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한다" vs "만용이다" 이근 '우크라 行'에 시민들 갑론을박
이근 전 대위, 여행금지에도 우크라 출국 강행
팀 꾸려 국제 의용군 참여 결정…"韓 위상 높일 것"
美·英 등 각국 정부들, 시민들 의용군 참여엔 '난색'
국제법상 포로 대우 받을 수 있을지 불분명
정부 입장선 국민 생명 보장 못 할 가능성 높아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해군특수전단 출신 이근 전 대위가 러시아군의 침공으로 위기를 맞이한 우크라이나에 '의용군'으로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 지역을 여행접근금지 구역으로 지정했음에도 출국을 강행한 것이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이 전 대위가 우크라이나인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응원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만용에 불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근 "제가 최초 대한민국 의용군…韓 위상 높이겠다"
이 전 대위는 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쓴 글에서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 세계에 도움을 요청했을 때 'ROKSEAL'은 즉시 의용군 임무를 준비했다. 지난달 28일 유튜브 커뮤니티를 통해 관련 기사를 게시하고 'WE WILL SUPPORT UKRAINE(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것이다)'이라는 힌트를 공지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48시간 이내 계획 수립, 코디네이션, 장비를 준비해 처음에는 공식 절차를 밟아 출국하려고 했으나 한국 정부의 강한 반대를 느껴 마찰이 생겼다"라며 "우리는 여행 금지 국가에 들어가면 범죄자로 취급받고, 1년 징역 또는 1000만원 벌금으로 처벌 받을 수 있다고 협박을 받았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처벌받는다고 우리가 보유한 기술, 지식, 전문성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도와주지 않고 이 상황에 그냥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라고 출국을 강행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 전 대위는 의용군으로 참여하는 팀원을 자신이 직접 선발했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살아서 돌아간다면 그때는 제가 다 책임지고 주는 처벌을 다 받을 것"이라며 "최초의 대한민국 의용군인 만큼 우리나라를 대표해 위상을 높이겠다"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위의 의용군 참여 결정을 두고 누리꾼 사이에서는 찬반 의견이 극명하게 갈렸다. 그의 출국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 올라온 인스타그램 게시글에는 '좋아요'가 1만7000개 이상 등록됐다. 일부 팬들은 "용기 있는 결단을 응원한다. 한국을 빛내달라", "다치지 말고 무사히 돌아와 달라", "대위님의 결정을 지지한다" 등 응원을 보냈다.
그러나 이 전 대위를 만류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정부가 가지 말라고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무책임한 거 아닌가. 한국에 남겨진 가족들은 어떡하나", "정부에게 부담만 될 것" 등 회의적인 반응이 나왔다.
이 전 대위 또한 비판 의견들을 의식한 듯 "당신이 의미있는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할수록 언제나 인생의 패배자들은 당신을 질투하여 비방하고 밑으로 끌어내리려고 할 것"이라며 "무식한 사람들은 보안을 이해 못 하겠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비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제 팀은 문제없이 출국하고 우크라이나에 잘 도착해야 해서 관계자 몇 명을 제외하고는 누구에게도 제 계획을 공유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의용군 참여 호소 나선 우크라이나…각국 정부는 '난색'
러시아군의 침공에 맞서 우크라이나의 항전을 주도하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다른 나라들에 '의용군 참여'를 호소한 바 있다.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수호에 참여하고 싶은 분들은 모두 와 달라"라며 "그들 모두가 영웅"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외국인의 의용군 지원 서류를 처리해주는 관련 웹사이트도 개설했다.
이후 미국·영국 등 서방국가를 중심으로 전직 군인 수백명이 자원에 나서는 등, 외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복수 매체 보도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수십명이 주한 우크라이나대사관을 통해 출국 방법을 문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는 사실상 우크라이나 여행을 금지하는 '여행경보 4단계'를 내렸기 때문이다.
출국하기 위해서는 외교부에 '예외적 여권 사용'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방문하려는 국가의 영주권자이거나 ▲취재·보도 목적이 있거나 ▲긴급한 인도적 사유(현지 체류 가족의 사망 또는 그에 준하는 사고·질병) ▲공무상 목적 등이 있어야 한다. 이를 어기고 방문을 강행하면 현행 '여권법' 제26조에 따라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각국 정부도 자국 시민의 직접적인 의용군 참여에는 난색을 보인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최근 한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 자원하는 미국인들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내 미국 시민들에게 즉시 철수를 촉구했다"라며 "여러 비정부기구(NGO) 등을 통해서도 우크라이나 시민들을 도울 방법은 많다"라고 답했다.
벤 윌러스 영국 국방부 장관 또한 "우크라이나를 도울 방법은 참전 말고도 많다"라며 의용군 자원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의용군은 자칫 포로 대우 못 받을 위험 있어
정부가 국민들의 의용군 참여를 꺼리는 이유는 안전 문제 때문이다. 정부가 이들의 생명을 보장하지 못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선 우크라이나에 의용군으로 지원한 외국인은 정규군과의 차이가 있다. 자칫 정부에 소속되지 않은 '외인부대'로 분류될 수 있기 때문에, 전쟁 중 적군에 사로잡히더라도 제네바 협약에 의거한 포로 대우를 받지 못할 위험이 있다. 우크라이나군 또한 최근 이 문제를 인지했으며, 현재 의용군에 가담한 모든 외국인에 대해 군 입대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이 의용군에게 정규군과 동일한 지위를 부여한다고 해도, 러시아군이 이를 존중할 지는 별개의 문제다.
최근 주 태국 러시아 대사관은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국제법에 따르면 해외 용병은 포로 대우를 받을 수 없다. (국제 의용군에게) 최고의 시나리오는 구금, 혹은 체포일 것"이라며 "따라서 러시아 국방부는 모든 외국인의 군사작전 참여를 강력하게 반대한다"라고 경고했다. 사로잡은 외국인들을 풀어주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만일 러시아군이 외국인 의용군을 붙잡아 체포하면, 각국 정부는 자국 국민을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직접 협상에 나서야 한다. 정부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물적·인적 자원을 소모해야 한다는 뜻이며,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는 분쟁에 휘말리게 될 위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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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외교부는 지난 3일 "정부는 우크라이나 상황과 관련해 다른 요소와 함께 우리 국민의 안전이 최우선 정책 목표"라며 "우크라이나에 허가 없이 들어가면 여권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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