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 편집자주


전쟁사를 소개한다. 다만 무기, 장군과 탱크, 조직과 정치가를 중심으로 서술해온 기존 전쟁사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한다. 이름 없는 병사들을 책의 전면에 드러내면서 전쟁과 문학 사이의 관계를 살핀다. 저자는 역사 사료뿐 아니라 무용, 음악, 문학 등 현대 예술의 여러 장르를 분석해 하나의 정신이 관통하는 서사를 직조해낸다.

[책 한 모금] 세계대전과 현대의 탄생 ‘봄의 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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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삶을 북돋우는 종교적 힘을 지니며, 개인을 통해 이루어지지만 결국에는 개인보다 더 크다. 그야말로 대리 종교다.

니체처럼 댜길레프는 예술가의 자율성과 도덕은 상호 배타적이라고 믿었다. 그는 도덕, 그러니까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행동에 집착하는 사람은 결코 자유로워질 수 없으며 지드, 리비에르, 프루스트처럼 그 역시 예술가는 비전의 자유를 얻기 위해 도덕은 고려하지 말아야 한다고 믿었다. 예술가는 도덕과 무관해야 한다. 흔히 아방가르드에서 하는 말처럼 도덕은 추醜의 발명품, 즉 추의 복수였다. 미美를 향한 해방은 집단적 노력이 아니라 에고티즘을 통해서, 사회적 작업이 아니라 개인적 구원을 통해서 오는 것이다. <65쪽>


그런데도 현재의 증거들은 독일이 국제 기준을 가장 체계적으로 부정했음을 압도적으로 보여준다. 독일이 국제 전시 규칙을 부정한 이유는, 어느 정도는 불가피해서, 또 그러한 기준들이 독일의 즉각적인 이해관계에 해롭다고 봐서였지만, 대체로 독일인들이 자신들에게 낯설고 역사적이라고 간주한 규칙들을 따르는 데 덜 연연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런 규칙들이 엄청난 의미를 띠는 지금 이 순간과 자신들에게는 적용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독일인들은 전쟁이 끝난 뒤 자신들의 프로파간다 능력이 연합국의 해당 능력에 비해 한참 못 미쳤다고 자책했지만, 진실은 연합국에 대한 독일의 비난보다 독일에 대한 연합국의 비난에 더 많은 근거가 있었다는 것이다. ‘정직’ ‘솔직함’ ‘진실함’에 대한 독일의 호소는 낭만주의적이고 이상주의적 기운이 느껴졌다. 그것은 내적이고 사적인 덕성에 대한 호소였다. 연합국의 호소는 사회적, 윤리적, 역사적 호소였다. 그것은 외적이고 공적인 가치들에 대한 호소였다. <272~273쪽>

현실, 균형 감각, 이성, 바로 이것들이 전쟁의 주요 피해자였다. 상상이 세계의 산물이 되는 대신 세계가 상상의 산물이 됐다. <3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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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제전 | 모드리스 엑스타인스 지음 | 최파일 옮김 | 글항아리 | 592쪽 | 2만9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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