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로 아들 잃은 소방관이 세운 추모 박물관, 코로나19로 폐관
'9·11 트리뷰트 박물관' 코로나19 이후 관람객 83% 줄며 운영난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9·11 테러의 비극을 기억하기 위해 뉴욕 로어맨해튼에 설립된 9·11 트리뷰트 박물관이 폐관을 앞두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리뷰트 박물관은 2006년 개관했으며 연간 360만달러에 달하는 운영 예산을 거의 모두 입장료에 의존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관람객이 급감했고 더 이상 운영을 이어가기가 어려울 정도로 부채가 많이 쌓였다.
그린위치 거리에 위치한 트리뷰트 박물관의 지난해 관람객은 2만6000명에 그쳤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5만명에 비해 83% 급감했다. 같은 기간 뉴욕시 관광객 감소폭보다 컸다. 뉴욕시 관광객 수는 2019년 6660만명에서 지난해 3300만명으로 약 50% 줄었다.
트리뷰트는 제니퍼 아담스-웹 최고경영자(CEO)와 리 아이엘피 이사장이 그라운드 제로 복구 작업을 하던 중 의기투합해 설립했다. 투자은행가였던 아담스-웹 CEO는 9·11 테러로 친한 친구를 잃었다. 아이엘피 이사장은 9·11 테러로 아들을 잃은 뉴욕시의 소방관이었다. 9·11테러로 희생된 그의 아들 역시 소방관이었다. 아이엘피 이사장은 테러 이후 3개월 복구 작업 끝에 어렵게 아들의 유해를 찾을 수 있었다.
9·11 테러 10주기였던 2011년 트리뷰트 박물관은 역대 가장 많은 50만명 관람객을 기록하기도 했다. 2017년에는 더 많은 학생 관람객을 수용하기 위해 공간이 두 배 더 넓은 지금의 위치로 옮겼지만 되레 이후 관람객은 점점 줄었다.
로어 맨해튼에는 9·11 테러를 추모하기 위한 박물관이 한 곳 더 있다. 트리뷰트 근처에 있는 국립 9·11 메모리얼 박물관이 트리뷰트보다 규모가 더 크다. 운영 방식도 달랐다. 메모리얼이 테러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기 위한 공간이라면 트리뷰트는 테러의 비극을 기억하고 있는 생존자들을 돕는데 힘을 쏟았다.
트리뷰트의 직원은 10명 뿐이었지만 3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운영을 도왔다. 3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은 박물관과 주변 지역 관람을 도왔고 관람객들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지금까지 트리뷰트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은 500만명이 넘는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 트리뷰트 박물관 관람객 중 40%가 외국인 관광객이었다. 2019년 뉴욕시 관광객 6660만명 중 외국인 관광객 비율이 20%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트리뷰트의 외국인 관광객 비율이 높았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뒤 전 세계의 봉쇄 조치는 박물관 운영에 직격탄이 됐다. 트리뷰트 박물관의 경우 기부금도 전혀 없었다.
박물관을 찾은 이들에게 자신과 아들의 이야기를 들려줬던 아이엘피 이사장은 폐관 결정은 매우 어려웠다며 코로나19만 없었다면 박물관을 계속 운영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증오가 세계를 움직이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트리뷰트를 통해 전달하고자 했다. 나나 트리뷰트의 자원봉사자들보다 더 그 말을 잘 전달해줄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이제 우리는 트리뷰트를 잃게 됐고 그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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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은 코로나19로 힘겨운 상황에서 트리뷰트의 우울한 전시 테마가 관람객들에게 어울리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평하면서도 트리뷰트의 전시품들은 희망을 주는 경험을 공유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트리뷰트의 소장품은 대부분 올버니의 뉴욕 주립 박물관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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