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결국 사라지는 니켈 곱버스 ETN…원자재 악몽 재현 우려 "겁없는 개미의 베팅"
거래소, 이번주 내 '대신 인버스 2X 니켈선물 ETN(H)' 상장폐지 정리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이명환 기자] 2020년 4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을 기초지수로 한 상장지수증권(ETN)의 대규모 손실 사태가 터졌다. 코로나19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WTI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해 원유선물에 두배 수익률을 추구하는 레버리지 ETN의 괴리율이 1000% 가까이 치솟았다. 관련 상품 줄줄이 거래가 정지됐고, 투자자들은 수천억원대의 손실을 입었다. 이른바 ‘원유 ETN 악몽 사태’다.
원자재 ETN 악몽 재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유가, 니켈, 구리 등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이 위험한 하락 베팅에 집중하고 있어서다. 더욱이 원유 ETN 손실 사태보다 파장이 클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유 ETN 상품 다수가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지만 기초지수 가격이 종가 기준 0원을 기록하지 않아 상장폐지를 면한 뒤 거래가 재개됐다. 그러나 올해 니켈 가격 폭등으로 니켈 가격에 역으로 2배 추종하는 ‘대신 인버스 2X 니켈선물 ETN(H)’은 이번주 내로 상장폐지로 결론이 날 예정이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신 인버스 2X 니켈선물 ETN(H)’의 거래정지 전 시가총액은 17억원, 지표가치총액은 25억6500만원이다. 이 상품은 연초만 해도 시총이 56억원을 넘었다.
지난 7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니켈 3개월물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66.25% 상승 마감했고 이를 -2배로 쫓는 기초지수는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수산출업체인 S&P는 결국 종가를 0으로 처리했다. 이에 ‘대신 인버스 2X 니켈선물 ETN(H)’의 기초자산이 50% 이상 상승해 이 상품의 기초지수 종가가 0이 됐고, 지표가치는 0원이 됐다. 국내에서 ETN 상품의 기초지수값이 0으로 끝난 것은 처음이다. 대신증권은 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이 나면 투자자 보호 등 대책을 안내한다는 방침이지만 사실상 뚜렷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거래소 역시 지표가치가 복원될 수 없어 상장폐지로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거래소 규정상 일시적인 괴리율 확대만으로 ETN 종목의 상장폐지가 되지는 않지만 기초자산의 가격 또는 지수를 산출하지 못할 경우 상장폐지가 가능하다. 거래소 관계자는 "지수사업자인 S&P의 기초지수 처리 방향 등에 대해 추가 확인 후 시일은 좀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지표가치는 0원이 됐기 때문에 이번주 내 정리를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본격화된 지난 2월 초부터 개인투자자들은 원유와 니켈, 구리 등의 가격 하락에 베팅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달 첫 거래일인 2월3일부터 이달 14일까지 개인의 원자재 인버스 ETN 11개 상품의 순매수액은 총 909억1786만원에 달했다. 원유 기반 ‘삼성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을 561억6610만원어치, ‘신한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을 278억1042만원어치 사들였다.
향후 러시아 철군에 따른 원자재 가격 정상화로 수익률 반등을 기대하고, 고점이라고 판단해 순매수에 들어간 것이다. 문제는 전쟁 장기화, 공급망 차질, 국제사회의 금융·무역 등 경제 제재 수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당분간 원자재 값이 잠잠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순매수가 집중된 상품의 수익률은 이미 곤두박질치면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원유·구리·니켈 등 원자재 기반 ETN 11개 상품(2월3일 종가 대비 14일 종가 기준)의 평균 손실률은 26.04%에 달했다. 지난 8일 거래가 정지된 ‘대신 인버스 2X 니켈선물’(곱버스)의 하락률이 제일 높았다. 지난달 3일 2215원에 거래되던 이 상품은 거래정지 전날인 지난 7일 850원까지 떨어져 61.63%의 손실률을 나타냈다. 이 기간 개인의 순매수액만 14억2892만원에 달한다. 인버스 상품인 ‘대신 인버스 니켈선물’은 지난달 3일과 지난 14일 사이 40.81%의 손실을 기록했다.
원유 기반 인버스 상품들의 손실도 컸다. ‘QV 인버스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과 ‘삼성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은 각각 39.58%, 35.85%의 손실률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미래에셋 인버스 원유선물혼합(-24.32%) ▲신한 인버스 브렌트원유 선물(-23.87%) 등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다. 구리 기반의 ‘삼성 인버스 2X 구리 선물’은 7.51%의 손실을 냈고, ‘KB 인버스 2X 구리 선물’(-7.00%), 신한 인버스 2X 구리 선물(-5.80%) 등이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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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투자 유의를 거듭 당부했다. 이종형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급등한 원자재 가격이 단기간에 제자리로 돌아오기 쉽지 않은 상황"이며 "최소 3분기까지 가격 상승 압력은 지속해서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에 대해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의 추세적 하락 유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료 또는 원유 수요 둔화 신호가 나타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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