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경영환경 악화, 남녀가 따로 없었다
여성 경제인이 말하는 대한민국 중소기업
이정한 여경협 회장 등 4인의 CEO 좌담회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을 비롯한 여성CEO들이 21일 경기 시흥 비와이인더스트리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박선희 리더스알앤디 대표이사, 김금자 롤팩 대표이사,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김난실 메타믹스 대표이사./시흥=강진형 기자aymsdream@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을 비롯한 여성CEO들이 21일 경기 시흥 비와이인더스트리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박선희 리더스알앤디 대표이사, 김금자 롤팩 대표이사,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김난실 메타믹스 대표이사./시흥=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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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여성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났다. 중소기업 경영자에 더해 여성 기업인들이 겪는 고충과 열정을 함께 들여다봤다. 짧게는 5년, 길게는 35년 척박한 환경에서 사업을 일궈온 그들. 세대와 업종, 업력은 달랐지만 고민은 비슷했다.


사업자금을 대출받기 위해 간 은행에서 "여자가 할 사업이 아닌데" "남편이 실질적인 사업주 아니냐"는 소리도 들었다. 이제는 옛 얘기가 됐지만 선배 여성 CEO들에게는 여전히 또렷한 기억이다. 중소기업인으로 겪는 대부분의 어려움에는 남녀가 따로 없었다. 처벌 위주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획일적인 주 52시간제, 만성적인 인력난, 가업승계의 어려움 등 익숙한 얘기들이지만 그들에게는 절실했다.

이정한 비와이인더스트리 대표는 1988년 작은 철재상(백양스텐레스상사)으로 사업을 시작해 회사를 직원 60명, 연 매출액 100억원대 금속 판재 유통·가공 전문기업으로 키웠다. 지금도 여성이 드문 분야다. 이 대표는 올해부터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으로 여성경제인들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시흥=강진형 기자aymsdream@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시흥=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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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자 대표가 운영하는 롤팩은 진공포장기기 분야 1위 중소기업이다. 창업 20년 만인 지난해 매출액 240억원을 달성했다. 생산 제품의 80% 이상을 미국, 유럽 등 해외로 수출한다. 해외사업 부문 인력난은 수시로 김 대표를 곤란하게 한다.


14년째 레지던스를 운영해 온 김난실 수원스테이 대표는 블록체인 관련 창업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침체에서 벗어날 돌파구를 찾고 있다. 스마트공장 솔루션 전문기업인 리더스알앤디를 운영하는 박선희 대표는 국제표준화기구(ISO) 인증 심사위원으로도 뛰며 왕성한 활동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말 경기 시흥시 정왕동 비와이인더스트리 본사에서 4명의 여성 CEO들을 만났다.

"중소기업인 공통 애로는 가업 승계·인력난·52시간제"

△이정한= 어려운 시기를 거친 중·장년층 기업인들 상당수가 허탈하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상속세 부담이 크다보니 가업승계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다보니 ‘열심히 사업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파다하다. 기업인들이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도 그렇고, 산업의 기초가 되는 뿌리기업도 점점 쇠퇴하고 있다.

김금자 롤팩 대표/시흥=강진형 기자aymsdream@

김금자 롤팩 대표/시흥=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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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난실= 해외 바이어로부터 주문을 받아도 주 52시간제 틀에 갇혀서 주문을 소화하기 어렵다. 인력난 해결과 생산설비 자동화가 선행된 후에 주 52시간제를 도입해야 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인에게 ‘악몽’같다. 사업주 처벌에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임직원 모두가 산업안전에 대한 책임을 분담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


△이정한= 젊은이들은 대학 졸업 후 소득도 없이 공무원 시험, 대기업 공채를 몇 년씩 준비한다. 중소기업에서 3~5년 일하면 가점을 받아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면 어떨까.


△김금자= 지난해부터 해외사업 부문 직원을 구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해외 바이어는 30대인데 50대 직원을 채용할 수는 없는 일이다.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


김난실 메타믹스 대표/시흥=강진형 기자aymsdream@

김난실 메타믹스 대표/시흥=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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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난실= 2009년부터 레지던스를 운영하다가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이전의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고심 끝에 블록체인 사업을 시작했고 엔지니어를 모집하려는데 ‘내국인 일자리 보호’ 규제 때문에 외국인 유학생 고용에 애를 먹었다. 까다로운 외국인 채용 절차 개선이 시급하다고 본다.


△이정한=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주고 있다. 여기에 숙소와 식사까지 제공한다. 여성 경제인 현장을 가보면 사장이 본인 월급도 가져가기 힘든 곳이 많다. 대기업들은 성과급 잔치를 할지 모르지만 중소기업은 설비 투자는커녕 직원 월급을 주고 나면 헉헉대는 상황이다.


"중소기업에도 불어닥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박선희= ESG경영의 첫 번째는 ‘에너지 절감’이다. 우선 제품을 만들 때 필요한 에너지 사용량의 모니터링이 가능해야 한다. 탄소 발생을 억제하거나 빨아들이는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이정한= 공기업들이 ESG 경영을 솔선수범해야 한다. 집진기 설치 등 열악한 사업장 환경 개선을 위한 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친환경 에너지 사업은 차근차근 진행해야 한다.

박선희 리더스알앤디 대표/시흥=강진형 기자aymsdream@

박선희 리더스알앤디 대표/시흥=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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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희= 중소기업에 맞는 스마트팩토리 구축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연매출 100억원 이하의 중소기업게 스마트팩토리는 그림의 떡이다. 제조업은 스마트팩토리를 통해 효율적인 재고 관리, 납기 단축, 제품 품질 고도화로 점프업해야 하는 시기다.


△김난실= 제조업은 다른 업종에 비해 일자리 창출 기여도가 크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혜택이 골고루 나눠져야 한다. 사전에 공청회를 열어서 다양한 의견을 흡수해야 한다.


△김금자= 지금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1인 기업도 온라인을 통해 해외에 수출이 가능한 시대다. 과거에 정부가 금융지원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수출기업이 현지에 맞는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연구개발(R&D)을 돕는 국책기관이 많아졌으면 한다.


△이정한= 중소기업을 운영해 본 경험이 있는 전문가가 관련 정부 부처나 기관장을 맡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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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난실= 국회의원들도 책임 있는 입법 활동을 해야 한다. 좋은 아이템을 있더라도 규제에 저촉되면 사업을 접어야 한다. 신사업을 추진하고 세계 시장 진출을 꿈꾸는 젊은 사업가들의 희망을 꺾지 말아야 한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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