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굽는 타자기] '이대녀'들의 메시지, 그들의 미래를 향한 시선
여성을 넘어 소수자 위한 목소리도
[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문재인 정부 이후 가장 많이 언급됐고 주목 받은 세대는 이대남(20대 남성)일 것이다.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대남들이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목격한 제20대 대통령선거의 후보들은 앞다퉈 이대남들을 위한 정책과 언어들을 내놓았다.
그러는 사이 이대녀(20대 여성)들은 자연스레 담론에서 밀렸다. 이 때문에 여성들의 정치적 조직력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됐다. 하물며 어떤 정치인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 “여성의 투표 의향은 남성보다 떨어진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이대남을 비롯해 남성이 주도하는 판을 거부하는 여성들이 나타났다. 그들이 써낸 책이 ‘판을 까는 여자들’이다.
이 책의 저자 신민주, 노서영, 로라 등 3명은 악플이 달리는 등 사회적 발언권을 제한 당하는 환경 속에서도 이대녀들의 미래를 위해 메시지를 던진다. 그들이 다루는 영역은 다양하다. 단순 정당뿐만 아니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커뮤니티, 직장 등 이십대라면 관심 가질 만한 사안들을 언급하고 있다.
저자들의 메시지는 여성만을 위한 것으로 시작한다. 한국 여성을 비하하는 용어 ‘김치녀’ 등 여성혐오를 거리낌 없이 하는 이 사회에 문제를 제기한다. 이 혐오에서 벗어나지 않는 이상 여성들은 결코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게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할 것이다. 제아무리 치안이 안전하다고 하더라도 극단적 혐오의 형상화, 즉 폭력이 나 자신을 향할 때 속절 없이 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생각에서 시작한 것이 페미니즘 리부트다.
아울러 사회구조상 여성이 남성의 상위에 올라서지 않는 이상 ‘남성혐오’란 단어가 왜 성립하지 않는지 설명한다. 혐오 표현은 기본적으로 위계가 전제된 상황에서 쓰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한국은 2021년 기준 세계경제포럼의 성격차지수(GGI)는 0.687로 세계 153개국 중 102위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단순 여성의 인권보다 사회 내 남성과 여성 간 격차를 보여주기 때문에 한국 여성의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간주할 수 있다.
여성에 국한돼 시작됐던 메시지는 소수자를 향하면서 더욱 커진다. 저자는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총선을 통해 180석을 확보했지만 여러 소수자를 위한 법안인 ‘차별금지법’ 제정엔 머뭇거린 것을 비판한다. 이번 대선에서도 역시 거대 양당 후보들이 차별금지법에 사실상 반대하거나 여전히 논의가 필요하다며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참고로 차별금지법이 처음 국회에 제안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인 2007년이다.
단순 불평불만만 늘어놓는다면 이대녀들은 정치세력화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새로운 가족 형태와 기본소득 등 미래를 위한 여러 정치적인 사안들을 꺼내든다. 1인가구든 기본소득이든 이들이 강조하는 점은 단 하나, 집단 속 ‘나’가 아닌 오로지 개인으로서 ‘나’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나’에 집중하는 정책을 펴다보면 결국 맞닿는 지점은 모두의 인권 신장일 것이다.
이번 대선 때 다들 목격했다. 이대녀들은 충분히 판을 깔고 담론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이 앞으로 만들어 낼 담론이 궁금한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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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을 까는 여자들 | 신민주·노서영·로라 | 한겨레출판 | 223쪽 |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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