인 남성은 윤 당선인의 집무실이 국방부 청사에 생길 수도 있다는 말에 "진짜로 여기로 옵니까"라며 거듭 믿기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만일 (윤 당선인이) 이곳으로 오고, 그래서 노숙인들이 결국 다른 곳으로 가게 되면 뭐 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라고 짧게 말했다. 이어 텐트 안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노숙인 텐트촌은 용산역 구름다리 아래 작은 길을 통해 접근할 수 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노숙인 텐트촌은 용산역 구름다리 아래 작은 길을 통해 접근할 수 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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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노숙인들의 우려는 아직 섣부른 예단일 수 있다. 아직 윤 당선인의 집무실이 어디로 결정될지 확정되지 않았고, 이렇다 보니 어떤 정책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숙인 텐트촌과 국방부 청사 거리는 상당히 가깝다. 포털사이트 거리 계산 서비스로 살펴본 결과, 도보로 27분에 불과하다. 그 사이 횡단보도는 5개가 있고 지하도, 계단은 각각 1개씩 있다.


결국 대통령 경호와 보안 등 여러 문제가 예상되면서 노숙인 텐트촌 문제는 당장 수면위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용산 대통령 집무실'이라는 상징성으로 용산공원과 용산 국제업무지구 조성이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으로 보이면서 각종 개발 사업이 시작될 수 있는 점도 노숙인들 처지에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있다.


현재 용산 일대에는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을 비롯해 ▲용산공원 조성(2024년 준공 예정) ▲ 용산역과 신사역을 잇는 신분당선 연장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2026년 개통 예정) 등 사업들이 한창 진행 중이다.


이른바 '용산 대통령 시대'와 개발 활성화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일대 집값 상승 여부 등 긍정적인 관측이 쏟아질 때, 그 뒤에 가려진 유권자이자 시민이면서 가장 낮은 취약계층에 몰려있는 이들에 대한 조처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8일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원회의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과 권영세 부위원장 등 참석자들과 현판식을 갖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8일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원회의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과 권영세 부위원장 등 참석자들과 현판식을 갖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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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정부에서 알아서 잘 관리를 할 것 같다"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50대 회사원 박모씨는 "노숙자들에 대한 복지 등 관리는 잘하고 있지 않나"라면서 "80년대 같이 막 몰아내거나 그렇게 하지 않을 것 같다. 또 그렇게 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40대 자영업자 최모씨는 "대통령이 있는 주변은 다 강력한 보안을 하지 않나"라면서 "윤석열 당선인이 용산으로 온다면, 노숙인 뿐만 아니라 일대 대대적인 정비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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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노숙인들에 대한 배려를 강조했다. 한 복지사업 관계자는 "청와대 옆에 노숙인들이 있는가"라면서 "가장 취약계층인 노숙인들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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